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Clair Obscur: Expedition 33). 대륙 이동설과 지각변동을 넘어서 세계가 산산이 찢어지는 사건 ‘균열’이 있었다. 그 후 1년에 한 번 ‘페인트리스’라고 불리는 여인이 거석 위에 숫자를 그리면 그 숫자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저주를 받아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벨 에포크 풍의 도시 뤼미에르에서 67번째 고마주를 맞이하는 날에 게임이 시작된다.
“벨 에포크 풍의 도시 뤼미에르에서 고마주를 준비하는 소녀를 그려줘”

게임 시작할 때 스토리나 트레일러를 하나도 안 보고 넘겼는데, 동네에 꽃이 많길래 축제인 줄 알았더니 장례식이었지 뭐야. 곧 죽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장례식보다는 송별식인가?
소란스럽지만 서늘하고, 웃고 있지만 눈물이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노인이 없는 도시를 지나 항구로 가면 고마주가 시작되지.
“바다 너머 34라고 적혀있는 거석, 그 옆에 서 있는 긴 머리의 페인트리스를 그려줘”

저건 페인트리스가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거냐, 아니면 페인트리스의 키가 수십 km 단위인 거냐?
뭐, 보기 쉬우라는 의미의 게임적 표현이라 생각하고, 본격적인 고마주를 시작하자.
“바다 너머 거대한 바위에 34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바위 옆에 서 있는 긴 머리의 여인이 손으로 34를 쓰다듬자, 글자는 33으로 변합니다. 숫자가 33으로 변하니 왼쪽에 있던 소년이 붉은 꽃잎과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아니아니! 소년이 릴리몬으로 디지몬 진화하지 말고, 분해되라고!
"먼지가 되어 산산히 분해되는 소년... 아니, 청년!"

숫자를 그리면 사람이 죽는다니. 운명을 조작하는 '페이트리스'라는 이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림 그리는 '페인트리스'였어.
갈수록 숫자를 줄여 사람의 수명을 줄이고 마지막엔 인류를 멸망시킬 고마주를 멈추기 위해 33원정대가 출격한다.
“33원정대가 된 소녀를 그려줘”

세계가 찢어지며 작은 섬처럼 나뉘었기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페인트리스를 잡으러 간다.
그런데 RPG에서 오프닝에 배를 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오프닝이 끝나면 주인공은 의식을 잃은 채 어딘가에 쓰러져 있게 되지”

봤냐? RPG 주인공이 오프닝에서 배를 타면 이렇게 되는 거야.
이제 일어나. 편하게 누워 있을 시간이 없다!
“적이 온다! 턴제 전투를 준비해라!”

글자가 잘 보이진 않지만, 어택, 매직, 아이템, 탈출… 이 인터페이스는 RPG 만들기?
아니 이게 턴제는 맞는데, 그렇다고 RPG 만들기는 아니라고.
"RPG 만들기 인터페이스 빼고 평범하게 대치 상태로!"

페인트리스가 창조한 생물체 네브론.
약점이 없는 생명체를 만들 수는 없었는지 몸에 파란 핵을 공격하면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다.
“AP 1을 소모해서 핵을 사격!”

왜 핵이 폭발하지 않고 탱탱볼처럼 날아가? 네브론도 이해가 안된다는데?
어쨌든 사격은 턴을 소모하지 않으니 계속 소녀의 턴이야!
“네브론에게 근접 공격! 네브론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저 날아가는 애니메이션 풍 연출은 뭐야? 로켓단이야?
앞으로 해야 할 전투가 많은데 시작부터 이래버리면 어쩌지…
"일단 전투가 끝났으니 영약 한 잔 해"

그나저나 영약이 참 영롱하군. 레인보우 슬러시에 치즈크림 폼 얹은 느낌이야.
이제 앞서간 원정대들이 남긴 깃발 아래에서 파티원을 한 명 추가한다.
“원정대 깃발 아래에서 분홍 머리의 원정대원을 만나는 소녀”

아니 왜 진짜 머리만 왔어!
현실 고증하려고 위에 밧줄 달아놓은 게 더 열받네!
"몸통도 달고 와!"

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사람을 담그려는 AI녀석…
파티원도 생겼으니, 원정을 계속 간다.
“암벽에도 길이 있으니 암벽을 등반하라”

네브론과 싸워가며 암벽에 길을 만든 선발대가 있었다고? 등산이 그렇게나 좋았나? 아니 그럼 그 전 원정대들은 어느 길로 간 거야?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네브론을 전멸시키진 않았는지 네브론이 그냥 돌아다니네.
“선제 공격이다. 네브론에게 에너지 파동 공격!”

필드에 있는 적을 공격하여 전투에 진입하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
33원정대의 턴제 전투는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방식이 아닌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패링할 수 있지.
“먼저 적의 공격을 뒤로 뛰어서 회피한다!”

아니 그렇게 온몸을 던질 것까지는… 대미지 입을 것 같잖아!
회피가 잘 안되면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패링을 하자.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을 튕겨낸다!”

이게 엇박을? 아주 못된 것만 배워 왔네?
"엇박 말고 정박으로 공격해!"

그래. 그렇게 정박으로 해야 쉽게 쳐내지.
패링에 성공하면 반격이 가능해진다. 적의 턴에 피해를 받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33원정대가 반격을 가합니다!”

고난도의 적은 원정대원을 한 방에 죽이니, 회피로 간을 보다가 패턴이 익숙해지고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게 됐을 때 패링으로 완벽한 승리를 취한다.
이제 야영지에서 쉬자.
“앞서간 이들처럼 야영지에서 일지를 작성하는 소녀”

그나저나 서양 게임은 일지 작성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
동네 깡패나 뒷산 도적들도 오늘 할 일이나 보물 상자를 어디에 숨겼는지 마치 유언처럼 일지로 남겨둔다니까?
“이제 야영을 끝내고 다음 지역인 공중 수역으로 가자”

지상인데 심해인 것 같은 지역이라… 던전 앤 파이터의 하늘성이 떠오르는구나.
이곳의 네브론들은 산호가 변이된 듯한 형태를 하고 있지.
“몸이 산호로 구성된 돌연변이 같은 몸을 가진 거대한 괴물”

아니 잠깐 심해+돌연변이라고 지금 고질라를!
페인트리스 얼굴도 못 본 채 전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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