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에 게재된 모든 이미지는 Google Gemini 2.5 Flash로 생성한 웹툰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AI를 통해 재현한 것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2.5 Flash
두 거대한 전동공구 제국, 보쉬와 디월트의 오랜 라이벌 구도는 마치 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맞붙었던 독일과 미국의 전차 대결을 연상시킨다. 정밀한 기술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무장한 보쉬는 독일 전차의 면모를 그대로 닮았고, 압도적인 생산력과 현장 친화적인 실용성으로 무장한 디월트는 미국 전차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세계대전이라는 처절한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나 각자의 강점을 지켜온 두 기업은, 오늘날 전동공구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걸어온 길에는 어떤 역경과 도전이 있었을까?
▲ 독일 6호 티거 전차의 엄청난 위력을 잘 표현한 영화 'FURY'의 한 장면
잘 알려졌듯, 제2차 세계대전의 진정한 주인공은 ‘전차’였다. 두꺼운 장갑과 강력한 주포를 앞세워 적진을 돌파하고 점령하기 위해 태어난 무기, 바로 탱크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독일의 'Panzerkampfwagen VI Tiger I', 흔히 ‘6호 티거 전차’라 불린 모델이었다. 이에 맞서 연합국의 맹주였던 미국은 셔먼 전차를 개발해 대량으로 투입하며 맞대응했지만, 전장에서의 교환비가 무려 10대 1에 달했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티거 전차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성능 격차는 영화 "퓨리(Fury)"에서도 생생하게 묘사된 바 있다.
두 번의 전쟁이 만들어낸 Bosch
"1886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로베르토 보쉬가 설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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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전통은 보쉬라는 기업을 탄생시켰다. 기계와 금속 가공업체들이 밀집해 있던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1886년 로베르트 보쉬(Robert Bosch)는 회사를 설립했다. 자동차 강국 독일답게, 설립 초기에는 차량용 저전압 점화장치 개발에 주력했는데, 이는 곧 보쉬의 뿌리가 독일 특유의 정밀공학(Feinmechanik)과 전기공학(Elektrotechnik)에 있음을 보여준다.
"1차 세계 대전 시기 군수산업에 납품을 했으나 전후 민수 산업으로 전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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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럽 전역을 폐허로 만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보쉬에게도 커다란 시련이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이어진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 본토에 직접적인 전쟁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패전의 결과로 경제적·정치적 후유증이 전 국민을 짓눌렀다. 이 시기 보쉬는 독일 군수산업과 협력하여 항공기 엔진용 자기식 점화장치를 납품했다. 전쟁 기간 동안 독일 본토가 폭격 피해를 입지 않았던 만큼, 전후 과제는 ‘물리적 복구’가 아니라 ‘경제적 회복’이었고, 보쉬는 민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 재건에 힘을 보탰다.
"1932년 보쉬 최초 전동 해머드릴을 출시하다(이미지의 제품과 외형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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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이후 보쉬는 회복과 자력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다. 그 결실로 1932년, 오늘날 보쉬 전동공구 라인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전동 해머드릴을 세상에 내놓았다. 동시에 창업자 로베르트 보쉬는 무기 생산에 관여했던 과거를 공개적으로 후회하며, 평화주의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독일의 군수물자 생산 기업으로 강제 동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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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사는 보쉬 편이 아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는 국가사회주의, 이른바 전체주의의 광풍이 불어닥쳤고, 결국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나치 정권하에서 보쉬는 창업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독일 군수물자 생산 기업으로 편입되었으며, 전쟁 기간 동안 항공기 부품, 군용 차량 점화장치, 디젤 분사 펌프 등을 제작하며 독일군의 핵심 공급업체 역할을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군수 생산 경험은 보쉬가 전후 자동차 부품과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연합군의 독일 본토 폭격으로 공장이 초토화되었고, 전쟁 협력과 강제 노역으로 인한 인권 침해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는 오늘날 보쉬가 사회공헌, 탄소중립,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하지만 효율적인 디월트의 탄생
