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는 일본 여행의 또 다른 강점이다. 후쿠오카에서도 기차, 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여행지로 떠날 수 있다. 이번엔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모노세키로 떠난다. 기차 타고, 바다 건너 만난 시모노세키 당일치기 여행을 위한 관광지를 모았다.

용궁과 닮은 이유
아카마신궁
시모노세키(下關)의 간몬해협 바로 앞에 자리한 아카마신궁(赤間神宮)은 슬픈 사연을 품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 8살의 어린 나이로 죽은 안토쿠 천황(安德王, 1180∼1185년)을 기리는 신사다. 고작 8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서러움이 신궁에 서려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묘하고, 동시에 몽환적이다.

당시 안토쿠는 외할아버지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의 뜻으로 어린 나이에 천황이 됐다. 그러나 얼마 후 헤이시(平氏) 집안은 무사 집단이었던 겐지(源氏) 세력과의 최후 전쟁에서 패한 후 곧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에 안토쿠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어린 천황을 안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저 바다 밑에 우리가 살 궁이 있단다.” 이유도 모른 채 삶의 끝에 선 어린아이를 바다 아래 희망으로 달래면서 말이다.
그 후 후손들은 바닷속 용궁과 같은 모양으로 신궁을 지었다. 깊은 바다에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잠시나마 떠올렸을, 가엾은 어린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다.

아카마신궁에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신궁 안쪽 건물 옆쪽에 자리한 ‘미미나시호이치(耳なし芳一)’ 불상이 주인공이다.
시모노세키에서 유명한 악사였던 호이치는 어느 날 왕 앞에서 연주하도록 초청됐는데, 그 왕은 다름 아닌 사후세계의 염라대왕이었다. 호이치의 뒤를 밟은 마을 주지스님이 곧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스님은 사신들의 눈에 호이치가 보이지 않도록 그의 온몸에 불경을 적었다.
그런데 이때, 실수로 그만 귀를 빼먹었던 것. 염라대왕 앞에 호이치를 데려가야 했던 사신들이 호이치를 찾다가 그의 귀만 발견해 귀를 잘랐다. 호이치는 귀를 잃었고, 그때부터 귀 없는 호이치란 뜻의 ‘미나시호이치’라 불리기 시작했다.
참, 아카마신궁 맞은편에는 조선통신사 상륙지도 있다. 먼 길을 떠나 이곳에 도착했을 조선인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길 바란다.
잊을 수 없는 녹차의 맛
쵸후 모리 저택
그냥 온종일 걷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 마을이 이곳에 있다. ‘쵸후 모리(長府毛利)’의 성 아래 마을이라는 의미의 쵸후성하마을(長府城下町)이다. 쵸후 모리는 1900년대 초 시모노세키 지역을 다스렸던 영주로, 모리 집안의 사람들이 살던 쵸후 모리 저택長(府毛利邸)이 아직도 마을에 남아 있다.

이 저택은 모리 가문의 14대 자손인 모리 모토토시에 의해 1898년부터 1903년까지 지어졌는데, 1919년까지 모리 가문 사람들의 거처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쵸후 모리 저택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널찍널찍한 다다미방과 천장에 은은하게 달린 꽃 모양의 등이 집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저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안채와 연결된 정원이다. 나무와 아담한 연못과 바닥에 깔린 돌길까지도 어느 하나 모나지 않고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원 구경을 마치고 안채로 돌아오면 따뜻한 말차 한 잔이 기다리고 있다. 과자 먹고, 차 한 모금, 달콤함과 쌉쌀함이 입 안을 기분 좋게 한다.
시모노세키의 바다 맛
가라토 시장
이왕 시모노세키로 향할 계획이라면, 평일보단 주말이 좋겠다. 시모노세키 선착장 앞 가라토 시장(唐戶市場)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가라토 시장은 우리나라의 노량진시장 같은 수산 시장으로, 일본 복어 생산량의 80% 정도가 이곳을 거쳐 유통된다.

가라토 시장이 재밌는 또 다른 이유. 형형색색의 초밥이 펼쳐진다. 너무 많아 선택하기 힘들고, 가게마다 많이 달라 복불복 게임이 되지만, 온갖 초밥들을 경험할 수 있다.

우니, 광어, 도미, 장어, 새우 등 익히 봐 왔던 것부터 생김새도, 이름도 생소한 생선까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용법도 간단하다. 우선 맘에 드는 집을 선택한 후 일회용 용기와 집게를 집어 들고, 맘에 드는 초밥을 맘껏 골라 담으면 된다.

초밥의 종류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메뉴 앞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계산할 때 젓가락과 간장을 챙겨 준다. 식사는 2층에 바 형태의 공간도 괜찮지만, 시장 밖으로 나가 바다를 보며 먹는 걸 추천한다.
시모노세키+
관광지에서 가까운 오션뷰 호텔
시모노세키 그랜드 호텔
시모노세키를 좀 더 진득하게 여행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호텔이다. 가라토시장과 카이쿄칸(수족관) 등 시모노세키 관광지와 가까운 호텔(Shimonoseki Grand Hotel)이다. 특히,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를 갖춘 뷰 맛집이다.

싱글부터 더블, 트윈, 트리플, 딜럭스, 스위트까지 다양한 타입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F&B 공간도 프렌치와 일식, 로비 라운지 3곳을 갖췄다.

일반 객실은 모던하고 현대적인 분위기 또는 일본식 다다미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조식은 일본식과 서양식으로 나뉘는데, 둥근 바구니에 깔끔하게 차려지는 일본식 식사를 추천한다. 게다가 호텔 앞에 편의점과 스타벅스 등 편의시설도 있다.
시모노세키 가는 방법
후쿠오카에서 기차 활용하기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고쿠라역(Kokura Station)까지 이동 후 일반 기차로 갈아타면 시모노세키역에 닿을 수 있다. 순수 기차 탑승 시간은 30~40분으로 길지 않으며, 가라토 시장까지는 시모노세키역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진에어 인천-기타큐슈 직항
진에어가 인천-기타큐슈 직항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하고 있다. 기타큐슈공항에서 고쿠라역까지 오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으며, 고쿠라역을 기점으로 기타큐슈, 시모노세키 여행을 즐기면 된다.
LJ351 인천->기타큐슈 16:15-17:40
LJ352 기타큐슈->인천 18:40-20:00
글·사진 트래비 에디터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