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MBUX 하이퍼스크린, BMW 파노라믹 비전, 아우디 콘셉트 C. (출처:각 사)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가 뜻밖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메르세데스 수석 디자이너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가 IAA 2025에서 공개한 BMW와 아우디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면 비판하면서 비롯됐다.
바그너는 BMW 차세대 전기 SUV iX3에 적용된 파노라믹 비전(Panoramic Vision)에 대해 “화면이 너무 멀어 작게 보이고 직관적인 터치가 불가능해 결국 별도의 터치스크린이 필요하다”며 혹평했다. 이어 “BMW는 이를 진보적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실용성과 직관성을 해친다”고 직격했다.
A필러에서 A필러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비전, 운전자 중심의 차세대 BMW 디지털 콕핏. (BMW)
BMW 파노라믹 비전은 A필러에서 반대편 A필러까지 이어지는 전면 유리창 하단에 정보를 투사하는 방식이다. BMW는 파노라믹 비전이 운전자 중심의 미래형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우디 콘셉트 C 인테리어도 그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바그너는 “1995년에 만든 듯 구식이고 상상력이 부족하다”며 10.4인치 리트랙터블 디스플레이 역시 “소형차라면 몰라도 브랜드의 미래 플래그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미니멀리즘, 절제미로 완성된 아우디 콘셉트 C의 미래형 실내. (아우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 파노라믹 비전과 아우디 콘셉트 C는 IAA 2025 현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파노라믹 비전은 밝기와 대비가 뛰어나 직사광선 아래에서도 가독성이 높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아우디 콘셉트 C는 불필요한 과잉 설계를 배제하고 테슬라·볼보처럼 간결한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접혀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와 하이퍼틱 버튼 같은 숨은 기술도 인상적이라는 반응이다.
39.1인치 대형 하이퍼스크린을 탑재한 메르세데스 벤츠 MBUX 하이퍼스크린.(메르세데스 벤츠)
한편, 바그너가 경쟁 브랜드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지만 벤츠의 39.1인치 ‘MBUX 하이퍼스크린(Hyperscreen)’ 역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에서는 하이퍼스크린이 지나치게 복잡해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렵고 물리 버튼을 모두 없앤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가 주행 중 조작 정확도를 떨어뜨려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그너의 발언은 메르세데스·BMW·아우디 간 디지털 인터페이스 경쟁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BMW의 파노라믹 비전, 아우디의 절제된 디자인, 벤츠의 대형 하이퍼스크린 중 누가 진정한 미래가 될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과 경험이 가를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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