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호랑이, 곰…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포식자들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이용해 사냥감을 먹어 치운다. 그런데 포식자들도 먹지 않는 부위가 있다. 바로 ‘뼈’다. 뼈는 칼슘, 콜라겐 등이 포함돼 있지만, 지방, 단백질 등 에너지원이 되는 영양분은 거의 없다. 게다가 단단하여 소화하기 어렵고, 잘못 삼켰다간 식도나 위, 장기를 다칠 가능성도 높다. 즉 뼈는 먹는 데 드는 노력과 위험에 비해 얻는 것이 적은 부위다. 이에 대다수 포식자는 구태여 뼈를 먹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 규칙에서 예외인 포식자도 있다. 바로 ‘뱀’이다.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는 이유는?
뱀은 크기에 따라 다양한 동물을 사냥한다. 작은 물고기나 곤충부터, 개구리, 새, 알까지 무척 다양하다. 또 크기가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은 사슴, 악어 심지어 사람까지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재밌는 점은 뱀은 다른 포식자들과 달리 이 먹잇감들을 통째로 삼키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뱀은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는 것일까? 그저 사냥감을 씹어 삼킬 이빨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함이었다.
뼈에는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칼슘은 혈관의 수축과 이완, 심장박동 등 생명현상 유지에 관여하며, 신진대사를 높인다. 암컷의 경우 알을 산란하므로 칼슘을 더더욱 필요로 한다.
하지만 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적게 섭취하면 체내 칼슘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뱀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할까? 프랑스 몽펠리에대대학교 및 미국 앨리배마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버마비단뱀(Python bivittatus)의 장기를 분석해 그 비밀을 추적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게재됐다.
뱀은 어떻게 칼슘 섭취량을 조절할까?
연구팀은 뱀이 먹잇감을 섭취할 때 칼슘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하고자 광학·전자 현미경으로 버마비단뱀의 장 세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버마비단뱀의 장에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장 세포를 관찰했다. 이 장 세포는 다른 장 세포보다 가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미세융모가 짧았다. 또 위쪽이 움푹 들어간 형태를 띠었는데, 그 안에는 칼슘과 인, 철로 된 입자가 축적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장 세포의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평범한 설치류, 뼈를 제거한 설치류, 뼈를 제거하되 칼슘을 보충한 먹이 등 세 가지 먹이를 제공했다. 그 결과, 뼈를 제거한 설치류를 섭취한 뱀의 경우 별다른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뼈나 칼슘 보충제가 들어간 먹이를 먹은 뱀의 장 세포에선 칼슘, 인, 철 입자가 관찰됐다. 기존 장 세포들은 영양소를 흡수를 담당했다면, 이 세포는 칼슘을 저장하는 동시에 과잉 흡수를 조절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뱀이 뼈까지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이 단순한 소화력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버마비단뱀뿐만 아니라 비단뱀, 보아뱀, 아나콘다, 독도마뱀 등 다양한 종에서 비슷한 세포가 발견된 만큼, 뼈를 먹는 다른 생물들도 비슷한 기전이 존재하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글 :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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