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여행은 주로 서쪽과 북쪽이 중심이 된다. 호텔은 서쪽 해변을 따라 수수페(Susupe), 가라판(Garapan), 샌로크(San Roque)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동쪽 바다는 뒤로 밀린다. 그렇지만 사이판의 청정 해변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로컬들은 주말이면 덜 붐비는 해변에서 바비큐를 하고, 물놀이를 즐긴다. 로컬들이 직접 알려준 동쪽 바다와 정글을 탐험하고 돌아왔다.

악어가 노니는 물가
나나수 비치
악어 모양의 큼지막한 바위가 있어 ‘악어 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커다랗게 입을 벌리는 악어의 옆모습에 마치 악어가 노니는 작은 물가처럼 느껴진다. 나나수 비치(Nanasu Beach)원래는 가는 길이 험해 산후안 비치와 함께 숨겨진 해변으로 알려져 있었다.

현재는 2023년에 새롭게 개방한 도로, 윈드워드(Windward Road)를 통해 쉽게 갈 수 있다. 악어 바위 외에도 커다란 바위가 많아 각기 다른 바위를 보는 맛도 있다.
먼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는 푸른빛이 온데간데없이 하얗게 바뀔 정도로 세지만, 바닷가와 가까운 바위일수록 주변의 물살이 잔잔해진다.

그 덕에 해변 주위로 바닥이 훤히 비치는 냇가 같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높은 파도가 발생할 수 있고, 강한 물살과 낙석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니 조심하자.
바다 위 지휘자가 되는
산후안 비치
춤추듯 다르게 자라난 야자수들이 입구에서 반기는 해변(San Juan Beach)이다. 사이판 동부 해안을 따라 펼쳐진 골프장 ‘킹피셔 골프 링크스’의 바로 위편에 있다. 여기도 원래 오프로드로 가야 했으나, 윈드워드 도로를 통해 쉽게 닿을 수 있다.

해변과 가까운 바다의 중앙부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무대’ 같은 평평한 바위가 있다. 물때가 맞으면 올라서서 사진을 찍는 곳으로 자주 쓰인다. 또 해변에서 나나수 비치처럼 커다란 악어 형상의 바위도 만날 수 있다.


정면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입을 쩍 벌린 호랑이 같아 ‘타이거 비치’라고도 불린다. 바다 저 멀리 왼편에는 바위에 구멍이 있어 파도가 칠 때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도 이따금 볼 수 있다.
나무 동굴 끝에 만나는 얼굴
올드 맨 바이 더 시
사방으로 얽힌 나무 동굴 사이로 20분 정도 수그려 헤치고 넘다 보면 어느 순간 초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할아버지의 옆얼굴 모양의 거대한 바위 ‘올드 맨’이 이 왼편에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으레 그렇듯 이 바위에도 전설이 전해지는데, 바다로 떠난 어부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사람의 얼굴이라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올드 맨과 같은 방향으로 얼굴을 겹치거나 반대편에서 입을 맞추듯 자세를 잡으면 좋다.

숲길은 자연 상태 그대로 놓여 발밑으로는 낙엽이, 머리 위로는 푸릇푸릇한 잎과 햇볕이 쏟아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숲이 빽빽한데, 걷다 보면 점차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참, 쓰레기가 이곳(Old Man By The Sea)으로 많이 밀려오는데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 사이판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종종 플로깅을 하러 찾기도 한다.
트레킹 후의 만찬
스파이시 타이 누들 플레이스
거친 정글을 탐험하고, 땀을 쏟은 뒤에는 허기가 몰려온다. 적당히 매콤하고, 달고, 짜고, 신 다채로운 맛의 태국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 좋겠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가성비 좋은 태국 식당 ‘스파이시 타이 누들 플레이스(Spicy Thai Noodle Place)’가 적당하다.

다양한 단품 메뉴(볶음밥·쌀국수·쏨땀·생선튀김·푸팟퐁커리·바질조개볶음·똠양꿍·팟타이 등)가 준비돼 있고, 점심에는 태국 음식을 두루 먹을 수 있는 뷔페도 운영된다. 비싼 물가의 본토와 달리 메뉴당 6~13달러면 충분하다.

추천하는 조합은 태국식 볶음밥(돼지·닭·소고기·새우·해산물 중 택1)+푸팟퐁커리+쏨땀+쌀국수(닭·소고기·새우·해산물 중 택1)는 기본, 룸피아 또는 팟타이를 추가하면 3~4명은 배부르게 식사할 수 있다.

특히 적당히 매콤한 푸팟퐁커리와 고소한 볶음밥의 조합은 실패하지 않는 확실한 맛을 선사한다. 또 달콤한 밀크티도 빠트리면 섭섭하다.
사이판을 추억하는 매개체들
마리아나 크리에이션
사이판, 그리고 북마리아나제도 여행을 추억할 만한 기념품을 사고, 커피도 마시고 싶다면 마리아나 크리에이션(Mariana Creations)가 알맞은 공간이다.

여러 간식(마리아나스 커피 원두·초콜릿 등)과 공예품(액세서리·액자 등), 의류(사이판이 새겨진 티셔츠 등) 등 다양한 제품이 있고, 한편에는 카페 겸 바도 갖췄다.
현지인들도 가볍게 들렀다 가는 공간인데, 사이판 뮬, 바질 김렛,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의 칵테일과 니트로 콜드브루, 아이스 아메리카노, 프렌치 프레스 등의 커피 메뉴가 준비돼 있다.

또 마리에이나 크리에이션이 있는 마이크로비치 로드에는 사이판 맛집(카사 우라시마·포키 야끼·에베레스트 키친 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이판의 동쪽은 북마리아나제도의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보고다. 식물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정글, 마음이 시원해지는 새파란 바다, 그리고 물속을 쏘다니는 물고기 친구들도 있다. 다이내믹하고, 생생한 사이판 여행을 원한다면 사이판 동부로 향하면 된다.
글 이성균, 남현솔 기자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