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노이어 클라쎄 시리즈의 첫 모델 'BMW 1500'. 합리적인 가격과 스포티한 성능,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BMW)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BMW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 제품 라인업과 시장 전략의 실패로 파산 직전까지 내 몰렸던 BMW를 다시 살려 낸 것이 1961년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시리즈의 첫 모델 'BMW 1500'이다.
BMW 1500은 중산층을 겨냥한 합리적인 가격과 스포티한 성능,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고 이후 1600, 1800, 2000 시리즈로 확장하며 ‘스포티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게 했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2025년, BMW는 그때와 다른 이유로 노이어 클라쎄를 부활시켰다. 2025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뉴 iX3'는 전동화와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맞춰 대중에 운전의 재미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활한 노이어 클라쎄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다.
전동화 시대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약속
60여 년만에 부활한 BMW 노이어 클라쎄 첫 양산 모델 뉴 iX3. 새로운 키드니 그릴과 얇아진 헤드라이트의 전면부로 전동화 시대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한다. (BMW)
BMW는 오랫동안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조용하지만 밋밋하다’는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숙제였다.
뉴 iX3는 이 질문에 정공법으로 답한다. 6세대 eDrive와 800V 전기 아키텍처, 원통형 셀 배터리를 결합해 WLTP 기준 최대 805km 주행거리와 최대 400kW 초급속 충전 성능을 확보했다. 단 10분 충전으로 372km를 달릴 수 있고 21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뉴 iX3에는 BMW가 새롭게 개발한 6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탑재,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가 크게 향상해 성능과 효율성을 뒷받침한다. (BMW)
성능 역시 BMW 답다. 듀얼 모터 사양인 뉴 iX3 50 xDrive는 최고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65.8kg·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9초 만에 도달한다.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라는 이름의 구동 제어 시스템은 제동·회생·조향을 통합 관리하고 내연기관 시절 BMW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 감각을 재현한다.
일상 주행의 98%가 마찰 브레이크 없이 회생 제동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전동화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성능을 놓치지 않겠다는 BMW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강렬한 캐릭터 라인과 매끈한 차체 비율이 돋보이는 뉴 iX3의 측면부. SUV 특유의 단단함과 BMW의 스포티한 감각이 조화를 이룬다. (BMW)
디자인과 실내, 미래적 해석의 완성
외관은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이다. BMW 고유의 키드니 그릴은 더욱 날렵하고 수직적인 형태로 재해석됐고 트윈 헤드라이트는 얇아진 그래픽으로 미래적 인상을 준다. 측면은 넓은 차체 표면과 정밀한 캐릭터 라인이 네 개의 휠을 강조하며 SUV 본연의 강인함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후면부는 BMW만의 ‘L자형’ 리어라이트를 수평으로 길게 뻗어 세련미를 더했다.
실내는 디지털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대시보드 라인은 도어트림과 이어져 탑승객을 감싸는 듯한 안정감을 주고, 새롭게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과 프리컷(free-cut) 중앙 디스플레이는 직관적 조작성을 높였다.
파노라믹 iDrive와 프리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뉴 iX3의 실내.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면서도 BMW 특유의 운전자 중심 철학을 적극 반영했다. (BMW)
무엇보다 파노라믹 iDrive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에게 새로운 UX를 제공한다. 앞 유리 전체를 활용한 파노라믹 비전, 3D 헤드업 디스플레이, 중앙 디스플레이, 다기능 스티어링 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손은 운전대에, 눈은 도로에”라는 BMW의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BMW는 또한 뉴 iX3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삼았다. 공급망과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고 2차 원자재를 적극 활용하며 수명 주기 전체에서 탄소 배출을 이전 세대보다 34%나 줄였다. 뉴 iX3는 단순한 친환경 전기차가 아니라 BMW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린 상징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출고를 앞둔 뉴 iX3와 BMW 생산 총괄 밀란 네델코비치(Milan Nedeljković). 이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BMW의 첫 번째 생산 시설이다. (BMW)
경쟁 구도 속 BMW의 미래 전략
뉴 iX3가 겨냥하는 시장은 단순한 전기 SUV가 아니라 프리미엄 전기 SUV 세그먼트의 정상이다. 단순한 기술적 사양이나 화려한 치장으로 자동차의 본질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경쟁 모델과 다르게 인테리어 마감과 주행 감각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BMW가 제시한 뉴 iX3의 805km 주행거리와 초급속 충전 능력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BMW는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단일 모델이 아니라 플랫폼과 철학 전체를 전환한다. 배터리 기술, 전자 아키텍처, 디자인, 지속가능성까지 집약된 뉴 iX3는 그 첫 번째 선언이자 ‘테스트베드’다. 앞으로 세단, 컴팩트 SUV, 고성능 M 모델 등 다양한 라인업이 노이어 클라쎄로 확대되며 BMW의 미래 전략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뉴 iX3 후면 디자인. 수평으로 길게 뻗은 L자형 리어라이트가 강인하면서도 미래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BMW)
1960년대 노이어 클라쎄가 BMW의 첫 번째 도약이었다면 2025년 노이어 클라쎄는 두 번째 도약의 출발점이다. 단순히 과거의 이름을 되살린 것이 아니라 BMW의 정체성을 미래 기술과 접목해 다시 한번 업계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BMW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지킨다.” 뉴 iX3는 그 약속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첫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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