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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붕괴... 올해 중국산 점유율 90%

2025.08.25. 1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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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완성차 아부토바즈 톨리아티 공장 조립 라인. 러시아는 연간 3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60만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출처:아부토바즈) 러시아 최대 완성차 아부토바즈 톨리아티 공장 조립 라인. 러시아는 연간 3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60만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출처:아부토바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는 추락하고 그 틈을 파고든 중국차가 시장을 잠식했다.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산업 전반이 구조적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쟁 전 러시아는 유럽 최대 단일 시장 중 하나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거점이었다. 현대차·기아, 르노,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GM, 스텔란티스, 벤츠, BMW 등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현지 생산기지를 운영했을 정도다.

이들이 러시아를 내수와 CIS(독립국가연합) 수출 허브로 활용하며 연간 170만 대 안팎의 시장을 떠받쳤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의 제재로 대부분 철수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내연기관 편중, 낮은 국산화율, 외국 기술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겹치면서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졌다.

2023년과 2024년 기저 효과로 반짝 반등한 러시아 신차 수요는 2025년 판매, 생산, 금융 전방위에서 균열이 드러났다. 7월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13% 감소한 12만 대 수준에 그쳤고 1~7월 누적 판매는 24% 급락했다. 연간 판매 전망은 125만 대 수준에 불과하다. 3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에서 실제로는 60만 대밖에 만들지 못하는 현실이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추락을 상징한다.

금융은 더 큰 문제다. 오토론 발급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연체 잔액은 85% 폭증했다. 신용 의존도가 높은 신차 시장에서 금융 기반이 무너지자 전체 수요가 빠르게 줄었다. 딜러 창고에는 50만 대 가까운 미판매 차량이 쌓여 있고 카마즈와 GAZ는 주 4일 근무로 전환했으며 러시아 최대 업체 아브토바즈도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산업의 취약한 틈새를 노린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더욱 거세다. 2024년 신차 판매의 60%를 차지한 중국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올해 말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그러나 현지 투자보다는 완성차 수입과 단순 조립에 머물러 있다. 저부가가치 구조만 남은 러시아 자동차 산업은 이미 중국에 종속됐다는 진단마저 나왔다.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불을 지폈다. 국산화를 유도한다며 재활용료를 대폭 인상했지만, 중국차 사재기 수입을 촉발해 재고와 덤핑 판매를 불러왔다. 그 결과 아브토바즈 같은 토종 업체들은 생산을 줄이고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신세가 됐다. 소비자들은 신차 대신 중고차와 노후차로 몰리고 있으며 승용차 평균 연령은 15.5년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몰락 요인은 네 가지다. 첫째, 금융 의존 수요의 붕괴, 둘째, 중국 의존적 공급망, 셋째, 정책 실패에 따른 시장 왜곡, 넷째, 급속한 품질 후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지능화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회복하기 어려운 고립과 후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 사례는 기술 자립이 없고 특정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정책까지 실패할 경우 산업 기반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물론 러시아의 몰락에는 전쟁과 제재라는 특수한 배경이 있지만, 내수 침체와 통상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 기술 내재화, 공급망 다변화, 정책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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