여행 일정을 오로지 리조트 안에서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리조트가 고객의 취향을 읽고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출중한 능력을 갖추면, 고객들은 응당 그 브랜드의 추종자가 된다. 남호이안에 그런 브랜드가 들어섰다.

좀 더 특별한 휴식
최근 리조트·휴양 산업의 엘리트 브랜드인 로빈슨 클럽이 베트남에 신규 리조트를 오픈했다. 이름하여 ‘로빈슨 클럽 남호이안(Robinson Namhoian)’이다.

일단 다낭공항에서 1시간 30분, 동선이 짧고 매끄럽다.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7.5km나 이어진 아름다운 탐 티엔(Tam Tien) 비치에 안겨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약 22만4,800m2의 널찍한 부지 위에 318개의 객실, 1,000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메인 레스토랑 외에 비치 클럽과 ‘하타이(Hatai)’라 불리는 특선 식당까지 갖췄다. 식당은 섬세함으로 빛난다. 채식, 비건 및 무글루텐 옵션에다 식단에 제공되는 모든 채소를 리조트 내 농장에서 100% 유기농으로 재배한단다. 액티비티 시설도 깔끔하다. 서로 다른 테마의 4개의 야외 수영장 외에도 테니스장, 패들구장, 비치발리볼장, 피트니스 룸, 마사지 룸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별도로 만들어 뒀다.


기본 시설과 인프라가 손색없는데도, 로빈슨 클럽 남호이안은 좀 더 특별한 휴식의 의미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를 원한다. 이곳의 모든 식단 및 체험 프로그램은 ‘아유르베다(Ayurveda)’에 기초하고 있다. 아유르베다는 고대 힌두교의 대체 의학 체계이자 현재 서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육체, 감각 기관, 정신과 영혼의 과학을 뜻한다. 로빈슨은 웰핏 & 발아유르 프로그램을 통해 균형 잡힌 식단, 신체 운동, 정신적 이완의 경험을 제공한다.
리조트 안은 유럽
커튼을 열어젖히자 아열대의 푸르름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실은 테라스로 이어졌고 소리만으로도 방풍림 너머엔 바다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박 4일간 부지런히 먹고 놀려면 일단 땀부터 내는 것이 좋겠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피트니스 클럽으로 향하려는데, 널찍한 남국형 퍼걸러 아래에서 요가를 즐기는 한 팀을 발견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베트남 오후 3시에 말이다. 그제야 로빈슨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 타이틀이 불쑥 떠올랐다. ‘체험 프로그램의 천국 로빈슨 클럽’.

리조트 내라면 어디서든 팡팡 터지는 와이파이 덕분에 ‘로빈슨 앱’은 빛의 속도로 깔렸다. 그리고 ‘My Resort’를 누른 후 ‘Robinson Namhoian’을 검색하니 테니스, 요가, 축구, 다트, 비치발리볼, 농장 투어, 자전거 투어, 커피 만들기, 베트남 전통 등 만들기, 베트남어 배우기 등 3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내렸다.

리조트의 즐길 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라이빗 비치는 길이가 500m에 달한다. 저녁 무렵 비치 바에서는 유럽의 감성이 읽혔다. 빈백에 기대 누운 사람들, 붉음이 엷게 반영된 하늘, 독일의 빈츠 비치를 닮은 바다, 그리고 유로 뮤직에 이탈리아 와인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로빈슨 클럽 남호이안의 직원들은 유럽인 반, 현지 베트남인이 반이다. 그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댄서로, 액티비티 리더로 변신했으며 파티 스태프가 되기도 했다. 모두들 매우 친절했는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눈 덕분에 일정이 끝날 무렵에는 하나하나 낯이 익을 정도였다. 특히 오칸 틴(Okan Tin) 총지배인은 리조트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게스트와 함께 해변을 누비는가 하면 레스토랑과 파티장에도 나타나 늘 고객과 대화하고 안내를 자처했다.

덕분에 시간은 좀처럼 쉬어 갈 줄을 몰랐다. 로빈슨의 밤은 낮보다 더욱 열정적이란 사실도 깨달았다. 남호이안의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풍성한 저녁을 마치고 메인 레스토랑을 나서자 광장에서는 이미 흥겨움이 진행 중이었다. 현란한 디제잉에 비트 넘치는 뮤직.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전속 댄스팀이 등장하고 칵테일, 위스키, 맥주, 와인까지 원하는 대로 마시고 춤추는, 그야말로 ‘파티 나잇(Party Night)’이었다.
리조트 밖은 베트남
탐 티엔 새벽 어시장 탐방 계획은 기상 악화로 취소됐다. 수백 명이 모여들고 가장 신선한 해산물이 해변에서 거래되는 장관을 봤어야 했는데. 대신, 액티비티 프로그램에서 라이딩을 신청했다. 리조트 바깥세상도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더를 따라 참여자들은 길게 줄을 지어 2차선 도로를 달렸다. 길은 좁았지만 안전했고, 베트남의 전형적인 어촌 풍경이 다가오고 멀어졌다.


작은 어시장에 잠시 내려 이곳에서 잡히는 해산물들을 구경했다. 그중 갑오징어는 한국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컸으며 생선들은 횟감으로 써도 될 만큼 선도가 좋았다. 출발하고 30분쯤 달렸을 때, 베트남인 리더가 안내한 곳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느억 맘 응옥 란()’ 피시 소스 양조장이다. 여기서 ‘느억’은 물, ‘맘’은 액젓을 뜻하며 ‘응옥 란’은 가게 이름이다. 이곳의 피시 소스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까꼼()이라 불리는 베트남 멸치를 소금과 함께 항아리에 넣고 6개월에서 2년까지 발효한단다. 그 깊고 진한 맛에 반해 두 병이나 샀다. 가격은 우리 돈 9,000원 정도.

탐 티엔의 트롱장 강(Truong Giang River)은 해안과 나란하게 이어진다. 지형의 굴곡을 타고 구불구불 흐르는 강 주변으로는 산과 평야 그리고 깊숙이 밀려 들어온 사빈 퇴적지까지 놓여 있다. 그사이 들어선 마을과 마을들은 오래도록 전통문화를 형성해 왔다.

돌아올 땐 탐 티엔 비치 위에 놓인 자전거 길을 달렸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남국의 바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자연미 넘치는 이곳의 정취가 한 장의 여행으로 마음에 쏙 안겼다.
*로빈슨 클럽은 여행사,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등을 보유한 독일 TUI 그룹이 전액 출자한 프리미엄 리조트 브랜드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로빈슨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