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첫눈에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것과 사랑에 빠질 줄은…
첫인상부터 불호인 것과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영화 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물론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음료라는 것이고. 그 음료가 사실은 ‘물파스 향’이 나는 호불호 음료라는 것이다.
‘루트비어’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이중 몇 개는 마시즘이 지어줬다). 마시는 물파스, 마시는 화생방, 마시는 맨소래담. 특유의 화한 향 때문인지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더라도 한 잔, 두 잔 경험하다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걸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굴까? 그 사람도 맛있게 마셨을까?
루트비어지만
맥주가 아닙니다

루트비어는 이름 그대로 ‘뿌리(Root)’로 만들었다. 하지만 ‘비어(Beer)’는 아니고 음료다. 북미 원주민들 사이에서 내려오던 야생뿌리와 허브를 가지고 탄산음료를 만든 것이다.
이를 상업적으로 처음 만든 사람은 찰스 하이어스라는 사람이다. 그는 1876년 박람회에서 루트비어를 처음 공개하였다. 그런데 이름이 ‘루트비어’가 아닌 ‘루트티’였다.

하이어스는 티(tea)라는 명칭이 음료를 사 마실 노동자들에게 어필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름을 바꿨다. ‘루트비어’로 말이다. 그러자 이 음료는 부리나케 팔렸고, 술을 못 마시는 금주법에는 특히 그 이름 때문에 더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루트비어는 코카콜라와 같은 길을 걸었을까? 루트비어는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세계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루트비어를 팔려다
햄버거 체인이 된 가게

현재 나온 루트비어 중에 가장 유명한 제품은 ‘A&W 루트비어’다. 북미지역이나 특히 일본 오키나와 섬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그 시작은 가판대에서 루트비어만을 팔던 가게 불과했다.

1919년 로이 앨런의 루트비어를 파는 가판대는 인기를 얻었다. 이후 프랭크 라이트를 영입하여 루트비어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로 한다. 앨런과 라이트의 이름을 딴 A&W의 탄생이다. 드라이브 스루로 음료를 판매하며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또 음료와 어울리는 메뉴를 찾다가 만든 것이 햄버거였다. 사실 음료를 팔려고 했지만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오래된 선배님이라고나 할까?

특히 이 A&W 매장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일본 오키나와 섬이다. 본토에는 1개도 없는 A&W 점포가 오키나와에는 맥도날드보다 많다. 바로 미국이 이 섬을 통치하던 시기(1945~1972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만들어진 A&W 매장들이 여전히 남아서 아시아 몇 안 되는 루트비어의 천국이 되어있다.
마실수록 더해지는 매력
아이스크림까지 얹으면?

이런 루트비어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솔의눈도 닥터페퍼도 잘 마시는 내가 이런 음료쯤이야…. 하지만 첫 루트비어의 경험은 과거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화생방>이라는 리뷰에서도 밝혔듯 쉽지 않았다. 구급상자를 열 때 파스향이 났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도 한 번 만나고, 괌에서도 만나고, 오키나와는 사실 루트비어 때문에 여행을 가기도 했다. 마실수록 그 달콤한 매력을 알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얹어진 루트비어는 탄산음료가 된 밀크쉐이크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고, 짜릿한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해 준다.
이제 어떻게… 나 마시즘 하면서 음료리뷰만 하다가 마시는 물파스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장벽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올 때
한국에서는 마시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음료지만, 루트비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 이들이 루트비어를 사랑한 것은 대부분 ‘첫눈에’가 아닌 ‘마시다 보니’였다. 장벽 같았던 첫인상을 넘어 매력을 찾았을 때의 즐거움이란 누구나 맛있게 먹는 다른 음료들과는 다른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트비어는 만인이 좋아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일당백캔’하는 음료다. 루트비어와 “내가 너와 얼마나 지지고 볶고 추억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때로는 첫눈에 좋지 않은 사람과 상황을 만나더라도 점점 매력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루트비어가 고맙다.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