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의회가 캘리포니아주의 2035년 휘발유차 판매 전면 금지 계획을 무산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방 정부가 캘리포니아에 부여한 환경 규제 완화 권한을 철회한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전기차(EV) 전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동시에 한국 완성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전략적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EV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2024년 기준 25%에 달한다. 뉴욕,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등 12개 주도 동일 기준을 따를 예정이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 주의 정책 철회가 아닌, 미국 전체 전기차 로드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의 개입은 곧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기업들의 전략 수립과 기술 투자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
국산차 업계는 리스크보다 ‘전략적 기회’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ICE 라인업을 병행 유지하는 현대차·기아에 유리하다. 특히 북미 현지에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확대될 경우, 이미 생산기반을 확보한 한국차의 공급 능력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 및 조지아(HMGMA) 등에서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병행한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정책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반면 EV 전환이 지연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시너지 전략,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조기 확대 계획은 일부 조정이 불가피해 진다. 또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연계된 EV 보조금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해 정책 불확실성 관리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 의무화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우선 나오고 있다. 특히 EV 의무판매 규제와 관련된 ‘크레딧 거래제’가 테슬라와 같은 선도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경쟁사들의 자율적 전환 여력과 투자 유인을 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가 곧 EV 포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다변화라는 전 세계적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며, 미국 외 시장은 오히려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규제 무력화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전환 시점과 속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한국 완성차 업계엔 리스크보다 기민한 대응과 전략적 유연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 생산기반, 내연기관/하이브리드/EV의 동시 운영 체계, 강력한 배터리 공급망 협력 등은 한국차의 강점이며, 오히려 이런 정책 변화 속에서 ‘조율 가능한 전환 전략’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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