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정품 CPU는 고장이 드물지만 불량 발생 시 공인 대리점의 3년 무상 보증, 교차 접수, 단종 시 상위 제품 교환 등으로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 인텍앤컴퍼니·피씨디렉트·코잇 각 센터는 운영 철학과 고객층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병행수입·벌크 CPU는 국내 A/S가 불가해 장기간 불편이 뒤따를 수 있다. 정품 스티커 확인은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을 지키는 보험이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평일 낮, 점심시간이 갓 지난 시각에도 전자랜드 신관 앞은 여전히 붐볐다. 기자는 인텔 정품 CPU의 사후 서비스를 담당하는 3곳의 공인 대리점을 직접 찾아 나섰다. “CPU도 고장이 나나요?”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예상 외로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했다.
1. CPU, ‘안 고장 난다’는 믿음과 현실 사이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카드는 몇 번 교체해봤는데 CPU는 A/S라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근데 PC가 자꾸 꺼져서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CPU 불량은 흔치 않다. 그러나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조 불량이나 전원부 문제, 메인보드와의 호환성 오류는 소비자가 스스로 판별하기 어렵다. 이때 공인 대리점의 A/S 시스템이 빛을 발한다. 정품 CPU라면 3년 무상 서비스, 대리점 교차 접수, 단종 시 차상위 제품 교환이 가능하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부분은 문제가 CPU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직접 테스트하고 교체까지 빠르게 해주는 게 저희 역할이죠.”
[인텍앤컴퍼니 – “점심시간에도 문은 열려 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인텍앤컴퍼니. 전자랜드 신관 광장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그러나 문 앞에 붙은 운영 시간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운영: 평일 09:30~17:00
특이점: 점심시간(12:00~13:00)에도 운영
“직장인 분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이 오세요. 그래서 일부러 문을 닫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장서 머무는 동안, 직장인이 CPU 박스를 들고 들러 교체를 문의했다. 상담은 빠르게 진행됐고, 택배 접수 방법까지 친절히 설명됐다. 택배는 로젠택배를 이용하면 왕복 배송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피씨디렉트 – “전자랜드 중심, 접근성은 최고”]
같은 건물 5층으로 올라가면 피씨디렉트 서비스 센터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안내판 덕분에 찾기는 쉬웠다.
운영: 평일 10:00~17:00
특이점: 점심시간(12:00~13:00)에는 접수 중단
“업무량이 많아서 점심시간만큼은 꼭 쉬어야 합니다. 그 대신 택배 접수를 적극 권장하고 있죠.”
피씨디렉트는 CJ대한통운 택배를 통해 왕복 비용을 지원한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는 “직구 CPU로 고생한 뒤, 이제는 그냥 정품 산다”라고 했다. 스트레스 안받고 깔끔하게 처리되는 게 장점이라는 것이다.
[코잇 – “CPU만? 아니다, 그래픽카드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전자랜드에서 조금 떨어진 삼구빌딩 6층, 코잇 서비스 센터다. 주소는 용산구 청파로 40. 전자랜드에 모여 있는 두 업체와 달리 이곳은 약간의 이동이 필요하다.
운영: 평일 09:30~17:00 (점심시간엔 운영 중단)
특이점: CPU뿐 아니라 인텔 아크 그래픽카드까지 접수 가능
“테스트랩에서 직접 검증하고 빠르면 하루 만에 교체가 가능하다”
사무실 한쪽에는 CPU 박스와 함께 아크 GPU 샘플이 놓여 있다. 택배는 로젠택배를 이용하면 왕복비가 지원된다.
2. 병행수입·벌크 CPU의 그림자
취재 중 가장 많이 들었던 경고는 “정품 여부를 꼭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병행수입 제품이나 벌크 CPU는 불량이 나도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커뮤니티에는 해외직구 CPU 문제로 말레이시아 글로벌 센터에 보냈다가 한 달 넘게 기다렸다는 사연이 한번씩 등장한다. 혹은 벌크 CPU를 중고로 샀다가, 개인은 A/S 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사연도 있다.
“CPU를 해외로 보냈는데… 한 달이 갔습니다”
지난해 직구로 CPU를 샀다는 대학생 김모 씨는 스마트폰 사진을 보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게임하는데 특이한 증상이 반복되면서 CPU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박스 패키지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공인 유통사 정품이 아니라고 안내받았습니다. 결국 말레이시아 서비스 센터로 RMA 보냈고, 왕복 택배비는 물론 대략 5주 동안 컴퓨터를 쓸 수 없었습니다.”
