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델피 랠리 에스토니아(2025년 7월 17일 - 20일) 랠리에서 스웨덴 신예 올리버 솔베르그가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영국 랠리에서 아버지 페터 솔베르그가 우승을 차지한지 19년 만이다. (출처 : WRC)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시즌 8번째 라운드 ‘델피 랠리 에스토니아’에서 23세 스웨덴 신예 올리버 솔베르그(토요타 GR 야리스 Rally1) 데뷔전에서 완벽한 레이스 운영으로 생애 첫 우승과 함께 토요타에 통산 100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솔베르그는 대회 첫 스테이지부터 선두를 유지하며 홈 팬들의 기대를 모은 오트 타낙(현대)과 티에리 누빌(현대)을 25.2초 차로 따돌렸다. 솔베르그의 에스토니아 랠리 우승은 단순한 데뷔전 승리 그 이상이다. 그의 아버지가 페터 솔베르그가 2003년 월드 챔피언, 2005년 영국 랠리에서 마지막 우승을 기록한 이후 정확히 19년 만에 WRC 무대에서 부자가 포디엄의 정상에 올랐다.
솔베르그는 금요일 첫 스테이지부터 선두에 오르며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최연소 데뷔전 우승자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경기 후 그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순간이었다. 아버지처럼 나도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우승은 토요타에게도 의미 있었다. 이번 승리는 토요타 WRC 통산 100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솔베르그의 우승보다 시선을 끈 것은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오트 타낙은 경기 전부터 “차와의 연결감이 전혀 없다”며 최신 사양 i20 N Rally1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빠른 그랩(자갈) 구간에서는 정밀한 밸런스가 필수인데 차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밝혀 개발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차 월드 랠리팀은 티에리 누빌이 부정 출발로 패널티를 받고 오트 타낙이 차량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출처 : WRC)
결정적 악재는 누빌에게 터졌다. 일요일 SS18 출발 신호를 0.1초 일찍 받아들인 것으로 판정돼 10초 페널티가 부과되면서 현대의 더블 포디움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누빌은 “계측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항의했지만 최종순위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낙은 2위로 골인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엘핀 에번스를 1점 차로 제치고 시즌 첫 단독 선두에 올랐다. 반면 누빌은 3위에 만족해야 했고, 4위 칼레 로반페라(토요타)와의 격차는 7.3초에 불과했다.
현대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누빌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대가 WRC 프로그램을 계속한다면 나도 남겠지만, 팀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 장기 계획과 조직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그대로 드러난 발언이다.
전략적 시행착오는 올 시즌 새 타이어 공급사 변화와 세부 세팅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타낙이 지적한 ‘정밀함 부족’, 누빌의 스타트 감지 문제 등은 모두 개발·운영 프로세스 재점검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빨라지는 핀란드·일본 등의 고속 노면에서는 세밀한 밸런스 세팅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다음 라운드 ‘섹토 랠리 핀란드’(7월 31일~8월 3일)에서는 에번스가 로드 스위핑(먼지 청소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 선전을 노리고, 현대 랠리팀은 i20 N 개선 패키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팀 내 불안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타낙·누빌의 개인 역량만으로 토요타와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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