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호텔의 개념을 정립한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일본에 뿌리를 내렸다.
뉴욕의 전통과 오사카의 감성이 만난 새로운 럭셔리가 펼쳐졌다.
그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현대 호텔의 시조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 Astoria)는 1897년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월도프 호텔과 아스토리아 호텔이 피콕 앨리(Peacock Alley)로 연결되면서 첫 호텔이 탄생했다. 5번가(5th Avenue)와 33번 길이 교차하는 지점(현재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치)에 자리한 호텔은 당시 세계 최대, 최고층이었다.

또 여러 면에서 호텔 역사에 획을 그었다. 24시간 룸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해 현대 호텔 서비스의 표준을 제시했고, 에그 베네딕트와 월도프 샐러드 등 새로운 맛을 고안했다. 또 한 세기 동안 사교계의 중요 무대가 됐으며, 국빈과 정치인, 기업인, 예술인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서 묵었다.

이러한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1949년부터 힐튼(Hilton)과 동행에 나섰고,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입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카타르,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에서 34개 호텔을 운영하고, 새 목적지도 계속 개척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일본 최초의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오사카에 상륙했다. 오사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인 그랜드 그린 오사카 29~38층에 들어섰으며, 객실 252개와 F&B 공간 4곳, 스파, 실내 수영장 등을 갖췄다.

특히, 뉴욕 호텔의 아르데코 양식을 계승하는 동시에 오사카와 일본 감성을 적절하게 녹여낸 공간 디자인이 돋보인다. 참고로 브랜드의 심장인 뉴욕 호텔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올해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호텔 사용 설명서
호텔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나무색을 활용해 편안함과 중후함이 공존한다. 호두나무의 진한 갈색, 참나무의 밝은 색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다채로운 색감의 예술 작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객실은 디럭스부터 프리미어, 코너 스위트, 프레지덴셜 스위트, 아스토리아 펜트하우스, 월도프 펜트하우스까지 준비돼 있다. 가장 기본인 디럭스 객실도 평균 48제곱미터(약 14.5평)의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고, 테이블과 소파를 더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코너 스위트의 경우 요도강(Yodo River)과 우메키타 공원, 우메다 헵파이브 등 오사카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돼 준다. 또 우아한 디자인의 다기, 앙증맞은 모양새의 분재, 와사비향 치약 등으로 머무는 즐거움을 더했다.

객실과 F&B 외에도 호텔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나른한 오후에는 차와 커피,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라이브러리(30층)로 향한다. 우드톤이 돋보이는 공간은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다. 또 액자형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오사카도 매력적이다.

30층 실내 수영장은 채광이 좋아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오사카만과 도심이 조화를 이룬 전망도 즐길 수 있다.

하루의 마지막 공간은 비밀스러운 케인즈 & 테일즈(Canes & Tales) 바가 괜찮겠다. 미국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재즈 시대의 이야기(Tales of the Jazz Age)>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과 메뉴를 기획한 게 특징이다.

Editor’s Pick
우아한 사교의 장, 피콕 앨리
피콕 앨리(Peacock Alley)는 단순히 호텔 라운지가 아닌 브랜드의 상징이다. 128년 전 두 호텔을 연결하는 300m 길이의 복도는 사교의 장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돼 주고 있다. 게다가 애프터눈티와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오사카의 피콕 앨리도 다르지 않다. 뉴욕의 품격은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일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서비스를 가미했다. 약 10m 높이의 층고로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부드러운 인상이다.

1층 리셉션을 지나 호텔에서 만난 2번째 공간인데, 보자마자 착석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앉으면 우메다 스카이 빌딩과 요도강을 한참을 바라보고, 애프터눈티가 나오면 고상한 대화를 시작한다.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 오후 7시가 되니 황홀한 일몰과 도시 야경도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과의 소통, 세련된 공간, 썩 맛있는 음식까지, 이곳에서의 시간은 지루할 틈이 없다. 피콕 앨리 외에도 프랑스식 브라세리 졸리(Jolie Brasserie)와 스시와 테판야키(철판 요리) 레스토랑 츠키미(Tsukimi)도 매력적인 음식과 공간으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