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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 그녀와 나눈 보이차의 향기

2025.07.07. 11:30:47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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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말, 그것들과 하나의 운명으로 묶인 이들.
나시족의 찻잔에는 언제나 보이차가 담겨 있다.
온기와 향으로, 찻잔을 사이에 두고 나눈 그녀와의 대화.

Yanjie, Tea Master of Amandayan 옌지에, 티마스터
Yanjie, Tea Master of Amandayan 옌지에, 티마스터

Q. 차 종류가 정말 다양하네요.

자, 우선 편히 앉으세요. 차 한 잔 드릴게요. 천천히 마시면서 들어 주세요. 중국에서 주로 마시는 차의 종류는 총 6가지입니다. 녹차, 백차, 우롱차, 홍차, 흑차, 황차. 이 차들은 효능과 기능이 각기 달라서 몸 상태를 고려하면서 복용해야 하죠. 제 가족은 대대로 차 비즈니스와 차마고도를 오가는 나시족 마방(Horsemen, 홀스맨)을 겸했어요.

마방은 말이나 야크를 이용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을 뜻해요. 차마고도에 사는 사람들, 또 그곳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육식과 유제품을 주식으로 삼아 왔어요. 단백질은 풍부한데 섭취하는 채소가 한참 모자라니 비타민이 결핍되었고, 그 결과 고혈압이나 소화 불량 등을 달고 살았던 거죠. 그래서 이들은 식사 전후로 운남지역의 차를 즐겼어요. 차는 소화를 촉진시켜 지방을 분해하고, 생활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공급해 주기 때문이죠.

지금 제가 우리고 있는 차는 제 가족이 수확하는 푸얼차, 그러니까 보이차에요. 보통 차는 작은 나무에서 잎을 따 수확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운남에서는 그야말로 거대한 차나무, 고목에 올라 차를 수확해요. 운남지역의 차나무들은 짧게는 300년, 길게는 1,000년 이상의 세월을 품은 나무들이죠. 이토록 거대한 고목에서 수확하는 차는 운남이 중국에서 유일해요. 한 나무에 보통 6명 정도가 붙어 수확을 합니다. 고목에서 수확한 차의 특징이라면 쓴맛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고, 무엇보다 달콤해요. 그리고 향이 엄청나죠. 고목은 가지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뿌리로 땅의 기운을 머금어요. 차는 뿌리가 땅속 깊은 수분과 영양분을 찾아 내려가며 나오는 맛이거든요. 그나저나 차가 식겠어요, 마셔 보세요.

보이차는 시간을 품을수록 맑고 경쾌한 금빛의 색채를 자아낸다.20년 숙성한 보이차의 색. 진한 인삼향이 가득하다
보이차는 시간을 품을수록 맑고 경쾌한 금빛의 색채를 자아낸다. 20년 숙성한 보이차의 색. 진한 인삼향이 가득하다

Q. 놀라울 정도로 쓴맛이 전혀 나질 않네요. 제가 혈압이 좀 높아서 그런데 한 잔 더 마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많이 마시고 가세요(웃음). 리장에서 차를 아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리장은 ‘시장’이니까요. 사실 리장은 고산이기 때문에 차나무가 자라지 않아요. 이게 운남지역의 흥미로운 점이죠. 리장의 북쪽으로는 해발 3,000m가 넘는 고산이 가득하고, 남쪽(시솽반나) 지역으로 내려가면 아열대 기후를 띄어요. 이곳이 바로 차나무의 고향이죠. 정리하면 리장의 차가 유명한 게 아니라, 운남의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차가 리장에 모여들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죠.

사실 차(茶)라는 한자를 보면 사람이 나무와 들판 사이에 있는 형상이에요. 차는 들판에 솟은 나무로부터 수확되는 것이라는 의미죠. 차는 봄 나무에서 나오는 첫 번째 잎을 최고로 칩니다. 이번 해에는 3월20일부터 10일 정도만 수확했어요. 팁을 하나 드리면 첫 번째로 수확된 잎은 차로 만들었을 때 뾰족한 가시 모양으로 말립니다. 두 번째부터는 나뭇잎 모양이죠. 그러니 상인이 같은 가격을 불렀다면, 뾰족한 가시 모양의 차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에 수확하는 차는 맛이 현저히 떨어져요.

