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가 필요한데, 웰니스 여행은 부담스러울 때 일본 규슈에 있는 구마모토시로 향해 보면 어떨까. 도시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평화로운 자연 속 따듯한 햇빛과 산들산들 바람이 나무를 스쳐 간다. 현지인의 잔잔한 일상 풍경이 여행자에게도 드리운다.

너른 잔디밭 위 고목들
니노마루 공원
구마모토성 바로 앞,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 광장이자 공원이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커다란 고목들이 자신의 가지를 펼칠 공간을 넉넉하게 가진 채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다.

주민들은 나무 사이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거나 배드민턴, 공놀이를 하기도 한다. 산책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이따금 보인다.
봄에는 벚꽃과 매화나무가, 가을에는 단풍 명소로 유명해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는 곳이기도 하다.

근처에는 구마모토성 외에도 구마모토 현립 미술관과 지역 먹거리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거리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도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다.
평화로운 아름다움
테토리 성당
Catholic Tetori Church
구마모토 시내 츠루야 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아담한 안갯빛 성당이다.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도로 바로 옆에 있음에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


성당 앞을 지키는 성모 마리아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색상의 장미가 피어나기 때문에 장미 철에 맞춰서 가면 더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 내부는 미사 시간이 아닐 때도 개방해 놓는 편이라, 관광 중에 원한다면 편하게 들를 수 있다. 분홍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가 테토리성당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만 실내 사진 촬영은 불가하니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입구에는 성물방이 있는데 역시 성당과 비슷하게 규모는 아담하지만, 다양한 구색을 맞췄다. 묵주, 엽서, 도자기 인형, 펜던트 등 구경할 만한 게 꽤 있다.
유일한 하늘
오모켄 파크
카미토리(Kamitori) 아케이드 안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를 지나 숨겨진 테라스가 등장한다.


아케이드 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이 건물은 사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건물이 무너진 자리를 새롭게 복구한 것이다. 카페의 상업적인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아케이드 상인들과 주민들이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처럼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테라스로 나서면 자갈처럼 작게 조각낸 나무 조각들이 바닥을 덮고 있고, 계절을 보여 주는 나무들이 곳곳에 심겨 있어 자연 속으로 한걸음 들어 온 느낌을 준다.

또 지진으로 무너지기 전 건물에서 사용하던 물 펌프도 그대로 놓여 있어 직접 물펌프를 움직여 보는 소소한 재미도 경험할 수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작은 틈새 공간이지만, 아케이드 안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자리는 항상 만석. 그래도 시끌벅적하기 보다는 목을 축이고 카페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성곽 아래 산책로
나가베이 도리길
구마모토 성곽 츠보이강을 따라 쭉 이어진 산책로로,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이 있는 언덕 기슭에서 시청 앞까지 이어진다.

나가베이 성벽은 길이가 무려 242m로 현존하는 구마모토성의 성벽 중에서 가장 길다. 일본의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길을 따라 중간중간 성벽을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벤치가 있어 멍때리며 풍경을 감상하기도 좋은 편.

사계절 밤낮 상관없이 인기 있는 장소이지만, 특히 봄에 벚꽃이 흐드러질 때, 해가 질 무렵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구마모토성을 둘러보고 내려와 시내로 돌아갈 때 거쳐 가면 가는 내내 눈이 즐거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