"1924년 원형 전동 톱으로 미국 건설 현장을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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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위기를 맞아야 했던 보쉬와는 달리, 192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레이먼드 디월트가 창립한 디월트는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직접 겪지 않았다. 그는 목공 전문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형 전동톱을 개발하면서 회사를 시작했다. 이 전동톱은 목재 가공 현장에서 톱날을 자유롭게 이동시켜 절단 각도와 길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덕분에 미국의 목공·건축 현장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혁신 덕분에 디월트는 빠르게 미국을 대표하는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보쉬의 초기 제품이 전쟁 도구에 장착되었던 것과 달리, 디월트의 첫 제품은 ‘생산’을 위한 도구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2차 세계대전 미국 군수물자 생산의 대표 도구로 자리매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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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고통은 디월트도 함께 겪어야 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산업 총동원 체제’에 돌입했다. 전쟁에 필요한 폭격기, 군용 트럭, 함정, 무기, 병참 물자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국가 주도 계획 아래 생산 라인에 편입되었고, 디월트 역시 그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시기 디월트의 원형 전동 톱과 목재·금속 가공 장비들은 단순히 건축 현장뿐 아니라 군수 물자 제작 공장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다만, 아예 항공기 엔진용 점화장치를 직접 생산해야했던 보쉬와는 다르게, 디월트는 군수 공장에서 쓰이는 전동 공구를 공급했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디월트는 이전보다 훨씬 대규모로 장비를 생산, 보급해야했고 이는 회사의 기술적 노하우와 생산 라인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후 유래없는 호황기를 맞이해 민간 건설 기업에서도 인정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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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며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주택 건설 붐과 산업단지 개발이 이어졌고, GI 법안 덕분에 제대한 군인들이 대거 주택을 구매하면서 고속도로, 교량 등 사회 기반 시설 건설도 본격화되었다. 이 시점에 이미 군수 생산 현장에서 성능을 입증받은 디월트 장비는 민간 건설 회사들 사이에서 ‘검증된 공구’로 받아들여졌다. 전쟁 기간 동안 미국 전역의 군수 공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며 작업자들의 손에 익숙해진 공구가 바로 디월트였던 것이다. 이로써 디월트는 전쟁을 통해 쌓은 생산 역량과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 건설 산업의 황금기에 빠르게 안착했고, ‘현장 중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더 굳혔다. 전쟁 앞에서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희생양이 되었던 보쉬와는 대조적으로, 디월트는 오히려 전쟁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며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드디어 시작된 배터리 시대, 더불어 벌어진 규격 전쟁
"전동 공구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최초로 장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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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전후 복구의 황금기를 거치며, 무선 공구의 시대가 찾아오게 된다. 케이블로 전원에 연결하는 방식에서 탈피, 배터리를 장착해 작업 반경에 제한을 없애는 혁명적인 변화였다. 이런 새로운 시대를 보쉬가 먼저 열었다. 2000년대 초반,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동공구에 적용하면서 전 세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니켈카드뮴(Ni-Cd)과 니켈수소(Ni-MH)가 주류였던 시장에서, 한층 가볍고 충전 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전원 방식을 실현해낸 것이다. 이는 작업자의 피로를 줄이고 충전 대기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현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이었다.
"배터리 규격 문제로 내홍을 겪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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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규격’이었다. 보쉬는 리튬이온 공구 라인업을 밀어붙이면서 독자적인 전용 배터리 팩 시스템을 채택했다. 경쟁사들이 곧바로 18V 플랫폼(북미에서는 20V MAX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으로 사실상 업계 표준을 만들어간 것과 달리, 보쉬는 36V 시스템까지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다. 기술적으로는 진보적이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다. 무겁고 가격이 비쌌으며, 다른 브랜드와 배터리 호환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현장에서 한 번 보쉬를 선택하면 끝없이 보쉬 전용 배터리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보쉬가 북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내 보쉬는 사실상 표준이 된 18V 플랫폼을 늦게나마 도입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시장의 언어를 외면해 고립으로 이어졌다. 이때의 경험은 보쉬가 ‘기술’뿐 아니라 ‘호환성과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다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잡는 밑거름이 되었다.
