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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가 스위스 '그슈타트'를 편애한 이유

2025.06.16. 16: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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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결코 공평할 수 없기에 고유하고 아름답다. 나는 그슈타트를 편애한다.

간절했던 ‘드디어’

드디어 끝나 가고 있었다. 열흘간의 스위스 여정. 꿈꿔 마지않던 스위스 여행에 ‘드디어’란 부사가 붙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그슈타트(Gstaad)에 도착했을 무렵, 온몸은 만신창이였다. 허벅지엔 타박상, 입 안엔 진통제. 상처와 딱지들이 암초에 붙은 따개비처럼 사지에 들러붙어 있었다. 내가 머물고 떠난 자리엔 늘 허물처럼 쿰쿰한 파스 냄새가 남았다. 인간의 몸이 물리적으로 ‘닳을 수 있다’는 사실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 배웠다. 숨 쉴 때마다 찢어진 근육들이 비명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로 스위스 알프스 구석구석을 누빈 대가는 그렇게나 컸다. 황홀한 풍경을 유한한 체력과 맞바꾸던, 무모하고 겁 없던 날들이었다. 근데 이젠 그 패기마저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국밥이 그리웠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당시 난, ‘드디어’가 간절했다.

편파적인 사랑

그슈타트는 기나긴 여정의 마침표였다.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와 헬멧을 벗었다. 팔다리를 옥죄던 보이지 않는 끈들이 한순간에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간절히 바라던 쉼이다.

겨우 옷가지를 걸쳐 입고 산책에 나섰던 건 숙소 침대에서 반나절쯤 쓰러져 있은 뒤였다. 그제서야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에 대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슈타트 또는 크슈타트. 스위스 베른주의 남부, 정확히는 베르너 오버란트(Berner Oberland) 산악 지대에 위치한 지역. 인터넷에 검색하면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고급 휴양지’ 같은 다소 뻔한 설명들이 나열된다. 뭐, 팩트이긴 하다. 그슈타트는 스위스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리조트 타운 중 하나다. 해외 유명 인사들의 휴가지로도 이름나 있다. 마릴린 먼로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수많은 셀럽들이 머물렀던 ‘팔라스 호텔(Palace Hotel)’은 그슈타트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내가 본 그슈타트는 좀 달랐다.

산책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
산책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

리조트 밀집 지역을 살짝만 벗어나니 금세 시골길이 펼쳐졌다. 이렇게 갑자기 자연이라니. 스위스는 ‘이렇게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풍경들이 덮쳐 오는 게 일상인 곳이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초록빛 산맥이 시야를 휘감는다. 만발한 야생화는 대지에 난 솜털처럼 보송보송하다. 초원의 염소는 풀을 뜯고, 목장 주인들은 밭 갈기에 여념이 없다. 왕눈이 소들은 큰 눈을 끔벅이고. 멀리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자 메말랐던 마음에 가만히 물기가 퍼진다. 이렇게 모든 생명들이 유순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형형하게 생장하고 있다니. 말하자면 흔하디흔한 ‘스위스스러운’ 풍경, 한없이 단순하고 깨끗한 목가적인 풍경이다.

그슈타트에서는 차를 타고 약간만 올라가도 거대한 규모의 산들과 눈맞춤이 가능하다 
그슈타트에서는 차를 타고 약간만 올라가도 거대한 규모의 산들과 눈맞춤이 가능하다

이런 풍경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걷기다. 무작정 길도 모른 채 그렇게 얼마간 내내 걸었다. 고급스럽게 치장된 리조트 타운 바깥의 무언가, 책의 뒷페이지를 몰래 들춰 본 기분. 비밀스럽고 즐거운 산책이었다. 파스 냄새를 덮는 나무 향. 피딱지 위로 스치는 들풀. 퉁퉁 부은 발등을 간지럽히던 바람. 이름 모를 산들의 입김. 수줍은 달팽이들. 그런 것들이 반창고처럼 날 덮어 줬던 것 같다. 대자연 앞에 한없이 위축되기만 했던 내가, 이젠 그들의 품 안에 안긴다. 어떠한 두려움도, 도전 정신도 없이 안락한 마음이다. 그슈타트에 다녀오고 나서부턴 ‘힐링’이란 표현을 기사에 쉽게 쓰지 않게 됐다. 진정한 치유가 뭔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유순하게 자라고 있는 들판의 풀들

그래서 도대체 뭐가 그리 좋았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그 ‘뭐’에 해당하는 것들이 좀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뿐더러, 정의한들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여행지는 가치를 가늠할 때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의 보편적인 사랑이 그러하듯. 그리고 그런 여행지만이 비교와 대안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한 명의 여행자를 겨우 감동시킬 수 있으리라.

햇볕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그슈타트의 한 레스토랑 실내
햇볕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그슈타트의 한 레스토랑 실내

‘편애(偏愛)’. 치우칠 편에 사랑 애. 편애는 치우친 사랑이다. 기운 사랑이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랑은 편애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사랑 앞에선 공정이니 균형이니 하는 분석적 감각들이 무너져 내린다. 사랑은 결코 공평할 수 없기에 고유하고 아름답다. 조건 없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 이런 편파적인 사랑이야말로 내가 여행에 있어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 중 하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나는 그슈타트를 편애한다. 편애를 편애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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