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일본의 47개 도도부현과
대표 먹거리를 한국과의 연결 고리로 엮어 냈다. 6개의 테마로 들여다본, 두 나라의 이야기.

바다 건너 이어진 시간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언제나 특별한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봐 왔다. 단순히 ‘우호’라 부르기엔 깊고, ‘경쟁’이라 치부하기엔 따뜻한.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오래된 친구 같은 관계.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깝게 지내며 묘하게도 서로를 닮아 온 두 나라다. 바다 건너 쌓아 온 시간이 어느덧 60년.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해다. 숫자 하나로는 담기 힘든 기나긴 세월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과 크고 작은 교류의 순간들이 거듭돼 형성된 ‘살아 있는 역사’가 있다.
잠시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국교 정상화는 두 나라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열린 이 협정은, 이후 경제와 문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든든한 다리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일본 역시 교역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그렇게 두 나라는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섰다.
흐르는 세월 속, 양국을 이어 준 건 역시나 ‘문화’였다. 1970~80년대 일본의 드라마와 음악, 패션은 한국 젊은 세대의 감성을 흔들었다. 대학가를 휩쓸던 일본 록 밴드의 선율과 동네 가게 진열대에 놓였던 잡지 속 일본 패션은 한국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풍’이라는 말이 하나의 스타일로 불릴 만큼, 당시 일본 문화는 한국 젊은 세대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무대로 한류의 첫 장이 펼쳐졌다. <겨울연가>의 ‘욘사마 신드롬’을 시작으로 <대장금>의 사극 열풍은 일본 안방을 달궜고, 음악에서는 보아와 동방신기가 오리콘 차트를 석권하며 K-POP 1세대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뒤이어 빅뱅과 소녀시대가 그 인기를 확장했고, 오늘날 BTS와 블랙핑크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한류의 정점을 새롭게 쓰고 있다. 이제 한류는 일본에서 ‘낯선 유행’이 아닌, 일상 속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한국이 불쑥불쑥 얼굴을 내민다. 도쿄 번화가의 ‘설빙’, 셀프 사진관 ‘인생네컷’ 앞 젊은이들, K-POP 굿즈로 가득한 상점과 K-POP 댄스 스튜디오, 그리고 골목마다 늘어선 한국 식당까지.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한일가왕전〉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여행 또한 두 나라를 잇는 중요한 통로다. 대한민국 여행사를 펼쳐 놓고 일본을 지운다면, 반쯤 접힌 지도를 보는 셈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인들의 여권에 가장 자주 찍힌 스탬프는 단연 일본이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방일 한국인 수는 558만명. 팬데믹을 지나 2024년엔 882만명까지 회복됐고, 올해 1~4월에만 322만명 이상이 일본을 찾았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은 무려 82만명 이상이 일본으로 향하며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가까움,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로움을 주는 친근함. 반복할수록 더 깊어지는 ‘여행의 고전’ 같은 곳이 바로 일본 아니던가.
길은 한쪽만을 향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 역시 꾸준하다. 2025년 상반기(1~6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약 162만명.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6월 한 달 동안만도 29만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명동 거리에서는 올리브영 쇼핑백을 든 일본인 관광객들이 분주히 오가고, 성수동 카페 앞에서는 테라스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관광 듀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두 나라는 서로의 여행 수요를 이끌어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첫 해외여행의 설렘, 친구와의 우정 여행, 부모님과의 가족 나들이 같은 따뜻한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문화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서로의 무대를 오가며 영감을 주고받는 ‘순환의 고리’가 됐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기념일이 아니다. 서로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와 여행, 그리고 수많은 개인의 기억들이 쌓여 만든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제 두 나라는 단순한 이웃을 넘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진정한 동반자다. 가까워서 더 특별하고, 특별해서 다시금 찾게 될 관계.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두 나라의 내일은, 아직 써 내려가지 않은 한 편의 여행기처럼 우리 앞에 남아 있다.
■타임라인으로 짚어 본 한일 교류 60년
1965년
국교 정상화
한일 기본 조약 체결로 두 나라는 마침내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국교 정상화는 양국의 경제에 활력을 주었고 교류와 협력을 촉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서울 올림픽에 일본이 대규모 선수단과 관광객을 파견했다. 이 경험은 한일 간 관광 및 스포츠 교류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됐고, 이후 일본인 방한 관광 붐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하며 두 나라는 미래지향적 협력의 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한국에 개방됐고, 드라마·음악·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FIFA 역사상 첫 공동 개최 월드컵. 축구 열기와 함께 관광·스포츠·문화 교류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며, 양국 국민이 교류를 직접 체감한 상징적 해였다.
2018년
한류 ‘제2의 전성기’
BTS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K-POP 열풍, 그리고 <흑백요리사>, <사랑의 불시착> 같은 드라마의 인기로 일본은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류가 세대를 넘어 일본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시기다.
■일본에서 발견한 한국의 흔적들

▷일본 길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K-POP 스토어. 곳곳에서 한국 아이돌의 앨범, 포토 카드, 응원봉까지 다양한 굿즈가 빛을 발한다. 현지 팬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작은 한류의 거점.

