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국내 게임 시장은 패키지게임 불모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그것도 이제 옛 말이 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시작으로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버서커: 카잔 등 다양한 장르 작품이 이어졌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점차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계보를 이어갈 작품으로, 유저 사이에서는 프로젝트클라우드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더 렐릭: 퍼스트 가디언(The Relic: First Guardian, 이하 더 렐릭)'이 언급되고 있다. 2020년 첫 공개 후 세밀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과 화려한 액션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꾸준히 플레이엑스포, 지스타 등 다양한 게임 전시회에서 유저들과 만나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2025년에서 2026년 초로 출시일이 약간 밀려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여전히 국산 패키지게임 기대작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에 게임메카는 더 렐릭 개발진을 만나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개발 비화, 향후 계획 등을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프로젝트클라우드게임즈 박혜경 기획자, 고설화 아트 리드, 문민기 콘셉트 아티스트, 양호성 애니메이터가 참석했다.

Q. 먼저 더 렐릭이 어떤 게임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문민기 콘셉트 아티스트(이하 문민기 아티스트): 더 렐릭은 괴물에 의해 망가진 다크 판타지를 무대로 하는 오픈월드 액션 RPG다. 많은 분들이 소울라이크로 저희 게임을 생각하고 계신데, 난도가 높긴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소울라이크는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박혜경 기획자: 핵심 특징에 대해 좀 더 말씀 드리면, 룬과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세팅을 만들 수 있다. 맵을 탐색하거나 보스를 처치하면 룬이라는 아이템과 각종 장비를 얻을 수 있는데, 룬과 장비마다 패시브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정 장비와 룬을 착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동되어 패시브 효과가 강화된다. 무기군도 검·방패, 지팡이, 단검, 대검 등 다양하고 액티브 스킬도 많기 때문에, 이를 조합하며 각자의 스타일 혹은 보스 상성에 맞춰 세팅을 연구하는 재미가 좋다.
Q. 더 렐릭을 개발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고설화 리드: 알려졌다시피, 프로젝트클라우드게임즈 박인혁 대표가 영상 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그만큼 유명하다. 캡틴 마블, 아쿠아맨 등 유명 영화부터 콜 오브 듀티 시네마틱 등 다양한 영상을 작업했는데, 영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게임으로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의 프로젝트클라우드게임즈가 만들어졌고, 더 렐릭이 탄생하게 됐다.
Q. 스텔라 블레이드나 퍼스트 버서커: 카잔, P의 거짓 등 국산 패키지 게임은 특히 액션 RPG가 많다. 이러한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더 렐릭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박혜경 기획자: 스토리와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퀘스트 시작부터 탐험, 보스 조우까지 모든 과정에서 연출과 분위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현장감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컷씬으로 게임 속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유저들이 직접 다양한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양호성 애니메이터: 시원한 타격감도 강조 드리고 싶다. 타격 효과부터 공격이 나가는 타이밍은 어떻게 설정할지, 무게감은 어느 정도로 할지 등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현재 투입된 개발 인원과 비용이 궁금하다.
문민기 아티스트: 비용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12~15명 정도 인원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개발 인원이 많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 덕분에 소통도 빠르게 하고 서로 원하는 바를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어 개발에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Q. 총 플레이타임은 몇 시간 정도 되는가?
문민기 아티스트: 액션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총 35시간 정도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50시간으로 예상 중이다.
고설화 리드: 개인적으로 오픈월드 게임에서 맵 곳곳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저희 게임에도 스토리 이벤트나 아이템 등 숨겨져 있는 요소가 많다. 이를 구석구석 찾으며 플레이한다면 1챕터만 해도 30시간 넘게 즐길 수 있다.
Q. 탐험 요소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다만 한편에서는 소위 말하는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처럼 반복적인 콘텐츠에 대한 지루함이 우려된다.
문민기 아티스트: 내부에서도 그 점은 인지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다양한 보스를 만들었다. 총 70종이 넘는 보스가 있고, 이를 처치할 경우 룬이나 장비 등 충분한 보상을 주도록 구성했다.
Q. 보스 종류가 꽤 많은데, 보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문민기 아티스트: 당연히 고민이 많았다. 제일 고민했던 부분은 ‘다른 게임에서 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보스마다 특색도 살려야 되고, 세계관에서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스는 좀 멋있어야 된다는 욕심도 있어서, 보스를 디자인할 때 정말 열심히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Q. 특별히 영향을 받거나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는지?
고설화 리드: 물론 게임도 참고했지만, 그보다는 여러 동화나 한국 설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은 않는 한국 설화 특유의 스토리라인을 저희 방식대로 재해석해 스토리에 담았다.
박혜경 기획자: 기존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관점을 비튼 시도도 많다. 동양 설화는 아니지만 백설공주 이야기로 예를 들면, 백설공주가 마녀가 주는 사과를 먹었다는 점에서 ‘백설공주는 예뻐지고 싶어서 사과를 먹었다’고 유추할 수 있고, 그렇다면 ‘백설공주는 외모에 대해서 관심이 높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더 렐릭 스토리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Q. 원래 2025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최근 내년 초로 출시일이 연기됐다. 혹시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문민기 아티스트: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치가 있었는데, 개발을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계속 발견됐다. 개발자 모두 유저분들께 최상의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부득이하게 출시일이 조금 늦춰졌다. 현재 80~85% 정도 개발 완료된 상태고, 내년 3월 26일을 출시 목표일로 잡고 있다.
Q. 그 외 개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설화 리드: 직접적으로 개발과 연관 있는 것은 아닌데, 재작년 플레이엑스포 출품 당시 저희 부스를 매일 찾아오시는 유저가 한 분 계셨다. 당시 준비됐던 10가지 보스를 모두 플레이하고 가셨다. 플레이 후에는 보스마다 특색 있는 분위기와 패턴을 칭찬해주시면서 “다음 보스와 스토리와 너무 궁금해졌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저희 입장에서 굉장히 감사한 분이었다.



Q. 2023년 플레이엑스포와 작년 지스타에 출품하면서 피드백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다. 게임에 반영된 피드백이 있는지?
문민기 아티스트: 말씀하신대로 많은 분들이 플레이엑스포와 지스타에서 저희 게임을 즐기시고 피드백도 많이 주셨다. 실제로 내부 검토를 거쳐 게임에 반영된 피드백도 많은데, 예를 들어 그로기 수치 UI가 몰입감을 해친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과감히 삭제했다.
박혜경 기획자: 특정 보스가 너무 단조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그 보스를 어떻게 하면 유저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퇴근 후에도 하루 종일 고민했었다. 다음 날에 보스를 개편하고 내부 테스트를 했을 때,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이 나와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문민기 아티스트: 한 차례 출시일이 연기되면서 유저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유저분들이 최고의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개발자들이 매일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게임으로 찾아가겠다.
양호성 애니메이터: 제작자가 재미있게 만든 게임일 수록 유저분들도 즐겁게 플레이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더 렐릭이 딱 그런 게임이다. 지금도 개발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제작 중이니,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박혜경 기획자: 앞에서 말씀 해주신 것과 같은 생각이다. 더 렐릭은 장점이 정말 많은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연출, 몰입감, 현장감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설화 리드: 현장감이나 몰입감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더 렐릭 플레이를 마친 후에는 ‘좋은 영화 한 편 봤다’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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