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10km 이상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수증기 응축(콘트레일) 은 지상 배출보다 훨씬 큰 온실효과를 유발해 항공기의 기후영향은 단순한 CO₂ 배출량보다 2~3배 이상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수소 연소 가스터빈 엔진 시스템은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미래 항공 산업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롤스로이스는 세계적인 항공엔진 제조사이기도 하다. 1906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설립한 롤스로이스는 럭셔리카 엔진을 제작하는 정밀기계 기업으로 출발해 항공기 엔진 제작에 뛰어들게 된다.
롤스로이스가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한 ‘이글(Eagle)’ 피스톤 엔진은 자동차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항공용 파워트레인의 시초로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스핏파이어 전투기에 탑재한 ‘멀린(Merlin)' 엔진이 절정의 기술을 과시하며 ‘하늘의 롤스로이스’로 불리기도 했다.
항공 엔진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최근 수소 연소 가스터빈 엔진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며 차세대 항공 기술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항공산업의 탈탄소 전환 흐름 속에서 ‘수소 항공기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롤스로이스 특허의 핵심은 액체 수소를 엔진에 공급하기 전에 자체 열로 예열해 연소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롤스로이스는 “연료 펌프가 수소를 도관 내에서 압축해 터빈 중심부의 연소기로 전달하고 일부 수소를 태워 나머지 연료를 가열하는 보조 연소기(auxiliary combustor)가 포함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료 일부를 활용해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는 ‘자급형 연료 예열 시스템(Self-sustaining pre-heating system)’으로 극저온(-253°C) 의 액체 수소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정성과 폭발 위험을 제어하고 기존 항공기보다 더 효율적인 연소를 가능케 한 혁신적 설계로 평가된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수십 년간 수소 추진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 수소연료전지, 가스터빈 등 다양한 수소 기반 추진 방식을 병행 개발 중이다. 2030년대 중반까지 중·소형 여객기에 탑재 가능한 수소 엔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로 사용될 경우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에너지로 꼽힌다. 하지만 저장 용적이 크고 초저온 보관이 필수적이어서 항공기 구조와 공항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도전 과제가 많다. 이 때문에 항공 업계는 완전한 수소 추진보다는 전기·수소 복합엔진(Hydrogen-electric hybrid) 이나 지속가능항공연료(SAF)와의 병행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수소뿐 아니라 폐식용유나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등 다양한 대체 기술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제로아비아(ZeroAvia), 에어버스, 란자젯(LanzaJet) 등은 수소와 SAF를 병행 개발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고가의 제트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 엔진이 향후 10년 내 수소·SAF·전기 추진이 공존하는 다연료 시대로 전환하면서 항공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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