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학(오디오 평론가)
안녕하십니까. 오디오 평론가 이종학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Klinger Favre Studio 17UT 제품에 대한 소개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2부에서도 HIFICLUB의 한창원 대표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한창원(HIFICLUB 대표)
안녕하세요. 시스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시청실 1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여기가 HIFICLUB 시청실인지 소곰 시청실인지 모르게 소곰 제품들로 다 점령이 되어 있는데, 소곰 수입사와 저희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제품 자체가 워낙 진짜 숨은 진주를 찾아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좋은 제품들이 많아서 저희가 이렇게 소개해 드립니다.
스피커는 오늘의 주인공인 Klinger Favre Studio 17UT입니다.
파워 앰프는 요새 저희가 많이 쓰는 Riviera Audio의 AFM100SE 파워 앰프이고, 들으면 들을수록 오늘 이 소리의 절반은 이 Riviera 파워 앰프가 해주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프리앰프는 APL01SE입니다.
DAC는 Rockna Audio WaveDream Reference Signature, 그리고 뮤직서버는 Antipodes The Oladra를 썼습니다.
전원장치는 Accuphase PS1250 Clean Power Supply를 썼고, 저희 BOP와 Ansuz를 사용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Synergistic Research Black Box Carbon은 신형과 구형을 스택으로 쌓아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이종학: 1부에서는 회사 히스토리와 제품 철학 같은 일반적인 내용들을 알아봤잖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옆에 있는 Studio 17UT 제품을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회사가 인터넷이나 제품 홍보에 아주 적극적인 회사가 아니라서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불어 자료를 좀 번역하면서 알아보았는데, 저도 사실 사진만 보고 실수한 부분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이 제품을 보시면 가운데에 트위터가 있고 위아래에 미드베이스가 있는 MTM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UT라는 말이 울트라 트위터의 약자라서 저는 당연히 이게 울트라 트위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가운데에 있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페이즈 플러그라고 보는 부분인데 , 여기에 울트라 트위터가 숨어있는 것입니다.
한창원: 저도 이것을 처음 보고 일반적인 것과 좀 다른 구조라서 귀를 갖다 대봤더니 가운데에서 고역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뭐지?' 하고 조사를 해봤더니 , Studio 17과 Studio 17UT의 다른 점이 UT, 즉 울트라 트위터가 채용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17cm 카본 드라이버가 두 개 있는데, 울트라 트위터는 일반적인 용어로 슈퍼 트위터가 맞겠죠. 앰비언스 트위터라고도 할 수 있고요. 이런 앰비언스 트위터가 있는 것이 1부에서 제가 표현했던 음의 촉감이나 공간감, 앰비언스 느낌이 남다르다는 느낌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울트라 트위터의 음이었습니다.
이종학: 제가 한 방 먹었다고 느낀 게, 역시 이런 분들은 생각이 달라도 한참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한창원: 굉장히 독특한 구조죠. 보통 슈퍼 트위터는 인클로저 위에 배치하거나, 앰비언스 트위터는 스피커 뒤쪽 인클로저에 붙여서 앰비언스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 제품은 앰비언스 트위터를 가상 동축형 미드우퍼 쪽에 두 개를 달아놨다는 것이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종학:이런 설계는 저도 수도 없이 많은 스피커를 봤지만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단단히 속았습니다.
한창원: 저도 잠깐 자료를 보면 이게 동축 구조라고 하는데 당연히 저도 울트라 트위터라고 생각을 했죠. 아무리 봐도 동축 구조가 아닌데, 이게 순동 재질의 굉장히 두꺼운 순동을 깎아서 절삭 가공을 한 것이거든요. '도대체 어디가 동축 구조라는 거지?' 라고 생각하다가, '가상 동축형 유닛 배치를 해놓고 이것을 동축 구조라고 얘기하나?'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트위터가 하나씩 박혀있는 굉장히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독특하다고 하기보다는 특이한 구조라는 표현이 맞겠죠.
이종학:가상 동축형이면서 또 동축형이라는 것, 이런 것은 역사적으로도 남다른 제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게. 그리고 그것이 소리로서 아주 멋진 소리로 승화되었다는 것이 이 회사가 정말 남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한창원: 엄밀히 말해서 이 스피커는 3-way 5-speak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울트라 트위터를 하나씩 본다면 말이죠.
이걸 동축 드라이버로 보면 2-way 3-speaker입니다. 유닛 개수와 크로스오버를 나누는 것도 분류가 약간 혼란스러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종학: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표기된 자료가 아직 없어요. 되게 헷갈릴 것 같아요. 두 가지 형식으로 다 표기하든가 해야 할 상황입니다.
