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는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과거에는 포드, GM, 도요타, 폭스바겐이 지배했지만, 새로운 세상에서는 두세 개의 매우 강력한 중국 브랜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은퇴를 번복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권이 결국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일부 기업은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산업 전체가 구조조정과 재편의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무대에서 몸소 경험한 흐름에 기반한 노련한 전문가의 냉정한 진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자동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서구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 지원과 소비자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사무엘손 CEO는 현재 수많은 중국 브랜드가 난립하며 과잉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통합 과정을 거쳐 소수의 승자가 남고 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과거 미국·일본·독일 브랜드들이 산업을 지배했던 역사적 패턴의 반복이기도 하다.
기존 제조사 대부분은 이미 중국 내 입지를 잃었고, 과잉 생산된 중국 전기차가 유럽으로 대거 유입되는 이른바 ‘덤핑 리스크’도 현실화하고 있다. 그의 전망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보는 근거다.
볼보 역시 이런 환경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리(Geely)의 자본과 지원 덕분에 연간 75만 대 이상 판매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 속도, 생산 지역 다변화, 비용 효율화 없이는 장기적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사무엘손이 보호무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 전환, 충전 인프라 확충, 현지화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서구 브랜드들은 결국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기술적 전환기에 머물지 않는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확산, 인프라 불균형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히며 산업 질서 자체가 다시 짜이고 있다. 사무엘손은 이를 단순한 위기 관리가 아닌, 자동차 산업 패권이 이동하는 중대한 순간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기업이 내릴 전략적 선택은 단순한 분기점이 아니라 생존과 소멸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다. 서구 기업들은 근본적 경쟁력 강화 없이는 이 흐름을 버텨내기 어렵다.
따라서 관건은 볼보, 그리고 다른 서구 제조사들이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이 곧 세계 자동차 산업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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