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5에서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 씨게이트(Seagate Technology)가 AI 시대를 위한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씨게이트 특별 부스에서는 AI 서버 및 데이터 센터(CSP)용 스토리지 제품을 선보이며, AI 및 빅데이터 시대에 최적화된 저장 장치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번 전시에서 씨게이트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열 보조자기 기록(HAMR) 기술 기반의 32TB 하드 드라이브다. 이전 HDD의 읽기, 쓰기를 담당하는 헤드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플래터 한 장의 최대 용량은 2.4TB에 그쳤다. 따라서 HDD 케이지의 물리적 한계인 플래터 10장을 집적해도 총 24TB 용량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씨게이트는 이런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독자기술인 ‘해머(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 즉 열 보조자기 기록 방식을 적용한 헤드를 개발했다. HAMR 기술은 디스크의 특정 영역을 레이저로 순간적으로 가열하여 자성 물질의 자기 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방식보다 더 작은 영역에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끔 한다. 이로 인해 저장 밀도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며 24TB의 한계를 넘어 32TB 용량의 Exos M 하드 드라이브를 출시한 것이다.
이런 HAMR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HDD 제품군을 Mozaic 3+라 명명하고 향후 40TB 이상의 하드 드라이브를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100TB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AI 및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대용량 저장 솔루션을 제공하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와 공간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씨게이트는 본격적인 AI 시대를 대처하는 전략도 공개했다. 이슬기 씨게이트 사업부 마케팅팀 차장은 AI를 통한 생성형 작업을 진행할 때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순환 구조를 강조하며 각 작업 영역의 데이터 처리에 대해 씨게이트의 각종 신기술이 사용될 것이라 장담했다. 이 차장은 생성형 AI 작업 시 소스 데이터 → 학습 모델 → 콘텐츠 생성 → 콘텐츠 저장 → 데이터 보존 → 데이터 재사용으로 이루어지는 순환 고리의 길을 씨게이트가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더불어 씨게이트의 HDD 제품군에 NVMe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혁신도 공개했다. NVMe 인터페이스는 SSD에서 주로 사용되며 기존 HDD가 연결되던 SATA 방식보다 대역폭이 높고 낮은 지연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HDD에 적용해 기존 방식보다 빠른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AI 워크로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현상을 방지하겠다는 씨게이트의 혁신안이다.
씨게이트는 이러한 NVMe HDD의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NVIDIA의 BlueField DPU와 AIStore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개념 증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NVMe HDD와 SSD를 함께 사용하여, AI 워크로드에서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보장하게 된다.
뭔가 미래 지향적인 데이터 스토리지, AI 데이터 처리 기술과 더불어 부스 한 켠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씨게이트의 일반 유저 대상 제품도 전시되고 있었다. 바로 CCTV에 특화된 SKYHAWK AI와 NAS용 HDD, IronWolf Pro가 그 주인공이다. SKYHAWK AI 시리즈는 AI 기반 영상 분석 및 고성능 감시 시스템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HDD로 24시간 연속 작동 환경에서 다수의 고화질 카메라 스트림과 AI 분석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었다.
IronWolf Pro 시리즈는 NAS 전용 HDD로, 고성능, 고신뢰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중소기업, 크리에이터, 그리고 데이터 집약적인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군이다. 특히 영상 편집, 파일 백업,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협업 기반의 워크플로우와 같이 수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읽기·쓰기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번 컴퓨텍스 2025에서 씨게이트는 신제품을 중심으로 부스를 차리기보다는 AI 시대를 위한 스토리지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혁신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장을 마련한 느낌이 강했다. 한동안 사장되는 사업으로 여겨지는 HDD가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킴과 동시에 미래 데이터 처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솔루션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에 따라 씨게이트가 제시한 HAMR과 Mosaic 3+ 라인업, 그리고 NVMe 인터페이스 HDD가 어떤 혁신과 변혁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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