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어느새 1/4이 지나가고 좀 있으면 하반기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 동안 새 그래픽카드가 나올 만큼 나왔고, 플래그쉽부터 하이엔드까지 이어지는 비싸고 성능 좋은 제품들은 다들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60' 시리즈에 해당하는 메인스트림 뿐인데요. 새 그래픽카드를 미리 받아서 먼저 써 본 것도 아니지만, 가장 가슴이 옹졸해지는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오타 아니에요. 웅장 아니라 옹졸 맞습니다. 가장 기대가 안 되는 제품만 남았다는 소리죠.
이제 좀 있으면 컴퓨텍스가 열리고, 거기서 성능과 실물이 다 공개될텐데 왜 굳이 지금 지레짐작을 하냐고요? 지금까지 쌓인 빅데이터가 그런걸 어쩌나요. 하위 모델로 갈수록 전 세대에 비해 성능 향상은 지지부진하고, 순수한 성능 개선보다는 AI나 슈퍼샘플링 같은 쪽만 부각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획기적인 최신 공정을 도입해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해 가격이라도 낮췄다면 그것도 아니죠. 오히려 최신 공정을 쓸수록 제조 단가가 오르다보니, 메인스트림 급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성능을 높이기가 참 힘들어졌고요. 물가에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할 뿐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요? 차세대 60 시리즈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가 나와도, 현 세대에 비해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테고요. 가격이 내려가긴 고사하고 동결이나 됐으면 다행이며, 오를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소립니다. 어찌됐건 명색이 최신형인데 제조사에서 싸게 내놓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러니까 정말 지금 당장 그래픽카드가 필요한데 돈이 없다면, 새로 나올 60 시리즈에 희망을 품고 기다리기보다는 지포스 RTX 4060이나 라데온 RX 7600 같은 현 세대 보급형 카드라도 빨리 사서 쓰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 동안 재고는 착실하게 깔려 있으니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요. 가격 역시 안정적이니까요.
지포스 RTX 4060과 라데온 RX 7600은 공통점이 많은 그래픽카드입니다. AMD와 NVIDIA 양쪽 진영에서 가장 저렴한 현 세대 그래픽카드이고요. 이제는 보급형 그래픽카드의 상징이 되버린 128비트 8GB의 겸손한 메모리를 지녔습니다. 보조전원도 8핀 하나 뿐이라 매우 친환경적이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두 카드를 같은 등급으로 칠 수는 없는 게, 가장 중요한 가격이 다릅니다. 그것도 1, 2만 원 차이 나는 게 아니라 꽤 크게 차이납니다. 지포스 RTX 4060은 다나와 최저가 45만 원부터 시작하고요. 라데온 RX 7600은 가장 저렴한 제품이 35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대충 비교해도 10만 원 씩이나 차이가 나는 그래픽카드인 셈이죠.
그러니까 저렴한 라데온 RX 7600 사는 게 이득이라는 뻔한 소리를 하려는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 말은 성능을 보고 나서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지포스 RTX 4060이 10만 원 더 비싸도, 그것 이상으로 성능이 높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제품이 될 것이고요. 그렇지 못하다면 굳이 그래픽카드에 돈을 더 쓸 필요 없이, 저렴한 라데온 RX 7600을 사고 차액으로 다른 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10만 원이면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거든요. CPU 쿨러를 공냉에서 수냉으로 바꾸던가, DDR5 메모리를 16GB에서 32GB로 늘리던가, 정품 윈도우를 살 수도 있습니다.
지포스 RTX 4060과 라데온 RX 7600의 성능 비교는 예전에도 했었지만 https://gigglehd.com/gg/14504060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저게 2년 전에 했던 테스트니까 드라이버도 바뀌고 그 사이에 나온 게임들도 많고요. 당시 테스트에서 썼던 라이젠 9 7900X가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7900X '씩이나' 되는 CPU에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를 달아서 쓸 것 같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좀 더 가격대에 어울리는 라이젠 5 9600X로 맞춰서 테스트를 진행하고요. PBO는 켜고 DDR5 6000 32GB 메모리에 360mm 수냉 쿨러를 장착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급에서 풀 HD 외에 다른 해상도를 쓸 일은 없을테니 해상도는 그것만 테스트하고, 이제는 보급이 많이 된 DLSS와 FSR을 균형 모드로 실행했습니다.
지포스 RTX 4060
라데온 RX 7600
라이젠 5 9600X
MSI MPG X870E 카본 WiFi 메인보드
DDR5-6000 32GB 메모리
배틀그라운드
몬스터 헌터 와일즈
호그와트 레거시
사이버펑크 2077
검은 신화: 오공
퍼스트 디센던트
마블 라이벌즈
발더스 게이트 3
레지던트 이블 RE4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F1 24
디아블로 4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테스트 결과는 들쑥날쑥합니다. 지포스 RTX 4060이 시종일관 10만 원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진 않았고요. 더러는 앞서기도, 때로는 비슷하기도, 심지어는 성능이 뒤쳐지기도 합니다. 그 많지 않은 앞서는 항목조차도 숫자로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검은 신화: 오공이나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같은 최신 고사양 게임에서 지포스 RTX 4060이 더 높은 성능을 내지만, 4060으로 이들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하기엔 다소 버겁기에 실사용에서는 오히려 큰 의미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확실한 우세를 차지한 건 F1 24와 마블 라이벌 정도일까요. 그에 비해 라데온 RX 7600은 호그와트 레거시나 사이버펑크, 디아블로 4, 배틀그라운드 등에서 판정승을 거두었고, 몬스터 헌터 와일드와 발더스 게이트 3에선 대등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마다 성능이 다르니, 자신에게 필요한 걸 고르라'고 해석한다면 그건 기계적인 중립에 가깝고요. 라데온 RX 7600이 10만 원이라는 핸디캡을 안고서 지포스 RTX 4060과 발을 맞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예산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현 세대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를 사겠다면, 그리고 NVIDIA 최적화 게임만 쏙쏙 골라서 플레이하는 비범한 취향을 지닌 게 아니라면, 뒤쳐지지 않는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라데온 RX 7600을 마다할 이유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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