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잔디밭을 거닐었다. 자전거에 올라타 너른 호수를 만끽했다.
수목원에 들러 나무를 바라보니, 비로소 마음이 차분해졌다.

국내 최대 인공호수
세종호수공원
여름철 기승을 부리던 장맛비가 잠시 주춤하던 어느 오후 세종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허리에 위치한 세종시는 동쪽으로는 충북 청주, 서쪽으로는 충남 공주와 맞닿은 행정 도시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를 막기 위해 중앙행정기관과 연구기관 등 다양한 정부 공공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다. 서울의 70% 정도의 면적에 약 4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대전, 청주, 천안에 뒤이어 충청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세종호수공원에 도착하니 넓은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인공호수로 충청도를 관통하는 금강에서 물을 길어 만들었다. 담수량은 약 50만톤에 달하며 평균 수심은 1.5m 정도다. 인공호수 주변으로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애기부들, 창포, 어리연 등 여러 가지 수상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호수 뒤편으로 높고 가지런하게 뻗은 빌딩들이 가득하다.


중앙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잘 정돈되어 있다. 싱그러운 풀잎과 소나무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총 8.8km,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언제든 휴식하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골프장, 야구장, 풋살장, 테니스장을 비롯한 구기 종목 경기장도 갈 갖춰져 있다.

공원에 위치한 세호교를 건너면 저 멀리 세종호수공원의 문화 휴게복합공간, ‘송담만리’가 나온다. 송담만리라는 이름은 세종호수공원의 옛 지명인 ‘송담리’와 만리 앞을 내다본다는 ‘명견만리’의 합성어다. 세종시의 옛 기억과 밝게 빛날 미래가 공존한다는 의미다.

1층에 위치한 ‘꿈앤 카페’는 세종시 장애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 앞쪽으로 너른 잔디밭이 가득 펼쳐져 있어 피크닉 하기 좋다.
자전거 타고 호수공원 한 바퀴
세종호수공원은 무려 축구장 62개의 면적에 달한다. 이 거대한 인공호수를 걸어서 둘러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도 여름철에. 이럴 때는 자전거가 최고의 선택지다. 세종시 공영자전거, ‘어울링’은 호수공원 곳곳에 세워져 있다. 공영자전거 대여 순서는 간단하다. 먼저 ‘어울링 공영자전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다.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마친 후 일일권을 구매한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으로 자전거 QR코드를 스캔 후 블루투스를 통해 자전거의 잠금을 해제하면 된다.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타이어 공기압은 적절한지, 안장은 높이에 맞게 고정되었는지 확인했으면 이제 라이딩을 즐길 일만 남았다.


하얀 프레임에 파란색 포인트가 인상적인 공영자전거, 어울링은 7단으로 기어 변속이 가능해서 평지가 대부분인 호수공원에서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호수와 습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시속 15km 속도로 페달을 돌리면 어느새 어깨가 들썩거린다.

유유히 흘러가는 호수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다. 축제섬, 수상무대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호수공원에 위치한 인공섬을 일일이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라이딩이 더 재밌다. 세호교를 건너야 갈 수 있는 수상무대섬은 멀리서도 푸른색의 유리 지붕이 눈에 띈다. 금강의 물살에 다듬어진 조약돌을 형상화한 거대한 공연장인데, 670석의 좌석을 겸비하고 있다. 공연이나 이벤트, 음악회가 있을 때마다 세종 시민이 모이는 곳이다.

공영자전거를 반납할 때는 지정된 장소에서 뒷바퀴의 잠금장치를 잠그고 ‘어울링 공영자전거’ 애플리케이션에서 반납 버튼을 누르면 된다.
도심 속 녹색 공간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역시 세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2020년 개장한 국립세종수목원은 온대 지역의 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통적인 정원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축제마당,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분재원, 무궁화원, 치유정원 등 각각의 주제별로 구성된 전시원에는 2,450종, 약 110만 본의 식물이 있다.

수목원에 입장하면 곧바로 드넓게 펼쳐진 잔디광장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축제마당이란 곳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참여형 공간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과 문화 행사가 열린다. 잔잔하게 다듬어진 잔디광장을 따라 걷다 보면 햇볕에 반짝이는 거대한 유리온실 건물이 보인다. 세종수목원의 랜드마크인 ‘사계절전시온실’이다. 외떡잎식물인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한 외관이 특징이다. 하늘에서 내려보면 둥글고 아름다운 꽃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열대온실은 열대우림에 온 것처럼 덥고 습하기 때문에 관람할 때는 생수를 챙겨 가길 권한다. 이파리가 우거진 열대식물과 인공폭포에서 떨어지는 우렁찬 폭포 소리가 인상적이다. 지중해온실에선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를 비롯한 228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높이 32m의 전망대가 외부로 이어져 있어서 세종수목원 전체 전경을 조망하기에도 좋다. 현재 지중해온실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를 주제로 한 ‘한 여름밤의 고흐’ 기획 전시(11월2일까지)를 진행 중이다.

세종수목원 중심부에는 한국전통정원이 웅장한 자태를 과시한다. 궁궐정원, 별서정원, 민가정원 등 3종류의 정원이 있다. 궁궐정원은 창덕궁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았다. 부용정에 앉아 연못 건너로 해 지는 주합루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여름밤은 빛으로 옷을 입는다
국립세종수목원 야간개장
세종의 여름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수목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국립세종수목원은 10월11일까지 야간개장을 진행된다. 넓은 잔디광장 축제마당에는 달 조형물이 반짝거리고 궁궐정원은 멀리에서도 주황빛을 발하며 존재를 뽐낸다.

무더위를 피해 선선한 밤에 수목원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어두운 산책로를 작은 조명들이 비행기 활주로처럼 비춰 준다. 야간개장의 묘미를 더할 감성등 이벤트도 놓쳐선 안 된다. 방문자센터 앞에서 선착순 1,000명에 한하여 무료로 감성등을 대여할 수 있다. 저녁 6시쯤, 세상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야간개장 플리마켓도 열린다. 위치는 방문자센터 앞 광장. 지역 소상공인들이 직접 작업한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식물 굿즈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 김민형 에디터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