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자전거 카를 폰 드라이스(Karl von Drais)의 드라이지네(Draisine)는 페달이 없이 인간의 다리 힘으로 움직여야 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깨끗한 이동 수단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두 바퀴로 도심을 누비며 탄소를 남기지 않아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는 이유로 자전거는 오래 전부터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이동 수단의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자전거의 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최초의 자전거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독일의 발명가 카를 폰 드라이스(Karl von Drais)가 고안한 드라이지네(Draisine)다. 페달이 없는 상태에서 두 발로 지면을 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동력 이동 수단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후 1860년대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Pierre Michaux)가 페달이 장착된 벨로시페드(Vélocipède)를 선보이며 우리가 아는 자전거의 원형이 나타났다. 나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졌던 자전거는 1870년대 오디너리 바이시클(하이휠 자전거), 그리고 1885년경 세이프티 바이시클로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자전거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공기 타이어가 도입돼 승차감이 개선되면서 자전거는 자동차가 대중화하기 전까지 가장 고급스럽고 보편화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자전거는 여전히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하게 더 적은 에너지로 이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만들어냈다. 바로 전기자전거(e-bike)다.
편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e-바이크
보다 편하고 빠르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탄생한 전기 바이크. 그러나 배터리의 환경성과 내구성, 지속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EVELO)
e-바이크는 전동 모터와 배터리를 통해 힘들이지 않고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배터리 기반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어 왔다. 리튬, 코발트 등의 희소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평균 수명이 5년 남짓이며 방전 시 30kg이 넘는 무게를 오롯이 다리 힘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한 배터리 교체 비용은 평균 500달러 이상, 충전에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이 배터리는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친환경 이동 수단'이라는 이미지와 다소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최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리튬 없는 친환경 대안, 알파 네오
프랑스 프라그마 인더스트리즈(Pragma Industries) ‘알파 네오(Alpha Neo)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해 구동하는 방식이다. (프라그마 인터스트리지)
프랑스의 프라그마 인더스트리즈(Pragma Industries)가 개발한 ‘알파 네오(Alpha Neo)’는 세계 최초의 상용 수소 연료전지 자전거 가운데 하나로 기존 전기자전거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된다.
이 자전거는 리튬 대신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와 슈퍼커패시터를 사용해 충전 시간은 단 1분, 최대 주행 거리는 150~200km에 달한다. 특히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기존 e-바이크의 가장 큰 약점인 '긴 대기 시간'을 완전히 해결했다.
수소 연료를 충전하는 데는 단 2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리튬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환경적인 부담까지 낮췄다. 알파네오는 연료전지 안에서 수소가 산소(O₂)와 반응하는 PEMFC(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 방식으로 전기와 물을 생성하고 이 전기로 후륜 허브 모터를 작동시켜 자전거를 움직인다. 프랑스에서는 약 5690유로(약 90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수소 충전 인프라
수소 자전거 역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술은 상용화했지만 알파 네오 역시 수소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도심형 수소 충전소와 이동형 리필 스테이션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프라그마는 이에 맞춰 모빌리티 전용 수소 공급 플랫폼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수소 기반 모빌리티는 자전거를 시작으로 전동 킥보드, 트라이시클, 스쿠터, 소형 자동차 등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로 이를 통해 도시 전체의 에너지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 에너지 생태계와 연결된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파 네오를 비롯한 수소바이크는, 도심의 탄소 배출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로 주목을 받는다. 리튬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시대에 대비해 자전거도 그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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