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출시한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 원작과 2025년 출시한 리마스터의 그래픽 비교 영상
한때 우리를 잠 못들게 했던 전설의 게임이 리마스터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엘더스크롤 4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입니다. 이 게임은 사전 마케팅을 일절 안 하고 출시 당일에 깜짝 공개하는 방식으로 게이머들을 놀래켰는데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전세계의 게이머들은 명작의 귀환에 기뻐서 놀랐는데, 유독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기뻐할 수가 없었죠. 왜냐하면 이 게임이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제작사와 배급사가 국내 사정에 무지해서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연령 등급을 18세가 아니라 15세로 신청했다가 뒤늦게 정정하고 고치는 과정에서 출시가 밀리고 지역락까지 걸렸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국내 게임 유통 전문 기업 H2인터랙티브를 통해 등급 심의를 대행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게임이 등급 심의를 마치고 국내 정식 유통 되는 것은 5월 중순 이후로 예상됩니다. 당장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편법으로 우회하는 방법 뿐이죠.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국 시장을 홀대한 것에 대해' 혼쭐 나고 있습니다.
▲ 여론이 들끓자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후속 조치에 나섰다고...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고사양 게임입니까?
사실적인 그래픽의 언리얼엔진5 기반에 기존 엔진/스크립트의 장점을 합쳐 만들었다
기본적인 최적화는 되어 있으나, 해상도/옵션을 높이려면 초고사양이 필요하다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PC버전 공식 시스템 요구사항
우리나라에서는 말 많고 탈 많지만 해외에서는 스팀 동접자 20만 명을 훌쩍 넘기며 순항 중입니다. 해외 게이머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올드 게임의 구수한 향기와 추억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지경인데요. 다만 <오블리비언 리마스터>가 원작과 달라진 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래픽과 게임 구동 사양입니다.
▲ 인게임 스크린샷. 원작과는 비교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그래픽이 향상됐다
현실적인 그래픽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언리얼엔진5 를 이용해서 그래픽을 재구성했기 때문에 그래픽이 엄청 좋아졌지만, 구작에 비해서는 요구 사양이 많이 올랐죠.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특징은 다른 언리얼엔진5 게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사양에서의 최적화는 괜찮은 편이지만, 그래픽 옵션을 높이고, 해상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드웨어 루멘(레이트레이싱)을 적용하면 고사양 PC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프레임이 많이 하락합니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게이머들이 옵션을 낮춰서 게임을 하더라도 약 20년 전에 출시된 원작보다 훨씬 그래픽이 좋아보이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신 DLSS4와 FSR4가 모두 적용되어 지포스 RTX 50 시리즈와 라데온 RX 9070 시리즈를 이용하면 비주얼과 프레임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인 점입니다.
<엘더스크롤 4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최소 사양
약 9년 전 중상급 게이밍 PC (약 4~5년 전 보급형 게이밍 PC)
CPU는 i7-6800K(2016), 그래픽카드는 GTX 1070 Ti(2016)
요즘 기준으로는 RTX 3050 8GB 부터 가능하지만 프레임 확보가 어렵다 (평균 30 전후)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낮음(최하옵) 프리셋에서의 게임 화면. 최하옵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픽 디테일이 좋다. 그 대신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개발사가 밝힌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최소 사양은 한 마디로 "약 9년 전의 중상급 게이밍 PC" 입니다. CPU는 2016년 출시한 인텔 코어 i7-6800K를 요구하는데요. 당시에는 굉장한 프로세서였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저가 입문형 프로세서 수준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070 Ti를 요구합니다. 1070 Ti는 RTX 2060보다 성능이 낮은데요. 요즘으로 치면 RTX 3050 8GB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2025년 4월 기준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신제품 CPU, 신제품 그래픽카드는 모두 최소 사양을 만족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FHD 해상도, 최저 옵션에서 초당 평균 30프레임 전후를 감안한 사양이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끊겨서 원활한 진행이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프레임 확보를 위해서 가능하다면 라데온 RX 6600 또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60 정도가 좋습니다.
<엘더스크롤 4 : 오 블 리 비 언 리 마 스 터 > 낮음~ 보통 사양4~5년 전 메인스트림 게이밍 PC
CPU는 i7-10400(2020), 그래픽카드는 RTX 3060 Ti 8GB(2021)
▲ 보통(Medium) 프리셋으로 플레이 중 촬영한 스크린샷
게임 상에서 보통 그래픽 프리셋으로 원활하게 게임 하려면 CPU와 그래픽카드 모두 4~5년 전 중급 게이밍 PC가 필요합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라이젠 7500F와 RTX 4060 Ti 8GB 정도가 무난할 것 같네요. 이것보다 그래픽을 더 현실적으로 게임하고 싶다면 사양이 대폭 올라갑니다.
