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판매 부진과 고율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는 G80 일레트리파이드의 미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출처: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워진 것이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슈퍼 리치의 초고가 슈퍼카와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 경계선이 뚜렷해 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저렴하지도 않게 일정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고율 관세는 국산차 유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 대표 모델인 G80에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5만 7000달러(약 792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6만 5550달러(약 9108만 원)로 치솟는다.
제네시스만 고율의 관세를 적용 받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낮은 트림에 옵션 몇 개를 추가하면 1억 원대로 가격이 상승하는 중형 세단에 미국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전동화 모델이다. 6만 6950달러의 GV70일렉트리파이드는 관세 적용시 7만 6992달러로 가격이 상승해 우리 돈으로 1억 원대를 넘게 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시작 가격 7만 2235달러(약 1억 원)보다 비싼 가격을 받고 팔아야 한다. GV60도 8000만 원대로 가격이 뛴다.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의 미국 판매 실적은 관세 반영 이전에도 초라했다. 올해 2분기 누적 판매 대수를 보면 GV60가 1007대로 그나마 선전을 한 것이 전부다. GV70 일렉트리파이드도 342대를 파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까지 상승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제네시스는 결국 전동화 모델 라인을 축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선은 G80 일렉트리파이드 모델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G80 일렉트리파이드의 미국 판매 가격은 판매를 중단하기 직전 7만 4000달러로 관세 적용시 8만 5000달러(약 1억 1800만 원)로 상승한다.
캐딜락 리릭이 5만 8595달러(약 814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봤을 때 가격 경쟁력을 완전 상실하는 수준이다.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내놓은 첫 세단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아픈 선택이다.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미국 시장에서는 2022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시장을 따질 것도 없이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국내를 제외하고 지난 6월말까지 글로벌 시장 총 수출 대수가 57대에 불과했다.
미국 시장에서 대형 세단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세단형인 G80 일렉트리파이드의 입지가 좁아졌고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실로 더 이상 설자를 잃은 것이 철수를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로 전환한 모델이다. 기술적으로는 87.2kWh 배터리와 282마일(약 454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여줬지만, SUV 그리고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들에 비하면 공간 활용성이나 무게 배분 등에서 한계를 보인 것도 이유로 볼 수 있다.
G80 일렉트리파이드의 단종은 단순한 판매 부진뿐 아니라 시장 흐름 변화, 생산 구조, 정치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따른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보다는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의 현지 생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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