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쑤저우의 미학에 대하여
쑤저우의 미학은 물과 선율에서 비롯됐다. 중국 동남부, 양쯔강 남쪽 끝에 자리한 쑤저우는 고대 운하가 그물처럼 얽힌 평원 위 도시다. 춘추전국시대 당시 오나라의 수도였고, 이후 수나라 당시 대운하를 개통하며 물류와 문화의 거점이 됐다. 물길을 따라 실크, 비단, 차가 오고 가며 점차 정원과 시 같은 쑤저우만의 섬세한 생활양식이 피어났다.


명청 시대에 들어서 쑤저우는 ‘하늘 위에는 천당, 땅 위에는 쑤저우와 항저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성한다. 이 시기에 조성된 고전 정원들은 ‘물, 돌, 식물, 건축’을 비례와 여백 속에 배치하며 중국 원림(園林) 예술의 정점을 이룬다.
당시 조성된 정원 중 졸정원(拙政园)과 유원(留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물의 도시, 정원의 도시, 비단의 도시’ 등 다양한 별칭의 이유로 보존 중이다. 흰 벽과 검은 기와집,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운하. 흩뿌려지듯 피어난 버드나무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물론 오늘의 쑤저우가 그저 수묵화 같은 풍경에서 머무는 것만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한 개발의 시기를 거치며 쑤저우 공업단지 같은 개발구가 도시 곳곳에 형성됐다. 다행스럽게도 철저히 구획을 구분하여 개발했기 때문에 쑤저우 문화 중심지인, 구수(Gusu) 지구의 느린 리듬은 여전히 한결같다. 정원에는 연꽃이 피어 있고, 탁상에서는 국화차 향기가 번진다.


더 리츠칼튼 쑤저우
The Ritz Carlton, Suzhou
흰 벽과 검은 기와, 그 사이를 흐르는 물길과 정원이 도시의 윤곽을 그리는 쑤저우.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구수 지구’에 무려 79만 평방미터 규모의 ‘차이나 센트럴 플레이스’가 새롭게 들어섰다. 호텔, 쇼핑몰, 박물관, 레스토랑 등을 결합한 복합 개발 단지인데, 바로 이곳에 리츠칼튼 쑤저우가 새로이 자리 잡았다. 쑤저우 운하를 고스란히 보존 중인 ‘산탕제 거리(Shantang Street)’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리츠칼튼 쑤저우의 디자인은 도시가 품은 고대 정원과 운하에서 영감을 받았다.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는 전통 가옥의 색감을 따랐고, 자수와 물안개 낀 풍경, 정원과 돌 같은 쑤저우의 디테일이 곳곳에 배치됐다. 중국 내 리츠칼튼 중 최초로 도입한 좌식 체크인, 로비 중앙의 살아 있는 소나무 분재, 그리고 이를 담은 자연석 화분까지. 쑤저우의 정수를 담은 정원을 재현하려는 집념이 공간 곳곳에 배어 있다. 참고로 소나무 분재는 똑같은 모양의 2그루를 돌려가며 관리 중이라고 한다.

190개의 객실은 절제된 동양적 미학 위에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흰 벽과 검은 선이 만든 구조미, 실개천과 다리를 형상화한 자수 문양이 은근한 지역성을 드러낸다. 객실에도 살아 있는 식물이 있다. 가장 넓은 리츠칼튼 스위트에서는 306m2 규모의 테라스에서 구수 시가지와 대표 정원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ditor’s Note
밑줄 쫙, 에디터의 취재 노트

The Ritz Carlton
Club Lounge
리츠칼튼 클럽 라운지는 호텔 5층에 위치한다. 쑤저우의 매력을 라운지에 담기 위해 입구 쪽에 전통 정원을 조성해 놨다. 클럽 라운지에서는 시그니처 애프터눈 티를 포함한 총 5번의 미식 프레젠테이션을 매일 제공한다. 중국의 아티스트, ‘주주 왕(Juju Wang)’과 협업한 애프터눈 티 세트는 클럽 라운지의 하이라이트.

Biao Xia
리츠칼튼 쑤저우는 총 3개의 레스토랑을 갖췄는데, 그중 바오샤는 중식당이다. 호텔 근처에 위치한 ‘바이올렛 가든(Violet Garden)’의 가장 큰 암석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으며,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장쑤성의 담수어와 저장성의 신선한 해산물을 엄선해 정통 화이양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황주는 맑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Feng Pan Ting
펑판팅은 로비 옆쪽에 위치한 티 라운지로, 쑤저우의 역사 깊은 차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장소다. 라운지로 들어가는 입구 벽면에는 차기를 가득 쌓아 인테리어 했다. 지역의 환대를 담은 몰입감 있는 다도 퍼포먼스와 함께, 정성스럽게 준비된 애프터눈 티와 섬세한 쑤저우 스타일의 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더 리츠칼튼 쑤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