예로 든 사례는 병행수입 CPU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품 박스’라는 외형은 같지만, 국내 판매 루트를 거치지 않은 제품은 한국 서비스망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벌크 CPU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 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CPU를 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 센터를 찾자 “개인은 A/S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알고 보니 벌크는 기업 완제품 PC에 납품되는 전용 제품이라더군요. 개인 소비자한테는 애초에 보증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벌크 CPU는 트레이에 담겨 OEM이나 대기업 납품용으로만 쓰이는 형태다. 기업 거래는 별도 보증이 제공되지만, 최종 소비자 거래는 해당되지 않는다. 개인이 벌크 CPU를 중고나 해외를 통해 구매할 경우, 불량 발생 시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정품 박스 제품에는 반드시 공인 대리점 스티커가 붙어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즉시 ‘국내 정품’ 여부가 확인된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조회 속도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간혹 몇 만 원 가격 차이를 확인하고 병행수입이나 벌크로 눈을 돌리는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 비용과 시간이 몇 배로 불어납니다.”
즉, 가격만 보고 선택한 CPU로 인해 몇 주 동안 PC를 못 쓰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게임·영상 편집·개발 환경처럼 PC가 곧 ‘생계 도구’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정품 스티커 하나가 시간·비용·안정성을 담보하는 안전장치라는 사실을 취재 내내 절감할 수 있었다.
3. 왜 이렇게 다를까?
인텍앤컴퍼니가 점심시간에도 문을 닫지 않는 이유는, “직장인 소비자 유입” 때문이다. 기자가 머무는 동안에도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CPU를 맡기고 가는 직장인이 눈에 띄었다. 즉, ‘소비자 편의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덕분에 “짬 내서 왔다”는 직장인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피씨디렉트가 점심시간을 반드시 휴무로 두는 이유는 다르다. 오랜 기간 대규모 유통망을 유지한 만큼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직원이 정확하게 휴게 시간을 보장받아야 전체 업무 흐름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즉, ‘조직 안정성’이 운영 철학의 핵심이다. 따라서 점심시간에 갔다면 기다려야 한다. 대신 택배 접수 절차가 가장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잇은 CPU 외에 GPU까지 다루는 특이한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 고객과 하이엔드 소비자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서비스 센터는 “폭넓은 제품군을 다루는 전문성”을 내세운다. 따라서 PC 문제를 한 번에 확인하려는 하이엔드 사용자에게 편리하다. 서버용 CPU를 보유한 기업 고객도 다수다.
즉, 세 곳의 운영 방식은 단순히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시장 포지셔닝과 고객층에 맞춘 나름 합리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4. 인텔 정품 CPU, 실속형 밸류팩도 있다
정품 CPU라고 해서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니다. 진열대에도 일반 박스형 CPU와 함께 밸류팩 박스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밸류팩은 말 그대로 정품 박스 제품과 동일한 CPU지만, 가격을 낮춘 실속형 구성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박스 형태. 일반형 박스 제품은 세련된 컬러박스 패키지로 유통되지만, 밸류팩은 외형에 힘을 뺀 대신 가격은 더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인텔은 최근 코어 i5-14400F, 14600KF 모델을 대상으로 밸류팩을 공급한다. “어차피 별도 쿨러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밸류팩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이도 다수다. 한 조립PC 매장 업주는 “CPU만 따로 사고, 공랭이나 수랭 쿨러는 직접 고급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소비자에게 밸류팩은 비용 절감 수단이죠.” 라고 선호 이유를 언급했다.
중요한 건, 밸류팩 역시 공인 대리점 정품 박스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박스 겉면에는 일반형과 똑같이 공인 대리점 스티커가 붙어 있고, QR코드를 통해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3년 무상 보증, 교차 접수, 단종 시 상위 제품 교환 등 서비스 조건은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밸류팩을 두고 ‘정품이 아니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품과 동일한 보증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가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상품군”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건 CPU는 쉽게 고장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문제 상황에서, 정품 CPU와 비정품 CPU의 차이는 몇 주 단위의 시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정품 박스 CPU만이 즉각적인 서비스와 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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