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여행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대. 산업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의 옛 탄광 도시로 향했다.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폐광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관광상품을 이용하며 로컬의 삶과 문화를 깊이 들여다봤다.
●태백 Taebaek
시원의 땅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
마음비춤 명상센터
태백은 우리나라의 주요 물길인 낙동강과 한강이 시작되는 발원지이자 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품은 귀한 땅이다. 태백이란 공간을 특별하게 경험해 보고 싶다면 마음비춤 명상센터에서 진행하는 명상 여행에 참여해 보자.
‘나를 찾아가는 태백산 시원 명상 여행’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시원(始原)’의 땅 태백에서 명상을 통해 나의 시원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맑은 기운 가득한 태백산이나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디디며 자연과 내 마음에 집중해 본다. 여기에 싱잉볼, 아로마, 차크라 명상과 차 명상, 음식 명상이 더해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이 여행 끝에는 피로감 대신 새로운 에너지가 차오른다.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다.
▷ESG Tip
손수건 챙기기
산행 명상이나 식사 전후에 땀을 닦거나 손을 씻을 때 휴지 대신 손수건을 챙겨 사용해 보자.
●삼척 Samcheok
삼척 바다에 로컬 감성을 더하다!
배나들
삼척 대표 해변인 ‘삼척해변’에서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후진해변’이라는 아담한 해변이 나타난다. 후진항을 끼고 들어선 이곳은 예부터 배가 드나드는 포구라 하여 ‘배나들이’ 혹은 ‘배나들’이라고 불렸다.
해변 앞에는 옛 지명을 그대로 딴 카페가 자리한다. 이 지역에서 어업에 종사해 온 부모님 밑에서 자란 방유라 대표가 운영하는 진정한 로컬 카페로 삼척 바다를 담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해변과 바로 마주한 3층 규모 카페는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이뤄져 실내에서도 바다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바닷바람과 내음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야외 테라스도 마련해 뒀다. 바다를 더 가까이서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감성 피크닉 세트를, 반려견과 함께라면 강아지에게 해녀복을 입혀 인증사진 남기는 체험을 추천한다. 삼척산 꿀과 딸기로 맛을 낸 삼척샌드도 기념품으로 챙겨 갈 것.
▷ESG Tip
해변 뒷정리는 깨끗하게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긴 후에는 쓰레기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자리를 정리해 보자.
반짝이는 유리마을로 변한 탄광마을
도계유리마을
삼척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도계 지역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흥망 역사를 함께해 온 땅이다. 한때는 전국 최대 탄광 마을 중 하나로 석탄산업의 중심에 섰으나 국내 마지막 국영 탄광인 도계광업소마저 올해 문을 닫으며 석탄 시대를 마감했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인구 감소, 지역경제 침체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계는 대체 산업으로 유리공예산업을 선택했다. 석탄 채굴 후 버려지는 폐석에서 얻은 원료를 이용해 유리공예산업을 키우기로 한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유리공예 교육을 진행해 전문가를 양성했고, 그들이 모여 도계유리공예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역 출신 유리공예가들로 구성된 도계유리공예협동조합은 도계유리마을을 중심으로 작품 작업, 전시, 판매 등의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도계유리마을을 방문하면 유리공예를 체험하고 옛 탄광 마을의 흔적을 느껴 보는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SG Tip
로컬 스토리에 관심 가져 보기
각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영월 Yeongwol
동물과 교감하고 가을 캠핑도 즐기자
펫힐링 달빛동물원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의 물길 따라 꽃과 나무가 조화로운 ‘동서강정원 연당원’이 자리한다. 그리고 호젓한 마을 길을 따라 차로 3분 정도 들어가면 야트막한 산자락에 아늑하게 안긴 ‘펫힐링 달빛동물원’이 보인다.
양, 알파카, 토끼, 당나귀 같은 귀여운 동물들이 살아가는 작은 동물원은 인위적인 대규모 동물원과 달리 포근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평화로이 살아가고 방문객들은 이런 동물들과 교감하며 힐링의 시간을 만끽한다.
