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문화, 인종에 상관없이 다 함께 말레이시아 쿠칭에 모였다.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한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지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사라왁 열대우림, 아이와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굿즈(Goods) 티셔츠를 입고 춤을 추는 페스티벌이 있다. 1998년,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주의 토착 음악을 보존하며, 동시에 세계 음악의 다양성을 선보이기 위해 시작된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이하 RWMF)’이 그 주인공. 어느덧 스물여덟 해가 지나고, 세대를 넘어 수만명의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대규모 음악 축제로 거듭났다.
RWMF는 매년 6~8월 중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에 자리한 ‘사라왁 문화 마을(Sarawak Cultural Village)’에서 3일간 열린다. 사라왁 문화 마을은 6만8,796m2(약 2만평) 규모의 부지에 자리한 마을 박물관으로, 사라왁의 주요 민족인 비다유족, 이반족, 오랑울루족, 페닌족을 포함한 7개 민족의 전통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축제 기간에는 해당 가옥들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축제 장소로 활용된다.

저녁부터 밤까지 마을 전체에는 세계 여러 나라 문화권의 전통, 현대, 퓨전 음악이 울려 퍼진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미국, 러시아, 태국, 중국, 필리핀 등 약 20개국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무대를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였다. 한편, 낮에도 즐길 거리는 가득했다. 현지 음식과 특산물, 갖가지 주전부리를 포함해 음료와 맥주까지 갖춘 ‘레인포레스트 키친(Rainforest Kitchen)’, 민속 악기를 배우거나 전통 액세서리를 만드는 ‘워크숍(Workshop)’, 의상과 수공예품 및 전통 식품을 만날 수 있는 ‘아트 & 크래프트 마켓(Arts & Crafts Market)’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RWMF의 열기에 녹아들어 바라보고 있자니 ‘다양하다’라는 말만큼 이 페스티벌을 적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없는 듯하다. 모양이나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다는 것. 마침 RWMF의 올해 테마는 ‘One Earth, One love’. ‘하나 된 지구, 하나 된 사랑으로 연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다양한 소리, 이야기, 세대, 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했다는 게 주최 측의 입장이다. 하나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모두가 서로 같을 순 없으니, 각자의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하자는 게 아닐까. 문득 말레이시아 사라왁주는 RWMF를 개최하기 알맞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7개의 부족이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함께 살아 온 다문화 지역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생활 양식과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모여. 사라왁주의 고유성을 만들었다.

What is RWMF?
RWMF는 온종일 진행되는 축제지만, 피로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공연 중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 무대 앞에 서서 보거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봐도 좋다. 자신의 체력과 상태에 맞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 함께 모인 이들의 흥이 오히려 더 배가 됐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인 만큼 지속가능성도 신경썼다.

축제 현장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및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물병 사용을 장려하는 ‘byOb(bring your Own bottle)’ 캠페인을 실시했다. 30개의 급수대(Refill Station)에서 원하는 만큼 물을 떠다 마실 수 있었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선 친환경 식기를 사용했으며, 탄소 배출과 교통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쿠칭 시내와 축제 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했다. 이 밖에도 아이나 노인 등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만을 위한 워크숍을 마련했고, 축제 현장은 대체로 평지에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산책로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 올해 축제에서는 사라왁의 여러 부족과 전통 악기 사페(Sape) 연주, 태국 동북부 모를람 지역의 민속 음악, 하와이의 훌라,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의 퓨전 음악 등 각기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축제의 헤드라이너이자 페스티벌에서 큰 환호와 갈채를 받은 ‘어스 윈드 & 파이어 익스피리언스(The Earth, Wind & Fire Experience)’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1969년에 결성돼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과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R&b, 펑크, 디스코, 팝, 라틴 등의 장르를 넘나들었던 밴드다. 후렴구를 들으면 한국인 누구나 ‘아~이 노래!’할 법한 곡, ‘September’를 불렀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고 박자를 타자 인종도, 국적도, 나이도 상관없이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 명씩 손을 잡았다.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하나가 됐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취재협조 사라왁 관광청, 에어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