한창원: 그래서 중앙에 있는 트위터는 1부에서 잠깐 설명드렸지만 금 도금된 청동 웨이브 가드를 갖고 있습니다. 웨이브 가드도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인데, 예전 탄노이 동축 드라이버 안에 있는 트위터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창원: 꺾이는 각도가 완전히 혼 타입으로, 전체적으로 라운드 져서 여러 형태의 웨이브 가드가 있는데, 얘는 약간 혼 스타일로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각도가 확 꺾여버리는 웨이브 가드를 갖고 있습니다.
1부 때 설명드렸지만 트위터를 이렇게 설계함으로써 지향각을 넓혀 스윗스팟의 범위를 넓혀줍니다. 그래서 이 스피커는 정중앙에 스윗스팟이 있지만 옆에서 들어도 위상이나 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굉장히 넓은 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있는 울트라 트위터 두 개가 초고역대까지 100kHz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이 트위터는 실크 돔이니까 사이즈를 보면 올라가 봤자 30kHz 정도까지 올라간다고 보는데 , 그러면 그 윗대역을 이 조그만 울트라 트위터 두 개가 100kHz까지 올라가면서 초고역대까지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소리를 확장해 미세한 디테일과 공기감을 한층 더해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2-way 스피커보다 고역의 분해력이나 전체 주파수 대역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를 내주고 있다 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종학: 사실 이렇게 고역 특성이 좋게 되는 경우에, 요즘 스피커들의 경향을 보면 트위터의 대역폭을 상당히 위로 올리는 쪽으로 가더라고요. 옛날에는 저역을 많이 내려가기 위해 스피커 설계를 중점적으로 했다면 요즘은 고역 쪽을 많이 여는 쪽으로 갑니다.
그중에 하나가 LP 리바이벌 현상으로 50kHz까지 커버하려는 것이고, SACD 같은 경우도 50kHz까지 커버되는 포맷이니까 고역대를 오픈시키면서 기존의 소리와는 좀 차별화되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 제품은 미래지향적인 스펙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시청실에서 LP로도 들어봤거든요. 특히 LP를 들었을 때 이 스피커의 장점이 엄청나게 부각이 되더라고요.
한창원: 그렇죠. 내주는 음색만 놓고 보면 제가 늘 분류하는 해상력과 질감, 이 두 마리 토끼인데 스피커도 분명히 둘 중 하나를 추구하거든요. 이 스피커는 어떤 쪽으로 분류하시겠어요? 해상력 쪽인가요? 질감 쪽인가요?
이종학: 저는 질감 쪽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한창원: 딱 듣는 순간 '아, 이거 질감이 굉장히 좋네' 하는데, 들어보면 그 질감 속에 어마무시한 해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종학:그게 참 재밌어요.
한창원: 보통 질감 위주 스피커를 보면 음 끝을 좀 동글동글하게 말아서 풍부한 음색, 질감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있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느낌도 있고, 해상력 위주는 음 끝을 너무 스트레이트하게 뽑아내면서 음색으로 치면 다소 차가워질 수 있고 음악으로 치면 다소 재미없어질 수 있는 부분을 세팅과 튜닝을 통해 보완해가면서 소리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울트라 트위터의 역할이 말씀하셨던 앰비언스, 공간감,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움까지 만들어내는 극한의 디테일을 베이스로 한 질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종학: 그러면 이 대목에서 한 곡 듣고 넘어갈까요?
한창원: 네, 두 곡이 남았는데, 고역 쪽, 공간감, 앰비언스를 얘기했으니 클래식을 한 곡 더 들어보죠.
이종학: 제가 개인적으로 자주 듣는 곡인데, Antonín Dvořák - From the New World, No.9의 4악장을 Rafael Kubelík 지휘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음악감상1 - Antonín Dvořák - From the New World, No.9 "From the New World"
이종학: 이 4악장이 되게 변화무쌍하고, 어떤 순간에는 고요한 상태에서 잔잔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제가 놀란 것은 스피드라고 할까요? 대응하고 반응하는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빠르더라고요.
