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뉴욕의 지하철에 문젯거리가 생겼다. 뉴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하철 광고위에 새까맣게 낙서가 된 것이다. 영화에서 자주보던 예술적인 그래피티로 넘겨보기에는 매직으로 끄적인 텍스트만 가득했다. 아니 이것은 분노의 메시지에 가까웠다. 광고판 위에는 손글씨로 이렇게 써있었으니까.
“Go More real friends(진짜 친구들과 놀아라)”
과연 뉴욕시민들은 왜 이렇게 분노로 광고판에 낙서 테러를 하게 되었을까?
129달러에 당신의 우정을 만들어드립니다
그것은 이 광고의 주인공이 목걸이 형태의 AI 기기 ‘프렌드(FRIEND)’이기 때문이다. 프렌드는 인공지능이지만 정보 검색이나 생산성 도구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는 반려인공지능(?) 서비스다.
비록 이 프렌드를 만나려면 129달러의 친구료(?)를 주고 목걸이를 사야하지만, 그래도 이 각박한 세상 온전한 내 편을 만들 수 있잖아?
…라는 생각을 누가 했을까? 바로 ‘하버드를 중퇴한 젊은 사업가(왜 창업가들은 하버드를 다 중퇴할까?)’다. 아비 쉬프먼이라는 이 사람은 17살에 코로나19 추적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투자금으로 받은 250만 달러의 모금액 중 180만 달러를 “friend.com” 도메인의 이름을 사는데 쓰는 기행을 작년에 저질렀다. 인공지능 프렌드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뉴욕에 대대적인 광고판을 올리게 된 것이다. 왼쪽에는 목걸이 사진, 오른쪽에는 “친구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며, 지지해주는 사람”이라는 정의와 함께.
그런데 그 말에 인간이 제대로 긁히고 말았다.
누가 감히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어?
프렌드의 광고는 10월 뜨거운 논쟁이 되었다. 이 문구를 본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펜을 들어 내용을 반박했다. 전문가들 역시 위험성을 알렸다. 그들은 이 목걸이에 ‘외로움을 상품화한 서비스’, ‘인간관계를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라는 말까지 붙었다.
흥미롭게도 이 사건의 발단(?)인 ‘아비 쉬프먼’은 낙서된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이 모든 논란을 환영했다. 지하철을 가득 메운 광고판은 낙서가 더해지자 더욱 사람들에게 알려졌고(심지어 바다건너 한국 마시즘 아지트까지도), 그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친구’란 무엇인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잊혀졌던 진짜 친구가 나타났다. 아니 너는…?!
맥주만이 여러분의 우정을 지킬 수 있다
10월 중순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 전광판에 놀라운 광고가 올라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친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맥주를 함께 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make a friend is over a beer).”
하이네켄의 재치있는 이 광고에는 병따개 목걸이 사진도 있었다. 그 디자인이 바로 AI 목걸이 ‘프렌드’의 디자인과 너무 유사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광판 한쪽에는 “Social networking since 1873”이라는 말도 써있었다. 우리는 이 사회적 네트워킹을 100년도 넘게 해왔다는 자부심이랄까?
당연히 사람들은 하이네켄의 재치 있는 디스(?)를 환영했다. 생각해보면 하이네켄이 이런 이야기를 던진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기계의 지배를 막기 위해 하이네켄이 간다
하이네켄의 적은 다른 맥주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 스마트폰, 인공지능 서비스 등의 사회적인 이슈와 가깝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모여야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는 순간 맥주의 가치는 그저 그런 목을 축이는 음료 정도로 떨어진다.
때문에 하이네켄은 ‘Social Off Socials’을 이야기 한다. 쉽게 말 하자면 스마트폰 끄고 친구들과 현실을 즐기자라고 할까? 그래서 전화와 문자만 되는 지루한 폰 ‘하이네켄 보링 폰’을 출시하기도 하고, 맥주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뒤집어버리는 ‘더 플립(The Flip)’이라는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AI다. 인공지능에 맥주 마시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런 광고를 낸 것이었다. 어쩌면 외계인이 쳐들어온다고 하면 가장 먼저 인류를 수호할 그룹은 하이네켄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살아서 맥주를 마셔야하니까.
그런데 반전 : 하이네켄은 AI 마스터였다
대중적인 행보를 보면 하이네켄은 첨단 기술을 차단하고 인간적인 것을 지키기 위한 수호자 같다. 하지만 하이네켄은 세계에서 가장 AI를 잘 활용하는 맥주회사이기도 하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부터, 판매되는 과정까지의 데이터가 집약된 하이네켄의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수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들을 수개월 안에 끝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달라. 우린 기술을 포용하여 사용하지만, 인간적인 요소들을 보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인공지능의 시대 당신의 친구는 누구일까?
AI 목걸이 프렌드 역시 무의미 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소통이 단절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들에게는 대책이나 방법이 아닌 공감이나 안부가 주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Chat GPT에 언제부터인가 고민상담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도 그 증거다.
아무튼 정해진 미래처럼 인공지능의 시대는 다가올 것이다. 그때 여러분의 친구는 누가 될 것인가? 인공지능 목걸이? 사람? 아니면 맥주 한 잔이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참고문헌
 - Your new AI Friend is almost ready to meet you, David Pierce, the verge, 2024. 7. 31
 - People destroyed the ‘friend.com’ AI necklace ads with graffiti. The 22-year-old founder loves it: ‘Capitalism is the greatest artistic medium.’, Eva Roytburg, 2025.10.1
 - Heineken Joins A.I. Companionship Debate With Ad Promoting Real Friends, Alexandra Tremayne-Pengelly, OBSERVER, 2025.10.21
 - Heineken deploys AI to streamline global operations and boost employee productivity, vinegar, 2025.5.28
 - Brewing Innovation: How Heineken is Transforming Operations with AI and Data, Marco Van Der Hoeven, 2024.11.15
 - How Heineken Wins with AI, dr. J.K. (Jovana) Karanovic, RSM. 2024.1.1
 - Brewing innovation: Heineken Mexico enhances operations with Gen AI, Matti van Engelen, Sparkoptimus
 - 하버드 중퇴생이 만든 AI 목걸이… 인간의 동반자 될 수 있을까?, 문상덕, Fortune korea, 2024.8.13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