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럼 건네는 하이파이브, 감동적인 공연을 본 후 쏟아지는 박수갈채 등 인간의 문화에서 박수는 오래도록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딱딱한 물건이 아닌, 부드러운 손이 맞닿음에도 불구하고 손뼉을 칠 땐 의외로 꽤 큰 소리가 난다. 2023년 개봉한 드라마 <무빙>에는 손뼉을 칠 때 퍼져나가는 충격파로 벽도 부수고, 지반을 붕괴하는 파괴력을 지닌 초능력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코넬대와 미시시피대 공동 연구진은 일상 중 자주 행하는 사회적 행동이지만, 면밀하게 연구되지 않은 박수의 비밀을 샅샅이 밝혀내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설계했다. 손뼉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구하기 위한 실험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12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리서치(Physical Review Research)’에 실렸다.
제1저자인 푸 이쫑 미국 코넬대 박사과정생은 “우리는 항상 박수를 치지만, 박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라며 “이번 연구는 세상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병에 입김을 불 때 소리가 나는 원리와 유사
박수를 두 손이 부딪히며 나는 충돌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충돌만으로는 큰 소리가 나기 어렵다. 박수 소리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은 ‘헬름홀츠 공명(Helmholtz resonance)’이다. 빈 병의 입구에 입김을 불어 넣으면, ‘부~’ 소리가 나는 것이 이 원리다.
공기의 흐름이 빠른 장소와 느린 장소가 생기면 흐름이 빠른 쪽의 압력이 내려간다. 즉, 공기는 흐름이 빠른 쪽으로 흐른다. 병 입구의 바깥쪽과 안쪽에서 유속의 차이가 생기면, 병 안의 공기가 밖으로 밀려나고 그 반동으로 공기가 되돌아가는 왕복 운동이 시작된다. 즉, 막힌 공간 내부의 공기 덩어리 전체가 스프링처럼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헬름홀츠 공명의 원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박수 소리가 헬름홀츠 공명에 의해 난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우선, 연구진은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10명의 참가자가 손뼉을 칠 때 손의 움직임, 공기의 흐름 그리고 소리를 추적했다.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잘 관찰하기 위해 손에 베이비파우더를 묻힌 채 실험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손을 오목하게 모으거나, 평평하게 피거나, 손바닥과 손가락을 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박수를 쳤다. 연구진은 이때 손 사이에 생기는 공동(빈 공간)의 크기와 모양이 소리의 주파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했다. 이어, 실제 손 모양을 본뜬 실리콘 손을 이용해 추가 연구도 진행했다.

사진 2. 연구진은 손뼉을 치는 방식에 따라 박수 소리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Physical review research
분석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 손뼉을 치는 순간 손과 손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에 갇힌 공기가 엄지와 검지 사이의 좁을 틈을 통해 빠르게 밀려날 때, 주변 공기 분자를 일제히 진동시킨다. 즉, 손바닥으로 감싼 공기 전체가 공명한 상태를 만들어 큰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박수 소리는 손의 형태나 경도에 따라 음의 높이(주파수)나 울림 모양(감쇠 속도)가 달라졌다. 주파수는 손안의 공동 부피나 출구 크기에 따라 결정됐다. 공동이 클수록 주파수가 낮은 식이다. 또한, 손이 부드러울수록 소리의 울림을 빨리 감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쿤 장 미국 미시시피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과 이론 모델링을 통합해 박수의 과학적 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며 “단순히 음향이나 공기의 흐름, 충돌 역학 등을 따로 관찰한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요소를 동시에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부~’가 아닌 ‘짝!’ 소리가 나는 이유
그런데 병에서는 긴소리가 나는 것과 달리 손뼉 소리는 왜 짧게 지속되는 걸까.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손의 부드러움을 지목했다. 벽이 단단한 유리병의 경우, 에너지가 대부분 음향 신호로 전달되기 때문에 소리가 오래 지속되며, 감쇠 속도도 느리다. 반면, 손처럼 탄성을 가진 부드러운 조직은 물질이 더 많이 진동하고, 이 진동이 음향 에너지를 흡수해 버린다. 이 때문에 손뼉 소리는 길지 않은 ‘짝’ 소리로 끝나는 것이다.
푸 연구원은 “재료에 진동이 많을수록 소리는 더 빨리 사라진다”며 “멀리 있는 사람의 주의를 끌고 싶을 때, 소리가 더 오래 지속되게 하려면 손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손뼉을 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박수 소리로 개인을 식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써니 정 미국 코넬대 교수는 “사람마다 손 크기, 박수를 치는 방식, 피부의 질감과 부드러움이 모두 다르므로 만들어지는 소리도 모두 다르다”며 “박수의 물리학을 이해한 만큼, 박수 소리로 출석을 체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등 사람 식별에 활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글 : 권예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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