▷일본 드럭스토어 진열대에는 한국의 뷰티 제품들이 가득하다. 시트 마스크부터 립 틴트까지, K-뷰티의 인기는 국경을 넘어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일본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한국 과자와 라면, 음료까지 다양한 K-스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매운맛부터 달콤한 디저트까지, 한국의 맛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일상의 간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념치킨, 김밥, 떡볶이, 호떡, 핫도그, 소떡소떡, 십원빵까지! 일본 시장 한켠에 자리한 한국 길거리 음식점은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 만점이었다.

▷일본 시장에서 만난 특별한 아이템, 한글이 적힌 양말. 귀여운 문구와 디자인 덕분에 작은 패션 아이템이지만, 묘하게 반가운 한국 감성이 묻어난다.
■여권 속, 가장 자주 찍힌 그 이름
짧은 비행 거리,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정서, 도시마다 다채로운 매력. 덕분에 일본은 늘 한국인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이들이 찾은 도시들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들의 여권 속 가장 자주 찍힌, 일본 인기 도시 10곳을 모았다.

1. 수도, 그 이상의 의미
도쿄 TOKYO
도쿄는 단순한 수도가 아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찾는 일본의 도시 중 하나다. 인천과 김포, 부산, 제주에서 출발한 수십 편의 항공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네다와 나리타공항을 바삐 오가고 있다.


특히 인천(김포)-하네다·나리타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제선 10위권 안에 꾸준히 오를 만큼 여객 수요가 높다. 그만큼 도쿄는 한국인에게 가장 가깝고도 익숙한 도시다. 그러나 도쿄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롭다는 데 있다. 거리 모퉁이를 돌면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노포가 등장하는가 하면, 눈 깜짝할 새에 감각적인 편집숍과 트렌디한 카페들이 치열한 데뷔전을 치른다. 속도와 감성이 공존하는 도쿄는, 그렇게 매번 새로워진다. 우리가 늘 도쿄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2. 문턱 낮은 도시
오사카 OSAKA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약 40%가 찾는 도시, 그만큼 오사카는 언제나 붐빈다. 특히 한국인에게 오사카는 문턱 낮은 도시 중 하나다. 인천–간사이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국제선 중 하나로, 연간 약 500만명을 실어 나르며 두 나라를 촘촘히 잇는다.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오사카다.


그러나 오사카의 매력은 단순히 ‘가까움’에 있지 않다. 도톤보리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로 퍼지는 다코야키 냄새, 오사카성의 성벽에 깃든 역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들뜬 함성까지. 삶과 놀이가 한데 얽혀 도시 전체가 살아 숨 쉰다. 한국인에게 오사카는 첫 해외여행의 설렘이자, 몇 번을 찾아도 질리지 않는 일상의 탈출구다. 늘 같은 듯 보이지만, 매번 새로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도시. 그게 바로 오사카다.
3. ‘진짜 일본’을 만나는 경험
교토 KYOTO
무려 1,076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지금도 ‘천년 고도(千年古都)’라 불리며, 일본 문화의 원형을 가장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인천과 김포에서 간사이 국제공항까지 직항 노선이 운영되고, 공항에서 열차로 약 75분이면 교토에 닿을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부담 없는 길이 열린다. 편리한 접근성 덕분에 교토는 한국인들의 첫 일본 여행지이자, 재방문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실제로 ‘가장 만족스러운 일본 여행지’ 조사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곳이 교토다. 도쿄의 속도와 오사카의 활기와는 달리, 교토는 일본의 본질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무대다. 고요한 정원,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의 청량한 바람, 벚꽃이 흐드러진 철길 풍경은 ‘진짜 일본’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인에게 교토는, 일본을 이해하는 가장 깊고 아름다운 통로다.
4. 사계절 여행지의 압축판
홋카이도 HOKKAIDO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는 한국인에게 늘 특별한 여행지다. 인천–지토세(삿포로)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그리고 여러 LCC가 매일같이 하늘을 가르며 오간다. 여름 휴가철이나 겨울 스키 시즌이 되면 부산과 대구에서도 전세기와 부정기편이 투입돼, 활주로는 북쪽을 향하는 한국인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이렇게 촘촘한 항공망 덕분에 홋카이도는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북국(北)’으로 불린다.

삿포로 눈 축제의 반짝이는 설경, 오타루 운하에 비친 노란 조명의 낭만, 비에이와 후라노 들판을 가득 메운 꽃의 파도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마치 ‘사계절 패키지 여행지’를 그대로 압축해 둔 듯하다. 언제 찾아도 다른 얼굴을 보여 주기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말보다 ‘다시 가야 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여행지.
5. 가장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 FUKUOKA
한국에서 일본을 가장 빨리 만나는 법?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단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도시, 후쿠오카다. 부산과는 불과 200km 거리. 마음만 먹으면 아침에 출발해 점심은 하카타 라멘으로, 저녁은 나카스의 야타이(노점포)에서 맥주 한잔하는 ‘당일치기 일본 여행’도 가능하다.

