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랜드로버가 해커 집단의 사이버 공격으로 생산과 판매, 신차와 부품 재고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패닉 상황을 겪고 있다. (JLR)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사이버 공격으로 생산을 중단한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JLR은 지난달 31일 처음 사이버 공격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성명을 발표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다.
16일(현지 시간)에도 생산 중단 기간을 3주 연장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사이버 공격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피해 규모 역시 예상보다 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이버 공격 피해가 랜드로버에 집중됐다는 점도 JLR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재규어 브랜드가 전동화 전환을 앞두고 대부분 단종된 상황에서 랜드로버 생산과 유통까지 멈추자 사실상 패닉에 빠진 듯하다.
특히 출고를 기다리던 신차 4만 대가 어디에 있는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산망 먹통으로 생산 차량이 어느 곳에 얼마나 보관돼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부품 유통과 재고 관리도 불가능해지면서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는 JLR이 사이버 공격 이후 매일 약 700만 달러, 우리 돈 96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손실 규모가 그 두 배 이상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JLR이 처음에는 부인했던 기밀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차량 구매자들의 개인정보가 해커의 손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사이버 보안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현대차, 혼다, 도요타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과거 여러 차례 해킹 시도로 생산 차질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자동차는 생산과 물류,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전 과정이 하나의 전산망으로 촘촘하게 얽혀있어 한번 공격을 받으면 그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는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졌다. 기계적 품질과 디자인 경쟁을 넘어 사이버 보안이 품질과 안전만큼이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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