혼 스피커라고 하면 제트기처럼 빠른 고역과 상대적으로 처지는 저역의 불일치가 문제가 되는데, 여기서는 마치 전 대역이 다 혼인 것처럼 빠르게 반응하면서 저역의 펀치력도 좋습니다. 저역 대역이 넓은 스피커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 정도 감상하기에는 충분하게 저역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현의 질감이나 특히 올라갈 때 룸이 넉넉하게 있다는 느낌, 특히 브라스 같은 것도 막 쏘아 대도 그 위에 또 헤드룸이 더 있다는 느낌이 여유 있게 묘사됩니다. 이 가상 동축형이라는 것이 사실은 마치 하나의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을 여러 개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설계자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악기 수도 많고 복잡한 곡이지만 전 대역이 아주 통일감을 가지고 착착 맞춰 나갑니다. 눈 감고 들으면 하나의 큰 드라이버에서 총체적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음색 면에서도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약간 우수가 낀 듯한 느낌도 충분히 살아있고, 사실 재생이 쉽지 않은 곡인데 아주 너끈히 표현하고 있지 않나 판단됩니다.
한창원: 사실 우리가 오디오 시스템, 특히 대형 시스템으로 이렇게 오케스트라 같은 것을 들을 때,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것보다 더 큰 스케일을 만들어내서 듣기도 하고 볼륨을 올리면 실제 콘서트홀에서는 날 수 없는 음압으로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잖아요.
이 곡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딱 콘서트홀 그 느낌, 내가 콘서트홀에 가서 이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을 들었을 때 그 정도의 스케일, 그 정도의 음압으로 정말 내가 콘서트홀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밸런스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역시 이 곡에서도 고역의 뻗침이 진짜 남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역시 이 울트라 트위터가 만들어내는 느낌일 거예요. 음이 끝없이 가늘어지면서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음 끝의 섬세함이 정말 특별합니다. 이런 고역 음 끝의 섬세함은 질감만 좋은 스피커는 만들어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왜냐하면 이 이너 디테일, 미세한 디테일은 해상력이 좋은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질감만 좋은 스피커는 만들어낼 수 없는 음의 질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창원: 엄밀히 말해서 이 스피커가 호방한 음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한없이 섬세하고 아주 미세한 터치를 하는 그런 음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오케스트라 현의 파트가 평소하고는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현 파트가 이렇게 섬세하게 치고 들어왔어?' 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목관악기, 관악기도 분명 약간은 온기를 머금은 듯한 사운드를 내는데, 이건 해상력이겠죠. 이너 디테일이고요. 관악기가 절대로 날카롭게 나오지 않거든요. 실제 콘서트홀에서는 굉장히 따뜻한 소리로 나오는데, 딱 그 온도로 그려낸 느낌에서 진짜 이마를 한번 치고 싶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 자체가 중반부에서 굉장히 서정적인 파트로 넘어가잖아요? 이 신세계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풍경, 거기서 느끼는 감정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잖아요? 그 서정적인 파트로 넘어갈 때의 느낌이 '이 스피커를 만든 사람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스피커는 정말 뮤직러버가 선택했을 때 사랑받을 수 있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종학: 아마도 Klinger Favre가 오랫동안 극장이나 콘서트홀에 납품하면서 현장에서도 듣고 수정도 했겠죠.
한창원:회사가 50년 되었다면 그분 연세가 꽤 되죠?
이종학: 꽤 되죠. 1975년에 창업했으니까요. 그래도 아직 이분이 정정하다고 하니까 내년이라도 저희가 비엔나 쇼에 가게 되면 한번 찾아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창원:정말 어떤 분인지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이종학: 저도 되게 궁금해져요.
한창원: 그분의 지금까지 살아온 경력, 인생, 그 모든 것의 현 시점에서의 결정판이 이 스피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진짜 오디오 기기 리뷰를 하면서 제작자를 만나보고 싶다,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다, 그런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그런 스피커입니다.
이종학: 코메디-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라는 콘서트홀에 스피커를 납품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이브 몽탕(Yves Montand)이나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같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수들도 다 거기서 공연했거든요. 그런 곳에 스피커를 납품한다면 토를 다는 게 이상하죠, 사실.
영국제 스피커들이 BBC나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에 납품한 것 가지고 어마어마한 이력을 쌓고 자랑도 많이 하는데, 이 회사도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됩니다.
한창원: 이 제품은 첫 느낌에서 이 영상을 보신 분들도 느끼겠지만, 이 스탠드가 좀 너무 뻘쭘하게 높아요.
보통 앉으면 트위터의 높이가 귀보다도 약간 높은 느낌입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스탠드를 높게 했겠죠? 이 스탠드도 목재처럼 보이는데 소리 들리시죠? 이게 알루미늄 스탠드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스탠드 높이가 69cm, 거의 70cm에 달하고 스피커의 높이가 69cm니까 스피커 키가 140cm 정도 되는 거죠.
굉장히 키가 크고 시각적으로는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그래서 우리가 그냥 사진상의 이미지로 봤을 때는 '약간 독특한 사람이 스피커를 이런 식으로 디자인했나 보구나', '독창적인 건가?' 하는 느낌이었다면, 사운드를 딱 내주면 모든 게 다 이해가 됩니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저렇게 만들었겠지 싶죠.