이 정도 사양에서는 업스케일링 기능을 사용하면 프레임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그래픽 세부 옵션을 취향에 맞게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상도를 QHD 이상으로 올리면 약간 버거울 수 있습니다.
<엘더스크롤 4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개발사 권장 사양 (보통~높음 프리셋)
4년 전 고사양 게이밍 PC
CPU는 i5-10600K(2020). 그래픽카드는 RTX 2080(2018) / RX 6800 XT(2020)
FHD 하드웨어 루멘을 제외한 높음~울트라, QHD는 보통~높음
▲ 높음 프리셋 게임 화면
권장(Recommended) 사양입니다. 게임 개발사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게임의 비주얼과 게임 속 기능들을 만족스럽게 체험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건데요. CPU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지만 그래픽카드는 고사양 그래픽카드가 필요합니다.
CPU는 2020년 2분기에 출시한 10세대 인텔 코어 i5-10600K 입니다. AMD 기준으로는 라이젠 5 3600X로 둘 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같은 언리얼엔진 5를 사용한 <인조이>는 CPU를 상당히 고사양으로 요구했는데요.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게임의 근간이 20년 전의 것이다 보니 CPU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느낌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2080을 요구하며, 라데온은 이보다 두 체급 더 높은 RX 6800 XT를 요구합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지포스 RTX 4060 Ti 8GB 또는 라데온 RX 7800 XT 정도가 되겠습니다.
<엘더스크롤4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최고 사양
CPU 최근 4년 이내의 인텔 i7 또는 AMD 라이젠 7
그래픽카드 RTX 5080 / RX 9070 XT
단 풀옵션(+하드웨어 루멘 ON)은 사양 요구치가 너무 비효율적이다
▲ 울트라 프리셋 + 하드웨어 루멘(레이트레이싱) HIGH로 설정한 게임 화면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개발사가 최소/권장 사양만 공개했기 때문에 최고 사양은 제가 직접 게임을 구동해서 테스트 해보고, 해외의 주요 벤치마크들도 모두 참고했습니다. CPU보다는 그래픽카드가 중요한데 풀옵션 또는 풀옵션에 가까운 상태로 플레이 하려면 현 시점 최고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요구됩니다.
참고로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게임 내부에서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하드웨어 루멘) 기능을 켜고 끄는 것이 프레임이 아주 크게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여러 벤치마크에서 비주얼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루멘 기능을 켜는 것을 추천하지만 사양을 굉장히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 울트라 프리셋 + 하드웨어 루멘(레이트레이싱) 울트라로 세팅하면 FHD에서 RTX 4090으로도 부족하다
참고로 CPU를 9800X3D로 바꿔도 큰 차이가 없다.
<자료 출처 : GameGPU en.gamegpu.com>
RTX 4090, 5090, 5080, RX 9070 XT, RX 7900 XTX에서도 원활한 프레임을 얻기 어려울 정도로 풀옵션 + 하드웨어 루멘은 프레임 하락이 큰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스케일링 기능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하드웨어 루멘을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루멘을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엘더스크롤4 :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옵션 별 그래픽 비교
전체적인 느낌은 최하옵(낮음)과 풀옵션(울트라)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바닥 묘사, 광원 처리에서 차이 나는 편
하드웨어 루멘 적용 시 명암비 향상되고 사물의 굴곡이 더 확실해진다
▲ 같은 위치에서 옵션별로 촬영한 이미지 : 클릭 시 확대 가능
해외에서 <오블리비언 리마스터>가 호평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최하옵션(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낮음 프리셋이 가장 낮은 옵션임)에서도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기본적인 디테일과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게임들의 경우 최하 옵션에서는 텍스쳐가 다 뭉개지거나 광원 처리가 엉성해져서 기괴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 같은 위치에서 옵션별로 촬영한 이미지 (구석 확대). 옵션이 높아질 수록 바닥 디테일이 좋아진다
전체적인 느낌은 낮음 프리셋과 울트라 프리셋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바닥의 디테일이나 광원 처리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움직이는 화면에서는 차이점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그래픽 세팅의 특징입니다.
▲ 울트라 프리셋 + 하드웨어 루멘 ON/OFF 비교
하드웨어 루멘(레이트레이싱)의 경우 실내, 밤 시간대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대낮 실외에서는 게임의 현실감에 차이를 주는 옵션입니다. 하드웨어 루멘을 사용하면 더 포토리얼리스틱한 장면을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사양이 충분하다면 켜는 것이 좋지만 프레임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사양이 좋더라도 업스케일링이 필수적입니다.
또 하드웨어 루멘을 사용하지 않아도 게임의 분위기가 망가지거나 몰입감이 깨지지 않기 때문에, 이 옵션에 미련을 갖기 보다는 원활한 프레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기획, 글 / 다나와 송기윤 iamsong@cowave.kr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