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중식의 세계 속, 상하이에서 작지만 빛나는 별들을 만났다. 상하이 살이 15년차의 지아첸(Jiachen)이 자신 있게 데려간 로컬 식당을 소개한다. 외국인 여행객 아니고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한 곳으로.

메뉴 : 샤오롱바오
수프 먼저 마시고 한입에 쏙
다후구이탕바오점
大沪贵汤包店(Dahugui Dumpling) 中山医院店
얇은 만두피를 푹 찌르면 주르륵 하고 뜨거운 육즙이 터지는 만두. 샤오롱바오다. 흡사 동글동글한 주머니처럼 생긴 샤오롱바오는 중국 각지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사실은 상하이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상하이 스타일의 샤오롱바오는 다른 지방에서 만드는 샤오롱바오보다 크기가 작은 편. 샤오롱바오는 이렇게 많은 육즙(수프)을 내는 것이 다른 만두와 다른 특별한 점인데, 돼지고기를 삶은 물을 젤리처럼 굳혀 만두소 안에 작은 조각을 넣어 빚은 다음 찜기에 쪄내면 뜨거운 열기로 자연스럽게 육즙이 만들어진다.

상하이에는 샤오롱바오를 대표 메뉴로 걸고 있는 식당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다후구이탕바오점(大沪贵汤包店)은 외국인 여행객을 찾아볼 수 없는 평소 ‘찐’ 로컬들이 찾는 만두집이다. 샤오롱바오는 아무나 쉽게 빚을 수 있는 만두가 아니다.

얇은 만두피를 다루는 것부터 주머니 모양으로 겹겹이 말아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련된 스킬을 가진 자만이 실패율을 줄일 수 있고, 기계로 빚은 것과 맛에도 차이를 준다. 외국인은 잘 모르는, 그 작은 차이를 알고 있는 지아첸은 그런 이유로 이 집 샤오롱바오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다후구이탕바오점의 샤오롱바오는 얇고 쫀득한 만두피에도 달달하고 은은한 육향이 배어있는데, 육즙을 터뜨려 호호 불어 한입에 쏙 넣으면 두어 번만 오물오물해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상하이 여행 중 샤오롱바오를 서너 번 더 먹어봤지만 확실히 이 집 샤오롱바오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현지인의 추천은 확실하다. 참고로 상하이에서 샤오롱바오는 식초간장에 찍어먹는 게 ‘국룰’이다.
메뉴 : 총유면, 성젠바오
국수에 군만두는 못 참지
동타이 시앙생지안
东泰祥生煎馆(Dongtai Xiangshengjian)
뜨겁게 달군 커다란 팬에 동글동글 두툼하게 빚은 만두 수십 개가 오른다. 만두피가 두꺼운 윗면을 바닥으로 놓고 튀기듯 구워 낸 성젠바오다.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성젠바오를 굽는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는 식당이다. 어떤 음식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간과 불 조절인데, 이 식당이 바로 예민한 불 조절이 필요한 성젠바오를 잘 만드는 곳으로 꼽힌다. 만두 속까지 골고루 익히면서도 너무 태우지 않게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한쪽은 바삭하고 한쪽은 촉촉한 식감도 재밌는데 돼지고기 잡내 없이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에 웃음이 터지게 만든 달까.

큼직한 성젠바오 8알에 맥주 한 병이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여기에 상하이식 국수인 파기름 국수 총유면을 곁들이면 게임 끝이다. 총유면은 특제 간장 소스로 볶은 국수에 뜨거운 파기름을 부운 국수인데 얼핏 밍밍한 짜장 라면과 흡사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동타이 시앙생지안은 그 어느 곳보다 파를 듬뿍 넣고 기름을 내 감칠맛을 더욱 살렸다고. 국수 위에 한 움큼 올린 파 튀김이 이 집 총유면을 살리는 ‘킥’이다. 이밖에 다른 만둣국과 국수를 더해 둘이서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도 2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메뉴 : 홍소육, 버섯참마볶음
상하이 밥도둑
아겐식당(Agen Restaurant)
뱅그르르 돌아가는 회전식 테이블을 갖춘 중국음식점이다. 건물과 인테리어, 식기,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연식이 느껴진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다양한 음식 풍성하게 주문해 놓고 나눠먹는 분위기까지도 로컬 식당의 조건을 갖췄다.


현지인의 원픽 메뉴는 홍소육이다. 홍소육은 두툼한 삼겹살을 간장과 설탕, 향신료 등을 넣고 저온에서 푹 끓인 음식으로 동파육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동파육은 항저우 스타일의 홍소육이라고 보면 된다. 조리 방법에 따라 동파육은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한편 홍소육은 이보다는 씹는 식감을 살린 편. 달콤하고 짭조름한 것이 흰쌀밥 위에 올려먹으면 이보다 자극적인 지방과 탄수화물의 조합이 없다.

다만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사용하는데다 달달한 편이라 전투적으로 덤볐다가도 금세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다. 여기에 매콤한 해산물 볶음을 곁들여도 좋고, 버섯과 참마, 피망을 담백하게 볶은 음식도 사이드메뉴로 합격.
메뉴 : 망고 코코넛밀크 스무디
먹고 또 먹은 디저트
샤오퇀위안 탕수포 (양양난루점)
小团圆糖水铺(Xiaotuanyuan Tangshuipu) 襄阳南路店
상하이에서는 크고 작은 밀크티 전문점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 메뉴도, 맛도 각각의 매력이 달라 ‘1일 1밀크티’를 실천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하루는 밀크티를 포기하고 샤오퇀위안 탕수포에서 망고 코코넛밀크 스무디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매일 하이난에서 공수한 싱싱하고 잘 익은 망고에 코코넛밀크를 넣고 갈아낸 스무디에 큼직하게 썬 망고를 한 그릇 가득 채운 디저트다. 생망고가 그릇에 한 가득 담겨 있어 스무디인지, 빙수인지 알쏭달쏭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스무디에 망고를 크게 한술 떠먹으면 급속도로 당이 충전되는 느낌이랄까. 여기서 포인트는 인공적인 단맛이 아니라는 것.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를 채워 넣을 공간은 있지 않은가? 상하이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디저트 집이자, 다음 날 또 간 집이기도 하니 믿어도 좋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