2차 대전 시기 독일의 6호 티거 전차는 총 1,300여대 생산되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셔먼 전차는 같은 기간 5만 여대 이상 생산되었다. 무엇보다도 부품의 규격화 생산 라인의 자동화가 매우 큰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보쉬 배터리 규격 문제와 흡사한 느낌이다. 부품 하나하나를 6호 전용으로 만들어야하는 독일(보쉬)과는 달리 미국(디월트)은 범용성, 호환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독립 전쟁까지 거하게 치른 디월트가 살아남은 비결
"디월트, AMF 거대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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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디월트는 American Machine & Foundry(AMF)의 손에 넘어가며 독립 기업으로서의 첫 장을 마감했다. 전후 폐허 속에서도 보쉬가 독립적인 경영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디월트는 거대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AMF 체제에서 디월트는 장비 생산 라인을 확충하며 규모의 성장을 이뤘지만, 브랜드 고유의 색깔은 점차 희미해졌다. 당시 AMF는 볼링장 설비, 자전거, 산업 기계 등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고 있었고, 이로 인해 집중력이 분산되었다. 그 결과 디월트는 ‘전문가용 공구 브랜드’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강화하지 못한 채, 거대한 공급망의 일부로만 기능하는 데 그쳤다.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뢰받는 이름이었지만, 과감한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납품 위주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보쉬가 독립 경영을 고수하며 전후 복구 과정에서 기술과 신뢰를 동시에 키워나간 것과 달리, 디월트는 대기업 체제 속에서 양적 팽창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블랙앤데커로 인수되며 이원화 전략을 펼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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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1960년대 후반 찾아왔다. 블랙앤데커가 디월트를 인수하면서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당시 블랙앤데커는 드릴과 소형 전동공구로 가정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전문 현장에서는 ‘가볍다,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디월트는 목공과 건축 전문가들이 신뢰하는 브랜드였기에, 블랙앤데커에게는 부족한 퍼즐 조각을 채워줄 완벽한 카드였다. 인수를 기점으로 블랙앤데커는 시장을 이원화했다. 블랙앤데커는 여전히 일반 소비자와 DIY 시장을 겨냥했지만, 디월트는 전문가와 건설 현장을 위한 전용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이후 ‘옐로-블랙’이라는 선명한 색채 정체성은 1990년대 리런칭과 함께 강렬한 프로페셔널 이미지를 구축했고, 디월트가 오늘날 전동공구 3대 강자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플랫폼과 규격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전문가와 가정용 라인업을 분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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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두 회사의 경쟁은 '플랫폼 전쟁'으로 옮겨붙었다. 보쉬는 브러시리스 모터, 스마트 공구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하며 '기술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문가용과 가정용 라인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 시장에 최적화된 '정예 부대'를 운용하며 기술의 우위를 통해 모든 틈새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공구가 아닌 목적에 따라 완벽하게 세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자동차, 스마트홈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테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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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보쉬는 전동공구를 포함한 소비재 부문을 유지하면서도, 자동차 전장과 에너지, 스마트홈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테크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동공구 부문에서도 단순한 배터리 혁신에 그치지 않고 IoT, 연결성, 탄소중립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스마트한 산업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결국 보쉬의 행보는 전동공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작업 현장의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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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디월트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스탠리 블랙앤데커 그룹의 핵심 브랜드로서, 디월트는 20V MAX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플랫폼, POWERSTACK·POWERPACK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그리고 건설·산업 현장을 겨냥한 툴 생태계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ToolConnect 같은 스마트 관리 시스템과 Powershift 시리즈를 통해 친환경·스마트 현장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결국 그 중심은 ‘현장 전문가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전동공구 브랜드’라는 정체성이다. 이는 보쉬처럼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기보다는, 건설과 산업 현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따라서 두 회사의 미래는 명확히 갈린다. 보쉬는 전동공구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을 하나로 묶어 거대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고, 디월트는 전동공구의 본질인 파워와 현장성에 집중하며 글로벌 전문가용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히려 할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두 가지 다른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친환경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는 독일 6호 티거 전차같은 보쉬의 길과, “현장 중심의 강력한 도구”에 집중하는 미국 셔먼 전차와 같은 디월트의 길. 이 대비는 향후 전동공구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진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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