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전신주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고 간단한 모듈 설치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어 충전 인프라 확충 및 충전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볼트포스트)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국에 설치된 가로등은 몇 개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도로 주변에 약 300만 개 이상의 가로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 약 41만 기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전국 전신주 수는 약 850만 개에 달한다.
가로등과 전신주는 모두 전력에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때문에 도심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 또는 전신주를 전기차 충전기로 활용하면 충전 불편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스타트업 볼트포스트(Voltpost)가 내놓은 ‘볼트포스트 에어(Voltpost Air)’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모델이다. 가로등과 전신주를 그대로 충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토목 공사나 전력망 확충이 필요 없어 설치 속도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볼트포스트 에어는 약 3m 높이에 리트랙터블(수 retractable) 케이블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고 목재와 금속 기둥 모두에 호환 가능하다. 기존 가로등 기둥에 충전 모듈을 부착하면 즉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위치 확인·사용 가능 여부·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운전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국내 도로에 있는 수 백만개의 가로등과 전신주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상상한 이미지. (오토헤럴드)
볼트포스트 측은 “미국 전역에 2억 개가 넘는 가로등 중 일부만 전환해도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러한 접근은 충전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이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충전이 이뤄지는 환경을 지향한다. 볼트포스트 에어는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 실제 사용되며 가로등 충전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가로등형 충전기가 시범 운영되고는 있다. 하지만 기존 가로등 또는 전신주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밖에 서울시는 무선 충전 실증 사업을 통해 주차면에 설치된 패드 위에 차량을 세우면 케이블 연결 없이 충전되는 기술을 시험 중이다. 부산 역시 도심 공영주차장을 중심으로 무선 충전과 초고속 충전 설비를 병행 확충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볼트포스트 에어와 같은 새로운 충전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충전 속도와 효율성, 차량 규격 간 호환성, 전력망 부하 문제, 그리고 초기 설치 비용은 여전히 충전 인프라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 그리고 전력 인프라 투자가 균형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볼트포스트 에어는 약 3m 높이에 리트랙터블(수 retractable) 케이블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볼트포스트)
가로등 충전기, 무선 충전, 초고속 충전 등 다양한 기술의 목표는 같다. 충전이 더 이상 운전자에게 불편한 행위가 아니라 일상 속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주차만 해도 충전이 시작되고, 산책로 가로등에서 배터리를 채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 충전 불편은 크게 줄어들고 전기차 보급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불편은 여전히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볼트포스트 에어와 같은 새로운 충전 기술이 장벽을 뛰어넘으며 충전기를 찾아 다니지 않아도 일상에 가능한 미래가 오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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