보이차를 큰 종류로 나누면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어요. 생차는 별도의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차에요. 아미노산,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몸을 깨우기 좋죠. 운남에서는 보통 아침에 주로 먹어요. 저녁 식사 이후에는 발효를 시킨 숙차를 추천합니다.

보이차는 웬만큼 세월이 흘러야 마실 만한 차가 되기 때문에, ‘한 세월의 정’이라고도 표현합니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가 마시는 차인 셈이죠. 숙차에는 익생균이 포함되어 있어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보통 보이차를 발효시킬 때는 케이크 형태로 뭉쳐서 발효를 시켜요. 이 케이크 형태를 오래 이루고 있을수록 발효의 정도가 깊어지니 맛이 점차 좋아지죠.

1~10년 정도 숙성한 보이차에서는 나무 맛이 나요. 10년 이상 숙성이 진행되면 점점 대추 맛으로 변합니다. 20년 숙성부터 가장 좋은 맛이 나는데, 진한 인삼의 향기가 느껴지죠. 숙성기간이 오래될수록 우러난 차의 색도 밝고 영롱합니다. 한국에서 오셨죠? 장담컨대 이 보이차는 리장에서 마시는 것보다 집으로 돌아가서 마시는 편이 훨씬 맛과 향이 깊고 진할 겁니다.

리장은 고산지역이기 때문에 물이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지 않아요. 그래서 리장의 가정집에서 차를 끓일 때는 최대한 큰 주전자를 구해 물을 가득 넣고 오래 끓인 물로 우립니다. 온도를 조금이라도 높게 만들기 위함이죠. 발효된 보이차는 높은 온도로 우려낼수록 그 맛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20년 숙성 보이차가 조금 있긴 한데.

Q. 사양 않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한 번 우려 보죠. 보이차는 하루 기준 1인당 찻잎 1g 정도면 충분합니다. 직장인 같은 경우는 계속 우려 마실 수가 없으니 1g의 찻잎으로 2일 정도까지 마실 수 있죠. 찻잎을 넣고, 첫 번째 물을 따른 뒤 바로 버려 줍니다. 이 과정을 두고 ‘차를 씻는다’라고 표현해요. 찻잎이 가지고 있는 맛을 깨워주는 단계죠. 찻잎에 남아 있는 카페인을 씻어 주기도 합니다. 만약 카페인을 덜 섭취하고 싶다면 첫 번째 물을 길게 우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차의 카페인 성분은 처음 우리는 물의 30초 동안 가장 많이 나오거든요. 참고로 홍차는 찻잎을 깨울 때 차가운 물로 씻는 게 좋습니다. 홍차가 가진 아로마틱한 향기를 천천히 살리기 위해서죠. 좋은 홍차는 빨간색이 아니라 금색으로 우러납니다. 과일향과 꽃향이 입 안에서 여유롭게 감돌죠.

이제 두 번째로 넣는 물에 차를 우려 마시는 겁니다. 평균 3g의 보이차는 20번 정도를 우릴 수가 있어요. 티의 색이 아예 안 나오는 시점까지 우려 마시면 되죠. 만약 너무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우린 찻잎을 건져 말리고, 다시 물을 부어 색이 오를 때까지 우리면 됩니다. 찻잎을 한 번에 많이 넣어 정도에 지나치게 마시는 것보다, 적정량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자, 20년 숙성한 보이차입니다. 드셔 보세요.

Q. 인삼 맛이 끝에서 치고 올라오네요.

부디 편히 드세요(웃음). 맛있고 좋은 보이차보다 중요한 것은, 찻잔을 사이에 둔 사람 간의 마음이니까요.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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