인천·김포·부산·제주에서 매일 수십 편의 항공편이 후쿠오카 공항을 오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구와 청주에서도 정기 직항편이 운항해 접근성이 더욱 넓어졌다.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은, 후쿠오카가 얼마나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웃 도시인지를 잘 보여 준다.

덴진의 쇼핑몰은 도쿄 못지않게 활기차고, 다자이후 덴만구에서는 천년의 역사가 고즈넉하게 흐른다. 짧지만 강렬한 여행, 가볍지만 깊은 매력. 후쿠오카는 한국인에게 가장 빠른 일본이자, 일본 여행의 첫 관문이다.
6. 바다 건너의 남국
오키나와 OKINAWA
한국인에게 오키나와는 일본 안에서 가장 이국적인 얼굴을 한 여행지다.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직항 노선은 비행시간 2시간 남짓. 가까우면서도 본토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품고 있어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곳이다.

특히 가족여행, 허니문, 그리고 짧은 휴양 수요를 가진 젊은 세대에게 오키나와는 탁월한 선택지였다. 국제거리의 활기, 츄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 아메리칸 빌리지의 네온사인, 슈리성에 남은 류큐 왕국의 기억. 오키나와는 ‘휴양’과 ‘체험’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가장 가까운 바다 건너의 남국. 오늘도 수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힐링을 꿈꾸며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본섬의 나하공항뿐 아니라 이시가키지마와 미야코지마까지 직항편이 연결되면서, 여행자들은 환승 없이도 섬마다 다른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
7. 산업과 여행이 공존하는
아이치(나고야) AICHI
아이치는 도쿄와 오사카의 중간에 위치해 신칸센과 직항 노선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다. 특히 현청 소재지이자 최대 도시인 나고야는 한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하며,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인천–나고야 간 직항편도 하루 수 차례 운항 중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본고장답게 산업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나고야성의 금빛 장식과 오스 거리의 활기찬 상점가, 레고랜드 재팬 등의 스폿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미소카츠와 히쓰마부시 같은 지역 특색 음식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산업의 박동과 함께, 일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 아이치다.
8. 스키와 온천의 천국
나가노 NAGANO
나가노는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웅장한 산맥을 품은 대표적인 자연 여행지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답게 일본 최고의 스키 리조트가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일본 스키 여행’ 하면 홋카이도와 함께 나가노가 대표 목적지로 손꼽힌다. 하쿠바, 시가코겐, 노자와 온천은 특히 한국인 스키어와 보더들에게 인기여서 시즌별로 전세기가 마쓰모토 공항으로 취항한다.

원숭이가 온천욕하는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지고쿠다니 야생 원숭이 공원’ 또한 나가노를 대표하는 명소다. 젠코지 같은 역사 깊은 사찰과 사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자연 역시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겨울에는 스키·스노보드, 여름에는 트레킹과 온천, 여기에 사과와 메밀가루 100%로 만든 주와리 소바 같은 지역 먹거리까지 더해져, 나가노는 ‘자연·문화·미식’을 두루 갖춘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9. 간사이의 또 다른 중심
효고(고베) HYOGO
간사이 지방의 중심에 자리한 효고현은 오사카와 교토와 맞닿아 있어 한국인에게 특히 친숙한 여행지다. 간사이 국제공항 국제선 승객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은 언제나 가장 높고, 2025년 4월부터 고베공항으로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하면서 효고현을 찾는 발걸음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두, 한국인 방문객 통계에서 효고현은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효고 관광의 중심은 단연 고베다. 모토마치와 기타노 일대의 세련된 분위기,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고베항의 야경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조금만 이동하면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리마 온천이 있어, 온천욕과 미식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10. 고대 일본의 시작
나라 NARA
오사카나 교토에서 전철로 3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나라현. 가까운 거리지만, 도시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화려한 오사카, 품격 있는 교토, 국제적 항구 도시 고베와 달리 나라는 고대 일본의 원형을 품은 고요한 도시다. 710년 일본 최초의 수도였던 나라에는 지금도 천년을 이어 온 문화가 살아 있다.

도다이지 대불의 압도적인 위용, 나라 공원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사슴, 고풍스러운 마을 거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오사카–교토–나라’를 잇는 이른바 ‘간사이 황금 코스’는 방일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 루트이자, 일본 패키지 여행의 원조격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나라의 매력은 그 고요함 속에 있다. 교토보다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여행자들은 불교 사찰과 고대 건축 속에 스민 일본 문화의 뿌리를 체감한다. 일본의 시작과 정체성을 마주할 수 있는 방문지가 바로 나라다.
글 트래비 취재협조 JNTO(일본정부관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