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원: 그리고 여기 보면 그라운드 단자가 따로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외부 접지 단자가 있는 기기를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제 기준으로는 이 단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회사가 노이즈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느냐를 판단하거든요.
오늘 촬영 전에 하이파이로즈(HiFi ROSE) RS451의 외부 그라운드 단자에 BOP Quantum Ground를 연결해 봤는데, 소리 차이가 좀 나던가요?
김흥수: 깜짝 놀랐어요.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서요. 이 접지 단자는 노이즈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고안된 거고요. 보통은 기기 내부에서 섀시나 리어 패널을 통해 접지를 처리하잖아요? 그런데 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에 좋은 접지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DAC나 스트리머의 그라운드 단자에 연결해주면 노이즈 레벨이 훨씬 더 낮아져요. 그래서 더 나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창원: 그리고 그 옆에 리셋 버튼도 하나 있네요. 이건 퓨즈 대신 사용하는 차단기 개념이겠죠? 이 부분도 저는 참 마음에 들어요. 하이엔드 오디오 쪽에서는 퓨즈가 음질 열화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김흥수: 맞습니다. 퓨즈 자체가 음질을 좋게 만들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비싼 퓨즈를 쓰는 거죠. 그런데 퓨즈 없이 서지 보호를 하려면 차라리 서킷 브레이커를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설계했습니다.
한창원: 기기에서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 리셋 버튼을 눌러서 다시 정상 상태로 복귀시키는 거군요. 외부에서 과전류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해주는 역할이네요.
김흥수: 맞아요. 갑작스런 과전류가 유입됐을 때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합니다.
한창원: 후면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히 본 것 같고요. 그럼 음악을 한 곡 더 들어보겠습니다. The Manhattan Transfer의 'Cantaloop' 들어보겠습니다.
CantaloopThe Manhattan Transfer - Cantaloop
한창원: 이 곡에서도 섬세한 해상도가 잘 느껴졌고, 아카펠라 곡이지만 좌우의 펼침이나 입체감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곡은 시스템에 따라 소란스러워질 수 있는 곡인데, RS451에서는 오히려 리듬에 몸을 맡기고 듣게 되는, 그런 음악성이 아주 잘 살아있었어요.
한창원: 특히 여러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이런 곡에서는 각 보컬의 위치나 이미징이 중요한데, 그 부분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저는 이런 표현력이 바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마이크로 디테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디테일들이 살아나기 위해선 결국 노이즈가 해결돼야 가능하다고 보는데, RS451이 그런 노이즈 처리에 굉장히 신경을 쓴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흥수: 아카펠라 곡은 사실 커버해야 할 주파수 대역이 그렇게 넓진 않거든요. 결국은 이 좁은 영역 내에서 얼마나 밸런스 있게 소리를 풀어주느냐가 관건이에요. 정위감이나 조화로움도 여기서 나오고요.
김흥수: 이건 단순히 노이즈를 줄이는 것 이상의 문제인데, 저희가 밸런스 있게 음을 표현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곡에서 그 성과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한창원: RS451에는 ROSE DPC, ROSE NRA라는 기술이 들어갔다고 하셨잖아요. 간단히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흥수: ROSE DPC는 디지털 데이터를 정확하고 정교하게 DAC까지 전달하는 모듈이고요.
김흥수: ROSE NRA는 그 DAC 이후 아날로그 신호를 균형 있게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에요. 동시에 노이즈를 최소화해주는 역할도 하고요.
한창원: 해외 하이엔드 기기 리뷰를 해봐도 타이밍 이야기는 꼭 나오거든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관련해서 하나 여쭤볼게요. 지터와 타이밍의 차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김흥수: 지터는 디지털 클럭이 이상적으로는 일정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하게 왔다 갔다 하는 걸 말해요. 그게 주기적으로 발생하면 소리에 영향을 주게 되고요. 타이밍은 데이터를 정확한 시점에 전달하는 걸 의미합니다. 클럭에 맞춰서 정확히 데이터를 내보내는 것이죠.
한창원: 그렇죠. 결국 이게 디지털 회로지만 물리적으로는 아날로그 신호니까, 0에서 1로 전환되는 지점이 정확해야 하고, 클럭이 얼마나 흔들림 없이 작동하느냐가 음질을 좌우하게 되는 거죠.
김흥수: 네, 스코프로 보면 신호의 기준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클럭의 정확도가 소리의 정교함을 결정합니다.
한창원: 그래서 하이파이로즈의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얘기고, 그 기술력이 이런 섬세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는 거죠. 근데 여기 보니까 DAC가 두 개 들어가 있다고 돼 있는데, 이건 어떤 구조인가요?
김흥수: 기존에는 하나의 DAC를 가지고 프리 아웃과 헤드폰 앰프를 함께 처리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원하는 수준의 소리를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헤드폰 앰프용 DAC을 따로 분리해서 동일한 DAC 칩이지만 완전히 다른 경로로, 독립 설계해서 넣었습니다. 프리용 하나, 헤드폰 앰프용 하나, 이렇게 두 개입니다.
한창원: 헤드폰 앰프에까지 별도 DAC을 투입했다는 건 정말 감동적입니다. 원가 측면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김흥수: 맞습니다. 원가로만 보면 무모한 선택일 수 있지만, 사운드 퀄리티를 위해선 양보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고, 결국 제가 강하게 주장해서 관철시켰습니다. 프리와 헤드폰 앰프 각각 전원도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선택 시 한쪽이 완전히 꺼지는 구조입니다.
한창원: 헤드폰으로 들어봤는데 음질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저는 헤드폰을 귀에 썼을 때 공간에 소리가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을 중요하게 보는데, RS451은 그 조건을 충분히 충족했습니다. 젠하이저(Sennheiser) 저능률 헤드폰도 무리 없이 잘 구동되었고요.
김흥수: 헤드폰마다 특성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범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DAC도 따로 넣고, 앰프부도 4개의 앰프를 배치해서 낮은 임피던스부터 600옴대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창원: 그럼 마지막 곡 들어보겠습니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입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한창원: 제 개인적으로 오늘 들은 곡 중에서 가장 극적인 사운드였던 것 같아요. 디지털 소스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밀도와 질감인데, RS451에서는 그런 단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김광석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밀도, 좌우 악기 펼침, 여백의 처리까지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지털 소스 특유의 메마름 없이 굉장히 조밀하고 진한 음색이 잘 표현됐어요.
김흥수: 이 곡에서는 저희 ROSE DPC 모듈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기타와 보컬만 있는 단출한 구성일수록 데이터 전달이 정교하지 않으면 디지털 특유의 메마름이 느껴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ROSE DPC를 통해 데이터를 정확히 전달하니 말씀하신 대로 생동감 있게 들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창원: 지터, 타이밍, 노이즈. 이 세 가지를 잘 컨트롤한 덕분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죠.
오늘 이렇게 기술적인 이야기까지 자세히 나눠보면서 ‘하이파이로즈의 소리가 왜 이렇게 섬세했을까?’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었고, RS451이 가진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어떠셨어요?
김흥수: 사실 이렇게 직접 나와서 제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오늘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품을 글로 평가받는 것과는 또 다른,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저희 제품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창원: 저희도 그동안은 그냥 ‘기기’로만 하이파이로즈를 바라봤는데, 오늘 기술적인 배경까지 들으면서 다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하이파이클럽 한창원이었고, 함께해주신 분은 하이파이로즈의 김흥수 연구소장님이었습니다. 긴 시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본 글은 유튜브 영상을 텍스트 버전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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