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소 미쉐린 스타 이충후 셰프.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반얀트리 서울의 페스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남산 자락의 고즈넉함을 닮은 이충후 셰프를 만났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첫 발간됐을 당시, 그의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는 미쉐린 1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살, 이충후 셰프는 국내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다. 그는 까다로운 격식을 갖춘 정찬식 프렌치 요리 대신, 편안한 분위기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네오 비스트로를 선보였는데, 당시 이충후 셰프의 ‘처음’은 그야말로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가 또다시 처음을 요리한다. 반얀트리 페스타 바이 충후(FESTA by Choonghu)에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 이충후 셰프를 페스타의 총괄 셰프로 선임하며 ‘페스타 바이 충후’를 새롭게 오픈했다. 페스타는 반얀트리 서울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으로 오아시스 풀장을 마주한 프라이빗 빌라에 위치한다. ‘페스타 바이 충후’에서 이충후 셰프는 새로운 다이닝 콘셉트인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Innovative Sense Dining)’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노베이티브’는 셰프 고유의 스타일과 다양한 나라의 요리 기법들을 결합한 창의적인 요리 방식을 뜻한다. 이충후 셰프는 “혁신적인 요리라기보다는, 익숙한 재료와 요리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요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페스타 바이 충후’의 공간 스타일링은 모던 미니멀리스트 콘셉트를 지향한다. 맛을 쏟아내고 흩뿌리기보다는, 계절에 맞춰 정제된 이충후 셰프의 경험을 만날 수 있는 곳. 이충후 셰프에게 새로운 경험을 물었다.

Q1 ‘대한민국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 그동안 많은 호텔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거 같은데, 특별히 반얀트리 서울에 합류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러브콜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웃음). 종종 제안이 들어왔던 건 사실이에요. 제가 제로 콤플렉스를 2013년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처음 시작했으니, 벌써 올해로 12년이나 됐네요. 처음 미쉐린 스타를 받고 나서는 제가 꾸려 가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어요. 스스로 그렇게 판단한 거죠. 물론 당시 제 능력이 이것저것 운영할 준비도 덜 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12년이란 시간 동안 요리해 왔으니 반얀트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기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Q2 페스타 바이 충후는 어떤 공간일까요?
우선 반얀트리 서울의 입지와 페스타의 공간성, 그리고 제 철학이 각기 잘 녹아든 유기적인 요리를 선보이려 노력했어요. 사실 공간과 음식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거든요. 반얀트리 서울은 도심 속 아지트 같은 위치에요. 산과 숲이 가까이 있다 보니 제가 운영하는 제로 컴플렉스보다 좀 더 그리너리(Greenery)하고 계절감이 잘 느껴지는 공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호텔’이라는 고급스럽고 두근거리는 공간적 특징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존 요리들보다 풍성하고 과감하게 맛과 플레이팅을 연출해 보려고 해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요리들을 구성 중이에요. 페스타 바이 충후에서의 시간이, 반얀트리 서울의 모험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Q3 요리 철학이 궁금해요.
저는 요리를 시작한 이후로, 계속 똑같은 철학으로 요리하는 중이에요. ‘좋은 요리는 좋은 땅에서 시작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식재료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4 페스타 바이 충후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무엇일까요?
경험.
Q5 왜죠?
제가 군대를 제대 후 양식을 공부하기 위해 무작정 파리로 떠났을 때가 23살이었어요. 그렇게 파리에 도착해서 허름하고 작은 어느 비스트로에 들어갔는데, 거기 고등어 메뉴가 있는 거예요. 제가 고향이 경남 진주인데, 보통 고등어는 빨간 양념에 무가 들어간 조림이나 구이로만 먹잖아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고등어를 달게 먹더라고요. 라즈베리로 만든 식초 소스를 곁들였는데, 그 궁합은 저에게 정말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어요. 그때 받은 그 충격에 고정관념을 깬 재미있는 요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의 맛을 과감한 조합을 통해 새롭게 경험시켜 주고 싶어요. 그래서 페스타 바이 충후에서는 좀 더 과감하게 허브와 꽃 같은 것들을 사용해 볼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신맛이라면 제일 먼저 레몬이 떠오르지만, 사실 레몬처럼 신맛을 내는 다양한 허브와 꽃들이 있거든요. 이곳에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보다,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좀 더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고등어 요리처럼요.
Q6 그때 그 고등어 요리, 지금 먹어도 맛있을까요?
아(웃음)! 글쎄요. 맛있긴 하겠지만 그때처럼 충격적이진 않을 것 같네요. 이미 경험해 본 맛이니까요. 그래서 페스타 바이 충후에서는 날마다 재료 상태에 따라서 그날그날 조리법이나, 사용하는 허브를 변주해 볼 예정이에요. 물론 계절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시즌마다 메뉴도 꾸준히 교체 예정입니다.
Q7 페스타 바이 충후를 새롭게 선보이며, ‘이것만큼은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메뉴가 있을까요?
아마 첫 메뉴가 될 거 같은데, 허브가 엄청 많이 올라가는 갑오징어 디시가 있어요. 메밀로 만든 칩과 청매실 피클로 무친 갑오징어, 그리고 아보카도 소스. 그 위에는 봄에 나오는 각종 허브가 가득 올라가요.
Q8 셰프님의 요리를 먹었을 때, 딱 첫입에 어떤 감정이 들었으면 좋겠나요?
한 감정이 들었으면 해요. 저는 사실 꽉 차는 맛을 추구하진 않아요. 하나라도 더 보여 주기 위해서 다소 무리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제 기억에 남은 리뷰가 하나가 있는데, 제 음식은 당근에서 당근 맛이 나고 오이에서 오이 맛이 난다는 평가였어요. 사실 그때 이 리뷰가 썩 좋지 않은 뉘앙스였는데(웃음), 저는 여전히 재료에서는 재료 맛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료의 맛을 감추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요. 재료의 심플함 그리고 과감한 조합에서 나오는 미각의 경험. 그래서 페스타 바이 충후의 메뉴판을 보시면 식재료만 적혀져 있어요. 음식의 조리 방식, 맛을 설명하기보단 재료를 소개하는 것이죠. 익숙한 재료를 통해 맛을 상상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요.
Q9 이제 막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한 페스타 바이 충후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느낌의 어른이었으면 하나요?
여전히 재기발랄한 개구쟁이였으면 해요.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최고의 레스토랑보다는 여전히 새로운.
글 강화송 기자 사진제공 반얀트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