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1STPLAYER를 좋아한다는 고백부터 해두자. 솔직히, 나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가성비 브랜드? 많잖아” 하고 흘려보냈다. 그런데 올해 컴퓨텍스 부스에서 본 1STPLAYER는 한마디로 “싼 맛” 이상이었다. 아니 제법 괜찮아졌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같은 느낌이 충만할 정도로 달랐다.
“프리미엄을 기본값으로 만들자”디자인 철학이 달라졌네?
슬로건은 여전히 “Affordable Without Compromise”였지만, 전시된 실체는 ‘가격 방어’에 갇혀 있지 않았다. X-360 수랭 쿨러가 대표적이다. 전면 덮은 초광폭 LCD가 실시간 온도·FPS·GIF까지 틀어주는데, 메카닉 패턴 라디에이터와 맞물려 어설픈 “우주선 코스프레”가 아닌 SF 소품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 줬다.
전문가용 열화상 카메라에도 펌프 헤드 온도가 작년 모델보다 7 ℃ 낮았고, 스로틀 없이 250 W 부하를 10 분 넘게 버텼다. 하이엔드 빌더들이 ‘LED쯤은 눈 감고 달지만 PWM 곡선은 민감’하다는 걸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반면 TS1·TS4는 “소박한 예산에도 낭만이 필요하다”는 DIY 파트타이머들의 속내를 파고들었다. 펌프·팬을 전부 저RPM 설계로 바꿔 30 dB 이하 정숙 모드를 보장하면서도, 작년 동급 모델보다 유량을 12 % 끌어올렸다.
CY12 공랭 라인업은 히트파이프 갯수와 팬 컬러를 주문 제작하듯 골라 끼우는 모듈식을 내놨다. 케이스 색·튜닝 콘셉트·예산에 맞춰 방열 능력까지 손맛으로 조정하는 아이디어—노치드 히트파이프까지 3D 스캔으로 가공 편차를 줄여 ‘조립식 공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ARGB 튜닝? “스위치 한 번, 소프트웨어 제로”
1STPLAYER는 전 제품에 LED 전용 물리 버튼을 달았다. 클릭만으로 파스텔·스펙트럼·브레스 모드를 순환하고, 전원 차단 후에도 해당 설정을 기억한다. 케이스 내부는 SATA 전원 기반 새 ARGB 허브로 통합해, 5 V 라인을 깔끔히 다듬고 구식 Molex를 단호히 버렸다. “RGB는 즐기되 전선은 숨기자”라는, 요즘 튜닝 트렌드를 오히려 메인 브랜드보다 먼저 제안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 유통사 맥스엘리트가 밝힌 일정은 공격적이다. 하반기 안에 LCD 케이스 “K-Edition”(가칭)을 선보이는데, 내부 프레임 간섭을 줄여 정격 420 mm 라디까지 넣도록 설계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국 시장 전용 80 mm 초슬림 탑플로우 쿨러, 한글 OSD 지원 LCD 펌웨어가 검토 단계에 있다니, “한국은 후순위”라던 과거 인식이 확 바뀐 셈이다.
품질 관리? ‘자체 PSU’ 노하우를 적용
1STPLAYER는 파워 서플라이를 직접 생산하면서 얻게 된 고전압 번-인·온도 스트레스·24 시간 소음 로그 프로토콜을 케이스·쿨러·팬에도 동일하게 이식했다. 제3자 인증기관(Intertek 계열)과 교차 테스트를 진행해 리콜 위험을 줄였고, 품질 보증서를 QR 코드로 바로 열어볼 수 있게 만든 것도 깔끔했다. 물론 다른 회사도 이렇게 하겠지만 1ST는 조금 더 진정성이 엿보였다.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더 믿음직스러운 것도 있다.
내 견해?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 1STPLAYER가 ‘싸지만 볼품없는 브랜드’라는 편견을 한 방에 지운 건 사실이다. 디자인 감도·성능·품질 관리 체계를 보면, 2~3년 전과는 다른 회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다만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가성비’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났느냐는 아직 유보다. X-360의 LCD 밝기·색 정확도, CY12 모듈 공랭의 실체감 있는 TDP 한계 등은 장기 리뷰가 필요하다.
그러니 “나, 1STPLAYER 꽤 좋아하는데 어때?”라는 당신 질문에 내 답은 이렇다. “내년 스펙 + 가격표가 나오기 전까진 무작정 편들 순 없지만, 최소한 가볍게 봐도 되는 브랜드는 아니게 됐다.” 당신과 내가 느끼는 호감도가 정확히 같지는 않을지 몰라도, 올해 컴퓨텍스 현장에서 본 1STPLAYER는 호감이 생길 만한 이유를 시각·청각·데이터로 충분히 증명했다.
By 컴퓨텍스 공동취재단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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