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46억 년 동안 지구를 비롯한 우주의 에너지원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존재해왔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초신성 폭발로 형성된 가스와 먼지에서 태어난 태양은 약 46억 년 동안 지구 생명의 에너지원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존재해왔다. 그리고 끝이 없는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로 생존을 위협받기 시작한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무한한 태양의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세계 최초의 실리콘 태양전지가 등장한 것은 1883년,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의 일이다.
이후 1954년, 미국 벨 연구소가 실용성을 갖춘 태양광 셀을 개발하면서 태양에너지는 과학에서 산업으로 확장됐다. 오늘날에는 태양광 기술을 통해 태양빛을 직접 전기로 전환하거나, 태양열 기술을 이용해 고온의 열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흔히 쓰이고 있다.
스위스 기반 청정에너지 스타트업 신헬리온(Synhelion)은 재생 가능한 '태양열 연료(Solar Fuel)'로 휘발유와 같은 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를 해 왔다. (신헬리온)
전통적인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활발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됐다.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는 탈탄소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기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된다는 점은 전기차 전환에 대한 회의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바람, 물, 태양광과 태양열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청정에너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열을 활용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액체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개념에 그치지 않고, 태양열로 실제 휘발유를 만들어 이륜차를 주행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스위스 기반 청정에너지 스타트업 신헬리온(Synhelion)은 재생 가능한 '태양열 연료(Solar Fuel)'로 세계 최초의 오토바이 주행에 성공했다. 연료를 공급받은 차량은 다름 아닌 할리데이비슨, 운전자는 이 기술의 창시자이자 ETH 취리히 교수인 알도 스타인펠드(Aldo Steinfeld)였다.
이 주행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기존 인프라와 내연기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탄소중립에 가까운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신헬리온의 태양 연료는 고온 태양열을 이용한 열화학 반응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거대한 반사 거울(헬리오스탯)로 태양빛을 한 점에 집중시켜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 태양열을 얻고 이 열을 활용해 이산화탄소(CO₂)와 물(H₂O)로부터 합성가스(Syngas, CO와 H₂)를 생성한 후, 이를 다시 휘발유, 디젤, 항공유 등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이렇게 생산된 연료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서 별도의 개조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드롭인 연료가 된다. 연료 생산에 사용된 CO₂만큼만 배출되기 때문에 운행 과정에서의 순 탄소배출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이번 주행에 사용된 연료는 독일 율리히(Jülich)에 위치한 신헬리온의 첫 산업용 데모 플랜트 ‘DAWN’에서 생산됐다. 이 플랜트는 하루 수 리터 규모의 연료를 생산할 수 있으며 기술의 산업적 성숙도와 상용화 가능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신헬리온은 태양열로 실제 휘발유를 만들어 이륜차를 주행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신헬리온)
DAWN에서 생산된 휘발유는 이 기술의 기반을 설계한 스타인펠드 교수의 애마인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그대로 주입됐다. 그의 할리는 어떤 개조도 이뤄지지 않은 순정 상태였다.
신헬리온 공동 창립자인 필립 푸를러(Philipp Furler)와 잔루카 암브로제티(Gianluca Ambrosetti)는 “이번 시연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연구자의 오랜 꿈과 비전을 실현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행은 기술적으로 이미 연료의 안정성과 호환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기술의 현실 적용 가능성과 상업화 수준을 대중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 신헬리온의 태양 연료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앞두고 있다.
신헬리온은 수년 내 상업용 플랜트를 가동할 계획이며 2027년 전후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 자동차, 해운 등 다양한 산업에 재생 연료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가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더욱 주목된다. 특히 수십 억대의 자동차와 이륜차, 항공기 등이 사용하는 기존 내연기관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즉시 사용 가능한 전환 기술로서 태양열 연료는 새로운 해법이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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