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과 노트북은 오랫동안 대학생들의 선택을 가르는 양축이었다. 강력한 성능과 확장성을 앞세운 PC, 이동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삼은 노트북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술 발전은 그 구도를 흔들어 놓았다. 고성능 노트북이 데스크톱의 자리를 위협하는가 하면, 가격 대비 성능에서 여전히 앞서는 데스크톱은 존재감을 유지하며 두 기기 간의 경계를 좁히고 있다.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는 시대의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왔다. 개별 제품의 가격을 제공하는 수준 그 이상의, 어떠한 기기가 누구에게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며 사실상 시장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다나와 아카데미는 이러한 정보 제공을 현장 경험으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온라인으로만 소비되던 정보가 오프라인 현장에서 제품 체험으로 이어지고, 학생들은 눈앞에서 최신 IT 트렌드를 확인한다. 9월 17일 숭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2025 인텔®&다나와 아카데미 페스티벌」은 시장의 변화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메인 스폰서인 인텔을 비롯해 굵직한 글로벌 PC·IT 브랜드의 전폭적인 참여에 힘입어 현장에는 다양한 기기가 전시됐다. 이곳을 다녀간 대학생은 직접 제품을 체험하며 강점과 한계를 비교해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향후 선택의 기준을 세워볼 기회도 누렸다. 변화하는 시장의 현주소가 숭실대 캠퍼스 한가운데에서 가감 없이 펼쳐진 셈이다.
▲ MSI 정택민 팀장을 숭실대 아카데미 현장에서 만났다.
숭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다나와 아카데미 페스티벌 현장. 39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 MSI도 부스를 마련했다. 노트북 마케팅을 맡고 있는 정택민 팀장은 “MSI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게이밍 하드웨어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 브랜드를 접할 기회가 많지만 MSI 같은 글로벌 게이밍 브랜드는 직접 체험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장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제 제품을 보여주고, 브랜드와 가까워질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참가 취지를 설명햇다.
# 게이밍 DNA, MSI의 역사
MSI는 올해로 창립 39주년을 맞았다. 기업 역사의 무게는 기술 축적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상징한다. 정 팀장은 MSI의 정체성을 “게이밍 DNA”로 표현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노트북은 휴대성과 비즈니스용으로만 인식됐다. 성능은 데스크톱이 담당했고, 노트북은 문서 작업이나 간단한 인터넷 사용에 적합한 기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7년 MSI는 세계 최초로 오버클러킹이 가능한 게이밍 노트북 ‘GX600’을 선보였다. 당시에는 “노트북에서 게임을 한다”는 개념이 낯설었지만, MSI는 노트북이 성능 지향 기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 팀장은 “GX600은 노트북이 학업이나 업무용 기기를 넘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까지 담당할 수 있는 기점이었다”고 회상했다. 해당 제품을 계기로 MSI는 2010년대에 게이밍 노트북 시장의 개척자로 자리 잡았다. 타이탄, 레이더 같은 하이엔드 라인업은 게이머들에게 MSI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노트북도 퍼포먼스 머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셈이다.
# 가격 접근성 높인 선택지
MSI의 이름을 알린 것은 플래그십 라인업이지만, 정 팀장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학생 수요층을 겨냥한 전략을 따로 강조했다. “타이탄, 레이더는 하이엔드 모델이지만 학생에게는 가격 접근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군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드 GF 시리즈다. 202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모델이다. 100만 원 초중반 가격대에서 과제와 게임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오랫동안 불만 없이 사용됐다는 점이 신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MSI는 사이보그 시리즈도 내놓았다. 소드 GF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대에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해 개성을 강조했다. 정 팀장은 “개성을 중시하고 활발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학생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며, 가격과 성능,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한 라인업임을 소개했다.
이처럼 MSI가 학생 소비층을 직접 겨냥하는 이유는 단기 매출이 아니라 장기적 효과 때문이다. 대학생은 미래의 핵심 소비층이자, 업계에 진출했을 때 의사결정자가 될 집단이다. 브랜드 경험을 심어두는 것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 UMPC,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
숭실대 행사에서 MSI가 특별히 강조한 제품은 기존 노트북이 아니라, UMPC(핸드헬드 PC) ‘클로(Claw)’다. 겉모습은 닌텐도 스위치나 스팀덱을 연상시키지만, 내부는 완전한 윈도우 기반 PC다. 최신 인텔 프로세서와 아크 Arc 140V 그래픽을 탑재해 일반적인 PC 게임을 그대로 구동할 수 있으며, 모니터나 TV와 연결하면 미니 PC처럼도 활용된다.
정 팀장은 “무게가 1kg 미만으로 휴대성이 뛰어나고, 컨트롤러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어 게임 경험에 최적화됐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ARM 기반이라 윈도우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한계가 있었지만, UMPC는 그 공백을 메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시각에서 UMPC의 등장은 MSI가 노트북 성능 경쟁에 머물지 않고, 폼팩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는 의미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아니라, 경험과 형태의 혁신이 필요하다. UNPC는 바로 그 흐름을 반영한 제품이다.
핸드헬드 PC 시장은 스팀덱, ASUS ROG Ally, 레노버 Legion Go 등 경쟁 제품이 등장하며 급성장 중이다. 따라서 MSI가 치열한 영역에 뛰어든 것은 “우리도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게이밍 DNA를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