캠핑장을 품은 동물원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동물원 안쪽으로 14개 사이트를 갖춘 오토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캠핑하기 좋은 분위기로, 단풍 구경과 밤하늘 별 감상은 보너스.
▷ESG Tip
동물권 보호하기
동물을 함부로 만지는 등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삼가자.
사계절 축제로 즐기는 진짜 영월 여행
동강리버버깅협동조합
동강리버버깅협동조합은 ‘리버버깅’이라는 다소 생소한 수상 레포츠가 영월 대표 여름 액티비티로 자리 잡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간 동강의 급류와 풍경을 특별하게 즐기는 리버버깅의 매력을 널리 알려 왔고, 이제 리버버깅을 넘어 영월 사계절 릴레이 축제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리버버깅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어떤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계절 특색에 맞춰 불을 테마로 삼고, 쥐불놀이와 불꽃놀이, 미디어아트 불빛 축제가 어우러지는 겨울 축제를 선보였다. 축제에 대한 호응은 뜨거웠고 결국 사계절 축제로 확장하게 됐다. 영월의 자연 자원과 문화 자원, 체험 시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계절별로 가장 매력적인 조합으로 축제를 꾸려 낸다.
올가을에는 한반도뗏목마을, 삼굿마을, 삼돌이마을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문화를 지닌 여러 농촌체험마을과 협업해 정겹고 풍요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ESG Tip
로컬 문화 체험하기
각 마을의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자.
●정선 Jeongseon
민둥산 억새 구경 후에는 여기
카페 마실(무릉도원)
이맘때 민둥산은 은빛 억새 물결로 뒤덮여 찬란하게 빛난다. 정상부에 올라 가을의 황홀경을 만끽한 후에는 민둥산 인근에 자리한 ‘카페 마실’에 들러 산행의 피로를 풀어 보자.
이곳에서는 정선 토박이인 이송희 대표가 고향에서 나는 귀한 약재를 깐깐하게 골라 만든 무릉도원 약선차를 선보인다. 각각의 효능에 따라 황제차, 황후차, 쾌비차 등의 이름이 붙은 약선차는 몸에 좋을뿐더러 향긋하고 빛깔이 고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카페에서는 약선차 외에도 오븐에 구운 영양 찰떡 ‘민둥산 영양바’와 다양한 마실 거리를 판매한다. 족욕이나 건식 좌욕, 발 마사지 체험도 가능해 산행 후 힐링하기에 제격이다. 한 가지 여행 팁! 민둥산과 마을 명소를 연계한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 미션을 완성하면 카페 마실에서 아메리카노나 차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ESG Tip
기차여행 하기
민둥산 방문을 계획한다면 기차를 타고 민둥산역에 내려 산행도 하고 주변 마을도 돌아보는 것을 추천.
오지 산촌에서 누리는 따스한 평온함
매화골사계정원
해발 750m, 때 묻지 않은 산촌 풍경 속에 ‘매화골사계정원’이 호젓이 들어서 있다.
한 가족이 5대에 걸쳐 지켜 온 산골 터전은 <삼시세끼>, <인간극장> 같은 방송에 등장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청정 산촌 생활을 경험하고 싶은 방문객들이 찾아드는 오지의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대를 이어 터전을 지키는 젊은 부부는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산촌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농작물과 경관작물을 두루 경작하며 자연의 도움을 얻어 ‘사계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계절별로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간다. 펜션에 하룻밤 묵으며 산촌의 낮과 밤을 충분히 누려도 좋고, 잠시 들러 꽃밭과 산길을 따라 산책을 즐겨도 좋다. 산 뷰를 반찬 삼아, 라면 한 그릇을 즐기는 꿀맛 같은 휴식도 가능하다. 어떤 방식으로 머물러도 오지 산골의 따스한 평온함은 그대로 전달된다.
▷ESG Tip
에코 드라이브 실천하기
청정한 산촌 여행지로 향하는 길, 경제속도 준수, 공회전 최소화, 트렁크 짐 줄이기 등 에코 드라이브를 실천해 보자.
글·사진 김수진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