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커가 테슬라 사고 차량에서 찾아낸 충돌 사고 직전의 영상을 캡처했다. 도로 종점 표지판과 함께 뒤쪽에 주차해 있는 차량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영상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에게 천문학적 피해 배상금 지급 판결을 이끌어 낸 핵심 증거가 드러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 배심원단은 지난 달 2일(현지 시간), 2019년 키 라르고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총 2억 4300만 달러(약 3400억 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테슬라는 유족이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사고 직전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토파일럿이 사고와 무관하고 따라서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9년 발생한 당시 사고는 오토파일럿을 작동 중이던 테슬라 차량이 막다른 길 표지판이 있는 도로의 바깥쪽에 정차해 있던 차량을 덮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나이벨 베나비데스 레온(당시 22세)이 사망하고 동승자 딜런 앙굴로가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와 유족은 테슬라를 상대로 “오토파일럿이 설계되지 않은 도로에서 작동했고, 사고를 경고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는 치명적인 사고와 관련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고의 직접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한 해커가 결정적 증거를 찾아 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법정은 해커가 찾아낸 영상을 결정적 증거로 채택했고 2억 4300만 달러(약 338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 내게 했다.
원고 측이 의뢰한 해커(@greentheonly)가 차량 칩을 해독는 사고 차량의 컴퓨터에서 테슬라가 없다고 주장했던 충돌 당시의 스냅샷(snapshot)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에는 사고 직전 차량 센서와 카메라가 인식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실제 공개된 영상에는 도로 종점 표지판과 주차된 차량, 그 앞의 피해자를 향해 돌진하는 테슬라 차량의 충돌 직전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다. 표지판 안쪽에 문을 열고 주차해 있는 차량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테슬라는 이 영상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지만 해커는 마이애미 공항 인근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연결해 불과 몇 분 만에 파일을 찾아냈다. 문제는 해당 데이터가 이미 사고 직후 테슬라 서버에 업로드됐다는 것도 확인했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테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재판에서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집으려다 시선을 돌린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테슬라 변호인단은 여전히 데이터 은폐 의혹을 부인하고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텍사스에서는 투자자들이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과장 홍보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10대 사망 사고 재판이 예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의 조직적 책임 회피에 있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테슬라가 거액 합의를 종용했고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존재를 부인하고 찾을 수 없었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만약 테슬라가 수년간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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