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는 일본 시코쿠 지방의 교통 중심지이자, 카가와현의 현청 소재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사누키 우동‘. 참고로 ’사누키‘는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다. 어쨌든 이 작은 소도시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대도시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아기자기한 매력과 느긋함, 그리고 탐험이 주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웅장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소도시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다카마쓰에서 ’쇼핑‘을 목적으로 한다면 ’다카마쓰 중앙 상점가‘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가장 긴, 무려 2.7km에 달하는 아케이드 상점가이기 때문이다. 다카마쓰에서는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도 편집샵은 물론 식당 찾기도 어려운데, 그래서 모아봤다. 다카마쓰 어느 우동집 식당 사장님이 추천해준 비밀스러운 소품샵 4곳. 에디터가 직접 뛰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작은 가게에서 특별한 보물을 발견했다.

일본에서 만난 아프리카
포르테 Porte
다카마쓰 중앙 상점가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으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도저히 이런 곳에 소품샵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할 무렵 등장한 작은 편집샵. 작은 빌라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어 올라가면서도 끝내 의심스러운 위치.

포르테는 아프리카가 콘셉트인 소품샵이다. 빈티지는 물론 새 상품도 다룬다. 귀여운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어 있다. 따스한 분위기로 꾸민 공간에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오브제가 가득. 토속적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있는가 하면 일부는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띠기도 해 취향에 따른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소품 디스플레이가 매우 세련된 것이 특징인데, 거침없고 뭉툭한 아프리카 스타일이 우리 집에 잘 어울릴지를 고민한다면 가게 주인장의 디스플레이를 참고하면 된다. 행잉을 하거나, 어울리는 여러가지를 모아 장식하는 등 주변과 잘 어울리게끔 배치해 두었다. 주인장의 세련된 감각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지갑이 열리게 되는 것이 함정.

부피가 큰 소품은 물론 손톱만한 작은 소품까지 다룬다. 크기와 모양이 각양각색인 라탄 바구니, 세트로 구비하면 좋을 유리컵 시리즈, 토기 그릇 등등. 다만 실용성보다는 장식 목적의 오브제가 많은 편이다. 일본 본토나 미국 등지의 빈티지도 중간중간 숨어 있다.
보물 같은 공방
야마구치 Yamaguchi
포르테 바로 옆집에 자리한 가죽 및 실버 주얼리 공방이다. 포르테를 보고 나오는 길에 들리기 좋은 미니샵. 자그마한 공간 안쪽으로는 제작 공간이다. 입구 쪽에서 야마구치 제품들을 전시한다.

가게 안은 다양한 모양의 가죽 제품이 가득한데, 보면 볼수록 주인장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한 마감은 기본, 부채처럼 주름을 넣은 가방 등 웬만한 솜씨로는 시도도 할 수 없는 디자인이 내공을 증명한다.

가게 선반 위에는 주문 제작된 제품들이 종이가방에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손바닥 만한 사이즈의 미니 가방이나 여러가지 담기 좋은 큼직한 가방은 물론 작은 지갑과 가죽 소품도 있다. 일본에서는 동전을 필수로 쓰게 되는 만큼 동전을 담기 좋은 소품도 많은 편. 다음 일본 여행을 위해 동전 지갑을 구비하겠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실버 주얼리는 룩에 포인트를 실어줄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스타일이다. 목걸이와 반지가 주를 이룬다.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안쪽 공방도 재미있다. 수많은 가죽이 돌돌말려 쌓여 있고, 여러 도구들이 나열되어 있어 공방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타이밍이 좋으면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앤티크 천국
아이온몽거 ironmonger
이곳은 입구에 달랑 계단뿐이라 자칫 그냥 지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앤티크‘ 도자기나 제품에 관심이 많다면, 아이온몽거의 계단을 반드시 올라가야 할 이유가 있다. 계단 복도에서부터 제대로 된 보물창고를 찾았단 걸 알게 될 것이다. 철물상(아이온몽거)이라는 이름이 주는 ‘뭐든 다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대로다.

벽부터 천장까지 구석구석 빈티지 소품이 가득한데, 제대로 둘러보려면 반나절은 걸릴 정도로 소장품이 상당하다. 세라믹부터 토기, 유리, 목재, 패브릭 등 소재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으니 2층에 도착하면 바로 원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차근차근 다른 곳을 둘러보자. 다루는 품목도 매우 다양하다. 주방에서 쓰는 크고작은 접시나 그릇,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조명이나 화병, 선반, 장식장, 가구를 포함해 액세사리와 의류도 있다. 용도가 분명하지 않아도 그저 소품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자잘한 것들 또한 가득하다. 어디선가 모인 수백장의 엽서들마저도 그림 하나하나 재미있는 스토리처럼 느껴진다.


많은 물건이 쌓여있는 만큼 다른 물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것이 팁. 사실 앤티크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 무척 합리적이다. 워낙 잡다하게 제품이 많으니 상태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서랍장, 조명 같은 가구도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인 편이다.
고민은 금물
온고지신
うつわと古物 温故知新
이곳은 다카마쓰 중앙상점가 끝쪽에 자리하는 앤티크샵이다.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의 뜻 그대로, 옛것과 새로운 것을 함께 소개한다.

벽으로 가로막힌 2개의 공간으로 나뉜 이곳은 한쪽에서 다카마쓰 현지 작가의 공예품을, 나머지 한쪽에서는 오래된 빈티지가구와 주방용품을 모아뒀다. 바깥에서는 하나의 가게처럼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서 작은 쪽문을 통해 양쪽 공간을 오갈 수 있다. 쪽문을 통하게 하는 출입형태는 사실 주인장의 편의 때문이겠지만, 현재와 과거를 문을 통해 오간다는 느낌이 들어 이색적이다.

현지 작가 공예품은 주로 화병이나 그릇들인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합리적인 것이 특징. 다카마쓰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 테마의 글래스는 색깔은 물론 모양과 크기가 예뻐 선물용으로 쟁여와도 좋은 소품이다.

빈티지 공예품은 주로 일본 전통 스타일로, 세밀하게 그려진 화려한 무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식장으로 놓인 것 같은 각종 목재 가구들도 모두 판매하는 제품이라 관심이 있다면 꼭 짚고 가야 한다. 빈티지임에도 가격대가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편이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놓치지 말 것.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아케이드에 위치해 있기에 물건이 쉽게 빠지는 편이라 오늘 본 물건이 내일은 없을 수 있다. 고민은 금물.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