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기를 전기로 이온화해 추진력을 만들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연료가 필요 없는 ‘공기와 마이크로파로 나는 비행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우한대학교 자오 탕(Jau Tang) 교수팀이 개발한 플라즈마 제트 엔진(Plasma Jet Engine) 은 수소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기를 전기로 이온화해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이는 연소가 없는 완전한 무탄소 항공 추진 기술로 기존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자와 원자를 분리해 플라즈마 상태
탕 교수팀의 엔진은 압축된 대기 공기에 2.45GHz 마이크로파를 쏘아 전자와 원자를 분리해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다. 이렇게 생성된 이온화된 기체가 고온·고속으로 분출되면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 주파수와 유사한데 에너지를 극대화해 공기를 ‘네 번째 물질 상태’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CO₂나 유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론상 기존 제트엔진과 유사한 수준의 추력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1kg짜리 강철 구체를 들어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지상에서도 작동하는 플라즈마’ 기존 한계를 깬 기술
실험실에서 제작된 마이크로파 기반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개념도. 공기가 주입되고 마이크로파를 통해 이온화되어 고온 플라즈마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ScienceTechDaily)
플라즈마는 고전적으로 진공 상태(우주 공간) 에서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물질 상태다. 그러나 우한대 연구팀은 대기 중에서도 플라즈마를 생성·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는 우주선 추진체(예: NASA의 홀 효과 추진기, VASIMR 로켓) 와는 다른 접근으로, 지구 대기 내 비행기에도 적용 가능한 전기 추진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향후 이 기술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구동된다면, 완전한 ‘탄소 제로 비행’이 가능해진다.
수소·배터리보다 현실적?
항공업계는 이미 수소연료전지와 대용량 배터리 항공기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 기술 모두 저장과 무게, 인프라 문제라는 한계를 지닌다. 수소는 고압 저장과 극저온 유지비용이 높고,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 배터리는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거리 비행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비해 플라즈마 제트 엔진은 연료 저장이 필요 없고, 재생 전력만 확보되면 지속적으로 구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다만 지속적이고 강력한 전기 공급원이 필수라는 점에서 여전히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우한대 연구진의 공기 중 플라즈마 발생 실험 장면. 기존의 플라즈마 추진은 진공 상태에서만 가능했으나, 이 실험은 대기 중에서도 추진력을 구현했다. (NextShark / Wuhan Univ.)
상용화는 아직 ‘넥스트 모빌리티’의 원점
현재 탕 교수팀의 엔진은 실험실 수준의 소형 프로토타입이다. 상용 항공기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대형 항공기의 추진을 위해선 고출력 전원 시스템, 내열 소재, 플라즈마 안정화 기술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2040년대 중반 이후 소형 드론이나 단거리 전기 비행기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항공 산업의 ‘탄소 제로 전환’이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플라즈마 추진은 수소·e-퓨얼과 함께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삼각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플라즈마 제트 엔진은 '공기를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연료가 아닌 전기와 물리학이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점, 항공 모빌리티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이동 생태계’의 실험실이 되고 있다.
지금은 1kg의 금속 덩어리를 들어올리는 수준이지만, 이 기술이 진화한다면 머지않아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