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반떼 N(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이 글로벌 무대에서 예상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통적인 고성능 브랜드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특히 아반떼 N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며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현대차 N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브랜드 이름 ‘N’은 남양(Namyang) 연구소와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일상에서도 짜릿한 주행을 제공한다는 철학 아래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i30 N을 시작으로, i20 N, 벨로스터 N, 코나 N, 아반떼 N 등 내연기관 기반 고성능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3년에는 첫 전기 고성능차 아이오닉 5 N까지 선보이며 전동화 시대의 ‘펀카’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아반떼 N은 고성능 컴팩트 세단 수요가 두터운 미국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서 524대, 해외에서 3333대가 판매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0%, 48.6% 증가했다.
현대차 아반떼 N(오토헤럴드 DB)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월평균 800대 이상의 수출량을 기록하며, 스바루 WRX, 폭스바겐 골프 GTI, 골프 R 등 동급 경쟁 모델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첫 전기차 N 모델인 아이오닉 5 N의 실적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국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118대), 해외 수출은 무려 86.3% 감소(549대)를 기록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고성능 EV에 대한 시장 수요 자체가 아직 제한적인 데다, 가격대와 무게 증가, 감성적인 주행 경험 부족 등의 요소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N 브랜드는 출범 10년 만에 세계 3대 고성능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누적 판매량은 약 12만 대, 이 중 90%가 해외에서 판매됐다는 사실은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오닉 5 N의 부진은 현대차가 전기 고성능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략 정립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대차 아반떼 N(오토헤럴드 DB)
보다 경량화된 플랫폼, 실사용 전비 개선, 감성 주행 기술(N e-shift, 사운드 모듈) 강화와 함께, 아이오닉 6 N, N Vision 74 양산형 등 새로운 N 전기차 라인업의 다각화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내연기관 중심의 N 라인업도 다시 한번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 속에서, 소형 SUV N이나 하이브리드 기반의 퍼포먼스 모델 출시 등 중간 단계 고성능 제품군의 확보도 브랜드 생존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10년 전 “단지 빠른 차가 아니라, 운전이 재미있는 차를 만들겠다”고 외친 N 브랜드. 지금은 다시 “N, 잘 지내고 있지?”라는 물음에 더 강력한 대답을 준비할 때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반떼 N의 질주와 함께, 다음 무대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