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1~2개월 안에 캘리포니아주 운행 시작을 공언했던 로보택시. 캘리포니아 당국은 그러나 "테슬라는 자율주행 테스트나 상용 운행에 필요한 어떤 허가도 신청하지 않았다"라고 밝혀 상당 시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서비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할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이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는 “1~2개월 안에 캘리포니아에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현지 규제 당국은 로보택시 도입과 관련해 아무런 행정 절차도 진행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지난 9일(현지시간) “규제 승인만 남았다”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스틴 남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운영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의 운행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차량국(CA DMV)은 머스크의 발언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테슬라는 자율주행 테스트나 상용 운행에 필요한 어떤 허가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말한 “규제 승인만 남았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세 가지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테슬라가 현재 보유한 것은 단순 승차공유(라이드헤일링) 서비스 허가에 불과하며 자율주행차 관련 운행 또는 테스트를 위한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머스크의 발표 이후, 미국의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테슬라의 로보택시 캘리포니아 도입 확률은 18.5%까지 급락했다. 이는 발표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로, 시장조차 머스크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운행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비스는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이 아닌, 테슬라가 직접 운영하고 차량 내에 안전요원이 탑승한 제한적 형태에 그치고 있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실제 상용화한 웨이모(Waymo)나 크루즈(Cruise)와 비교하면 기술력과 신뢰성 모두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다.
샌프란시스코 시민 스콧 닐리는 “도로 위에 안전 운전자 없이 테슬라 차량이 주행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규제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발언은 향후 제기될 사기 혐의 소송의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는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이다. 앞서 GM 자회사 크루즈가 무인 로보택시 사고로 전면 운행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어 당국은 테슬라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머스크의 발언은 또 하나의 ‘과장된 약속’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현지 주요 매체들이 일관된 분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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