폭은 30cm이고 뎁스는 50cm입니다. 후면을 보면 보통 스피커 회사가 명패 하나 달아놓잖아요. 모델명을 적어놓고 'Made in 어디' 뭐 이런 거. 그런데 그런 것도 없어요.
후면을 보면 바인딩 포스트 4개와 덕트 2개가 끝입니다. 모델명도 안 적혀있고 Klinger Favre라는 브랜드명은 여기에 적혀있는데, 되게 고급스러운 마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피커 무게가 34kg이고 이 스탠드가 44kg니까 두 개 합치면 78kg입니다. 상당히 무거운 거예요. 그리고 베어링으로 이렇게 플로팅이 되어 있고, 이 회사에서 이것을 플로팅 보드(Floating Board)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인클로저는 MDF로 된 것 같은데 스피커 무게가 34kg이면 굉장히 무거운 편이죠?
그래서 봤더니 클로저 두께가 3cm로 굉장히 두꺼운 인클로저를 써서 불필요한 진동과 왜곡을 없앴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은 웬만한 스피커 회사들이 다 하는 얘기지만, 정교한 음을 실현하는 데 기본이 되는 요소인 진동 최소화를 위한 플로팅 보드 시스템을 가졌다고 합니다.
사실 스피커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스피커가 소리를 낼 때 위에서 좀 뜨니까 트위터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정위감을 해칠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데 그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으니까요. 우리 경험상 이렇게 플로팅을 한 부분. 하이파이스테이 같이 스윙 테크놀로지(Swing Technology)라고 해서 비슷한 기술을 적용했는데, 어쨌든 이런 인클로저부터 시작해서 진동까지 모든 부분들이 고려되고 테스트되어 나온 결과물이니까 이렇게 음악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격 입력은 100W이고 감도는 91dB입니다. 감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죠. 작은 유닛이고 어쨌든 형태는 북셀프 스피커인데 감도가 91dB라면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피던스는 4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고급 라미네이트 천연목 또는 사틴색 도장 마감입니다. 전면 그릴은 옵션인데, 지금은 전면 그릴이 없는 버전이고, 전면 그릴을 씌우고 싶으면 옵션으로 넣으면 자석식으로 전면 그릴까지 할 수 있는 사용상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우퍼가 17cm, 인치로 하면 6.7인치 정도 되겠죠. 17cm 우퍼 두 발. 저희 시청실이 한 16평 되니까 저희 시청실에 비하면 작은 사이즈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스피커의 저역이 궁금해지잖아요? 저는 미리 들어봤잖아요. 과연 이 17cm 유닛 두 개가 만들어내는 저역은 어떤지 들어보기 위해서 Dire Straits의 'Brothers in Arms' 곡을 준비해 오셨어요. 한번 들어보시죠.
음악감상2 - Dire Straits - Brothers in Arms
이종학: 이 곡이 1980년대 중반에 나와서 당시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줬던 녹음이죠? 그 당시에 디지털 녹음이라고 해요. 당시 최고 장비들을 다 모아가지고 녹음한 거라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Dire Straits의 기타리스트 Mark Knopfler는 기타 연주법이 다른 사람하고 다릅니다. 세 손가락으로 손톱으로 이렇게 튕기는데, 'Sultans of Swing' 같은 것을 보면 나중에 날아다니잖아요. 이건 피크로 할 수 없는 연주입니다.
그래서 이 손맛, 튕기고 이렇게 세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아주 복잡한 부분들이 정말 절묘하게 나옵니다. 중간에 또 바도 쓰는데, 바를 이렇게 쑥 당기면 음이 길어지면서 약간 늘어지는 그런 테크닉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rothers in Arms'는 '전우'라는 뜻이잖아요. 전쟁터를 같이 뛰어다니는 형제 같은 존재. 처음에 보면 막 폭격 치듯이 몰아치는데, 거기서 저역의 양감과 밀어붙이는 힘이 곡에 따라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주 흉폭한 저음이 나오겠구나 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또 곡이 진행될 때 보면 일렉트릭 베이스로 계속 진행하는데, 어떤 스피커에서는 이 일렉트릭 베이스가 묻혀서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잘 살아있으면서 끌고 가는 부분이 아주 기분 좋게 들렸습니다.
