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다. 우동 가게가 그 흔한 편의점보다 많다고 하여 ‘우동 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카마쓰가 있는 카가와 현은 강수량이 적어 벼농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물이 적게 필요한 밀 농사가 발전하게 되었고, 밀 수확량이 늘게 되니 자연스럽게 면 요리가 발전한 것이다.
수많은 면 요리 중에 유난히 ‘우동’이 사랑받았는데, 이는 바다와 가까운 카가와 현의 지리적 특징 때문이다. 다카마쓰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소금과 간장, 그리고 멸치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통 일본 우동하면 가쓰오부시의 맛이 자연스럽게 상상되는데, 여기는 멸치육수로 만든 우동이 유명하다. 이처럼 해산물과 우동은 다카마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인 셈.
우동의 고장, 다카마쓰에서 가봐야 할 우동집 2곳과 다카마쓰의 신선한 해산물을 내어주는 레스토랑 2곳을 소개한다.

다카마쓰 공항에 있는 우동국물
사누키멘교 효고마치본점
다카마쓰 공항에는 우동 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는데, 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육수가 바로 ‘사누키멘교’의 우동 육수다. 무려 공항에 입점(?)한 우동집이라 하니 가지 않을 수가 없을 터. 다카마스의 중심가인 ‘효고마치’에 위치한 본점은 휴일 점심에는 적어도 30분 이상은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누키멘교의 뽀얀 우윳빛 우동면은 미끈미끈할 정도로 부드러워 젓가락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식감은 말랑하면서 탱글한 편. 단단하다기보다 약간의 쫄깃함이 느껴진다. 주문은 면을 어떻게 즐기고 싶은가를 생각해 선택하면 된다. 냉육수에 넣는다면 우동면 본연의 쫄깃탱글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온육수라면 육수맛과의 조화를 즐기기 좋고 보다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육수를 부어 먹는 붓카게나 육수에 찍어 먹는 츠케멘 스타일도 대중적이다.

개인적으로 만약 다카마쓰의 우동을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면 가장 기본 형태인 ‘자루 우동’을 추천한다. 달큰한 간장에 생강과 참깨, 쪽파를 넣고 면을 찍어 먹는 형식이다. 아무래도 면을 꾸며주는 맛이 간장의 감칠맛, 생강의 상쾌함이 전부라 오로지 면의 탱글함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우동 위에 야채 튀김을 올리거나, 갈은 마를 올리는 등 곁들임 방식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개중 튀김은 재료의 신선도는 물론 바삭한 식감까지 매우 훌륭하기에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참, 이곳은 아베 신조가 다녀간 우동집으로도 유명하다.
다카마쓰 현지인들도 사랑하는 맛집
수타우동 후게츠
인적이 드문 작은 골목길 안, 어쩐지 긴 줄이 늘어서 있다면 그곳이 바로 ‘후게츠’다. 사실상 줄을 안서는 날이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주민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도 우동 한 그릇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곳. 내부 공간이 워낙 협소하기에 기다림이 좀 긴편이긴 한데, 그 맛은 보장한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방금 튀긴 닭튀김이 올라간 수타우동이다. 붓카케 우동 혹은 국물우동을 선택한 뒤 닭튀김 양을 3알, 5알 기준으로 정할 수 있다. 후게츠 우동면은 본연의 특색이 강한 편. 단단한 식감을 강조해 씹을수록 뭉근하게 녹아드는 맛이 일품이다. 일반적인 우동면의 부드러운 식감을 기대했다면 첫입에 느껴지는 단단함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그만큼 탄력이 느껴지는 식감인데, 아리송하다가도 식당을 나오면서는 과연 맛있었다고 엄지를 치켜 올리게 된다.

후게츠의 닭튀김은 닭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짭짜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주문을 넣을 때마다 바로바로 튀겨내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 우동 면이 특히 통통하고 단단한 만큼 양념이 쉽게 묻어나지 않아 계속 먹다 보면 밋밋한 맛이 올라올 때가 있는데, 이때 짭짤한 닭튀김을 먹어주면 금상첨화.
다카마쓰를 대표하는 해산물 이자카야
카이센 우마이몬야 하마카이도 카지야마치점
다카마쓰에 왔다고 우동만 먹을쏘냐.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해산물 요리도 뛰어나다는 말씀. 그중에서도 카이센 우마이몬야 하마카이도는 저녁이 되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는 해산물 이자카야다.

밤이 점점 깊어질수록 웨이팅 줄이 길어지니 차라리 저녁 식사겸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꽤 긴 다찌 좌석을 시작으로 가게 안쪽으로는 테이블 좌석도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그래서인지 경쾌하게 북적이는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추천 메뉴는 단연 참치회 세트. 숭덩숭덩 썬 참치회, 참치초밥 그리고 참치마끼가 함께 나온다. 풍성한 조합이기도 하지만 실제 그 맛 또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좋은 참치를 먹을 때 느껴지는 살과 지방의 고소한 조화가 전해지는데, 심지어 가격도 엄청나게 저렴한 편. 거의 모든 테이블마다 하나씩은 시킬 정도고, 현지 주민들도 손가락 들어 추천하는 메뉴.

참치만 먹기엔 부담스럽다면 다양한 해산물이 섞인 초밥세트도 좋은 선택이다. 그 밖에 숯불에 구워낸 오징어 구이는 어디서나 무난하지만, 바다와 가까운 만큼 좀 더 녹진하고 부드럽다. 굴구이도 현지인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 닭튀김과 같은 대중적인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날그날 다카마크항에서 공수하는 생선구이도 일품.
숨겨진 스시 맛집
시노노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석같은 가게를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가게 앞에 달린 노렌(가림막)을 걷고 들어서면 내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주인장 할아버지의 약간 험상궂은 인상 때문일 텐데, 사실은 집중해서 요리를 하고 있을 뿐이니 신경쓰지 말자.

사실 이곳은 디너 코스 메뉴가 주력으로, 주인장의 여력에 따라 점심 런치가 가능하다. 런치를 꼭 먹고 싶다면 미리 전화해서 예약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런치는 소바를 곁들인 초밥 세트다. 투박한 차림에 놀라지 말자. 초밥 한 점만 먹어도 의심이 사르르 가시게 될 것. 재료와 밥이 섞이며 딱 알맞는 간이 되어갈 때 인생 초밥을 찾았단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시노노지는 초밥에 올라간 회의 숙성도가 놀랍다. 생선 본연의 맛이 살아있으면서 은은하게 간이 들고 단맛이 감돌아 입안에서 풍미가 확 살아난다.

소바에 들어간 버섯도 간장 양념에 숙성했는데, 요리 곳곳에서 주인장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다. 디너 코스를 꼭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집이니 한 번은 꼭 가볼 가치가 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