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서 아마와 대나무, 옥수수 등 다양한 대체 식물이 친환경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아마(Linum usitatissimum)는 인류가 가장 오래 길러온 작물 가운데 하나다. 줄기에서 얻은 섬유는 통기성과 흡습성이 뛰어나 여름철 의류·침구 소재로 선호하는 리넨(Linen)의 원료가 되고 씨앗은 오메가 3 지방산과 리그난이 풍부해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된다.
오늘날에도 아마씨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건강식품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요거트와 샐러드 토핑, 오일, 영양 보충제 등 일상적인 먹거리 속에서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최근 아마의 쓰임새는 단순히 식탁에 머물지 않는다. 친환경, 경량화가 자동차와 건축, 패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산업용 친환경 소재로 변신해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일례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아마 섬유 복합재를 차량 내장재에 적용해왔다. 벤츠 A·B·C·E 클래스의 도어 트림과 트렁크 라이너, BMW i3·i8의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아우디 A3와 Q7의 콘솔과 도어 커버는 모두 아마 섬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마 섬유는 가볍지만 강도가 높아 차량 무게를 줄이고 연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소음을 줄여 쾌적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재생 가능한 천연자원으로 탄소발자국이 적어 ‘지속가능한 자동차 소재’라는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를 넘어 패션·건축 분야에서도 아마의 변신은 두드러진다. 리넨 직물은 통기성과 촉감 덕분에 여름철 의류와 침구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친환경 패션의 상징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건축 산업에서는 아마 섬유 복합재가 단열재와 벽체 보강재로 연구되고 있고, 아마씨에서 얻는 아마인유(linseed oil)는 도료, 잉크, 목재 마감재, 심지어 바이오 연료 원료로도 활용된다.
Linum usitatissimum대표적인 친환경 대체 식물로 쓰이고 있는 아마(Linum usitatissimum). (Flickr)
아쉬운 점은 국내 재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기후적 한계와 수요 부족으로 아마가 본격적으로 재배되지 않는다. 식품과 리넨 직물, 산업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는 아마보다는 켄나프와 대나무, 옥수수 전분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대체 식물 소재에 더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친환경 소재 의무화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아마는 충분히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고품질 섬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아마와 같은 천연섬유 복합재를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한다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열어갈 수 있다.
아마는 인류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 함께해온 식물이자, 오늘날 슈퍼푸드로 소비자 건강을 지키는 자원이다. 동시에 이제는 자동차·패션·건축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 이외에도 자동차 산업에서는 다양한 대체 식물이 친환경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유채, 아마씨에서 얻은 전분과 오일은 바이오 플라스틱, 페인트, 가죽 염색에 활용된다. 뿌리채소에서 추출한 커렌과 바나나·파인애플 등에서 얻은 나노셀룰로오스는 기존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복합재로 연구되고 있다.
또한 대나무는 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난 내부용 소재로, 민들레·선인장·토마토·파인애플 등은 비건 가죽 형태로 내장재에 적용된다. 더불어 코르크나 커피 찌꺼기 같은 농업 부산물도 재활용되어 자동차 내부에 사용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먹거리로 쓰는 다양한 작물들이 친환경 소재로 변신하면서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의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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