목소리도 약간 달콤한 느낌도 있고, 이 회사가 스튜디오용 장비를 많이 만드는 회사라 스튜디오 모니터 같은 정확성도 있으면서 Klinger Favre 특유의 온화하면서 깊이 있는 소리가 잘 믹스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창원: 저는 일단 기분 좋은 저역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스펙상 42Hz까지 내려가니까 분명히 북셀프의 저역 한계는 갖고 있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이거보다 상위 모델이 와야겠지만, 보통 5, 6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들을 수 있는 저역의 한계가 30Hz 중후반이거든요. 그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 공간에서는 이 스피커가 갖고 있는 스펙 자체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42Hz의 스펙을 갖고 있는데, 일단 저역의 양감은 이 공간에서는 더 필요하다면 상위 모델로 올라가야겠지만, 딥 베이스가 떨어지는 느낌이 전혀 부족함이 없고 그래서 제가 '기분 좋은 저역'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종학: 그게 참 신기해요, 딥 베이스가요.
한창원: 그리고 이 음악에서 디지털 녹음이라고 하셨지만 이 스피커로 듣는 느낌은 '디지털 특유의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는 매끈한 음의 이음새'라고 메모를 해놨습니다. 음이 정말 부드럽게 음과 음 사이가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Mark Knopfler 기타 특유의 음의 맑음과 에너지감, 그리고 배음이 가득 들어찬 음색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 곡에서 신디사이저라고 해야 되죠? 키보드가 중반부에 계속 나오는데, 저는 이 키보드 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물론 예전에도 들었겠지만 처음 들었다고 느끼는 것은 키보드의 존재감이 이렇게 드러난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키보드가 이렇게 뒤에서 멋있게 연주하는 음악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느껴서, 사실은 이 곡을 들어보고 너무 좋아서 원래 4곡만 듣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내가 익숙하게 들었던 이 음악은 어떻게 나올까' 갑자기 궁금증이 들어서 제가 한 곡 더 골라봤습니다. 저희 HIFICLUB의 최근 레퍼런스 곡이라고 할 수 있는 Anne Murray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입니다. 이 곡 한번 들어보시죠.
음악감상2 - Anne Murray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한창원: 어떻게 들으셨어요 이번에는?
이종학: 사실 Anne Murray가 제가 아는 히트곡들을 보면 정석적인 가수라고 할까요. 약간 가스펠 느낌도 있고, 캐나다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노래 그 자체를 거의 완벽하게 정석적으로 소화하는 느낌의 가수입니다. 이건 컨트리 음악인데 컨트리 풍으로 안 부르고 자기식으로 불렀는데, 이게 또 어울리는 것이 이 가수의 내공이죠. 그게 좀 재밌었고,
되게 투명하면서 특히 어쿠스틱 기타는 음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됩니다. 스피커 감도가 90dB 이상 올라가면 이런 마이크로한 소리들이 잘 잡히거든요. 여기서는 이런 곡들은 정말 강점 있게 다가옵니다.
한창원: 이 곡을 제가 요즘 자주 듣고 있으니까 갑자기 들어보고 싶었던 이유가, 지금 어쨌든 저역도 저역이지만 고역의 느낌이 뭔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러면 이 스피커에서 Anne Murray는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서 들어봤는데, 그런 느낌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Anne Murray라는 가수가 노래할 때 기교를 부리지 않잖아요. 정석적으로 딱 부르니까
그동안은 커다란 원이 덩어리져서 이렇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면 , 지금 이 느낌은 그 커다란 덩어리가 약간 투명해지면서 그 안에 들어있던 작은 덩어리들이 드러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음의 굴곡이 약간 더 표현이 잘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따박 따박 따박' 노래를 불렀는데 사실은 그 '따박 따박' 사이에 있는 미묘한 음과 음색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
노래가 나오면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진행되는 여러 과정들이 더 많이 드러난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훨씬 더 세세하고 훨씬 더 음악적으로, 특히 고역의 변화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변해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Rockna의 R2R Radder DAC의 역할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야말로 디지털 음악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디지털의 느낌이 거의 없고, '이걸 듣고 너무 디지털적인데'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아날로그적인, LP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이런 매끄러움이 드디어 디지털 소스로도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종학: 참고로 저도 Rockna를 처음 듣고 '이제 LP 해야 되나?' 할 정도였어요.
한창원: 그러니까요 저희가 Rockna 리뷰할 때도 아날로그적이다, 그거에 대한 정의도 한번 내려보고 했었잖아요.
이종학: 여기서 그 강점이 잘 나오네요.
이상으로 총 2부에 걸쳐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Klinger Favre 브랜드에서 만든 아름다운 스피커 Studio 17UT에 대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2부 동안 수고해주신 HIFICLUB 한창원 대표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상으로 리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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