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와트. 세계 최초입니다.”
뉴젠씨앤티 정효진 마케팅팀장은 첫 마디부터 수치를 내리꽂았다. 3300 W 모듈러 본체는 검은 히트싱크가 겹겹이 드러난 담백한 외관이다. RGB 팬 모델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현장 전시된 유닛은 조명 효과를 의도적으로 덜어 내 ‘순수 전력 장치’라는 인상을 강조했다.
괴물 같은 출력 탓에 탑 커버는 마치 서버용 트랜스처럼 투박했지만, 내부 구조는 ‘오버스펙’이 아닌 ‘새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PCIe 5.1(12V-2×6)을 네 개나 품어, GPU 네 장을 한 선으로 돌리는 풍경을 현실화하기에 부족함 없다.
125 mm 길이 SFX-L 플래티넘 ‘작은게 기술이다’
수퍼플라워 부스에는 LEADEX SEVEN PRO 8로 명명된 3300 W 괴물 외에도, 눈길을 끄는 두 모델이 더 있다. 하나는 길이 125 mm에 불과한 풀-모듈러 플래티넘 SFX-L 파워다. “케이스 호환성 때문에 선택을 포기하던 하드코어 빌더들을 위한 해답”이라는 정 팀장의 설명처럼, 공간과 효율을 맞바꿔야 했던 공식은 이날로 깨졌다.
또 하나는 Combat SFX. 작년 프로토타입만 공개됐던 시리즈로 드디어 화이트 에디션으로 공개됐다. 1000 W까지 확장된 플래티넘 등급에 125 mm 규격이 더해져, 고성능 m-ATX 빌더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Zillion 라인업도 업그레이드됐다. 1000 W 플래티넘 모델까지 확장된 데다, 보급형 850 W까지 ‘12V-7×’라 불리는 신규 그래픽 전원 규격이 더해졌다. “7×는 30 A 라인 세 개를 묶어 순간 과전류를 억제합니다. 차세대 GPU 전원 규격 논의 테이블에 이미 올라간 사양”이라며 선제적 대응임을 강조했다.
‘케이블을 덜어’ 초기 가격을 낮춘다
이번 세대부터 하이엔드 모델은 필수 케이블만 기본 제공하고, 나머지는 별도 옵션으로 빼는 방식이 도입된다. 정 팀장은 두툼한 케이블 파우치를 가리키며 “이제부터 파워 본체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수 케이블만 동봉하고 나머지는 옵션화합니다.” 라고 설명했다.
하이엔드 파워를 장만하려면 종종 쓰지도 않을 케이블 때문에 초기 비용이 불어났는데, 앞으로는 필요한 선만 골라 사면 된다. 12 AWG 규격의 고가 모듈러 케이블조차 별도 번들로 뺀 덕분에, 같은 출력에서도 체감가가 한 단계 내려간다. 값은 낮췄지만 내부 부품은 빈틈이 없다. 플래그십엔 일본산 105 °C 캐패시터와 인터리브드 PFC가, 메인스트림엔 CWT 제조 라인이 그대로 적용됐다. 정 팀장은 “고출력이 곧 여유 자금이란 공식은 깨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 편집자 주 =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면 괴물도 예술이다”
솔직히 3300 W라는 숫자를 처음 들었을 때, ‘서버 룸에서나 쓰일 실험작’이라 여겼다. 그러나 125 mm SFX-L 플래티넘, 선택형 케이블, 12V-7× 같은 디테일을 곁들이니 그림이 달라졌다. 출력은 넘치도록 주지만, 공간과 비용은 정밀하게 깎아 내렸다.
뉴젠씨앤티와 수퍼플라워가 올해 내세운 슬로건은 없다. 대신 정효진 팀장이 남긴 한 문장이 귓가에 남는다. “고출력도 결국은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 말을 곱씹으며 부스를 나서자, 거대한 3300 W 파워가 이상하게도 과시품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쓸 만한 도구’처럼 다가왔다. 나처럼 아직 850 W 파워로 만족하는 빌더에게도, 마음 한 켠엔 이미 “혹시 다음 PC엔?” 하는 속삭임이 틀림없이 심어졌으리라.
By 컴퓨텍스 공동취재단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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