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파사이(Pasay)’ 지역은 필리핀의 미래를 예상케 한다. 마닐라 베이를 따라 늘어선 수많은 매립선이 흙을 퍼다 나르며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는 곳’에 걸맞는 스케일이다. 솔레어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파사이 지역에 오픈한 마닐라 최초의 복합 리조트로 올해 12주년을 맞이했다.
마닐라에서 만나는 가장 넓은 딜럭스룸
솔레어 엔터테인먼트 시티(이하 솔레어)는 크게 2개의 타워로 구분할 수 있다. 붉은 석양을 마주하는 ‘베이 타워’와 그 반대편에 있는 ‘스카이 타워’. 그 안에는 약 800개의 객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나는 가장 평범한 객실인 딜럭스 룸 타입에 머물었다. 분명 가장 작은 룸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이상하다. 넓어도 너무 넓다. 알아보니 솔레어의 딜럭스룸의 크기는 자그마치 43m2라고 한다. 일반적인 5성급 호텔의 디럭스룸이 30m2 안팎임을 감안한다면, 솔레어의 딜럭스룸은 그보다 1.5배가 크니, 분명 한 단계 높은 클래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침대와 넓은 책상이 놓인 자리 옆으로도 여유가 남는다. ‘ㄱ’자로 꺾인 소파와 테이블, 안락의자까지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여행자는 큰 캐리어를 풀어헤치고도 동선에 전혀 방해받지 않는다. 욕실은 샤워부스와 변기, 욕조가 모두 분리돼 있어 마치 스위트룸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창밖으로 펼쳐진 마닐라 베이의 풍경까지 더해지면, 딜럭스룸을 더이상 그저 그런 평범한 객실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솔레어에서 경험하는 4가지 즐거움
카지노도 압도적이다. 솔레어의 카지노는 2개 층, 3만200m2 규모에 달한다. 회원 전용과 일반 게임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에 버금가는 최신 기술을 갖춘 2,300대 이상의 슬롯머신과 400개 이상의 테이블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솔레어 리워드 카드의 루비, 다이아몬드 회원은 별도로 마련된 3층의 솔레어 클럽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다양한 메뉴 그리고 최고의 세심함을 경험할 수 있다.
솔레어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장 잘 짐작할 수 있는 공간은 극장이다. 1,740석 규모의 더 씨어터(The Theatre)는 최첨단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오페라, 콘서트, 발레 등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 모두 가능하다. 실내 사격장인 스카이 레인지(Sky Range) 슈팅 클럽에서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25m 사격장 15레인, 50m 사격장
5레인을 갖추고 있다. 두 거리에서 권총과 소총을 쏠 수 있는데, 특허받은 스마트 패드 시스템으로 제어되어 안전하면서도 현실감은 극대화된다. 쇼핑거리인 더 숍스(The Shoppes)는 쇼퍼홀릭의 천국이다. 롤렉스와 프라다 등 32개의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솔레어에서 찾은 세계의 맛
솔레어에는 무려 17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이 모든 식음업장을 조리 부문 부사장, ‘세바스찬 켈러호프(Sebastian Kellerhoff)’가 총괄하는데, 각각 개성이 확실해 미식 트렌드를 하나하나 배워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뷔페 레스토랑, 프레시(Fresh)는 호텔 조식이 갖춰야 할 기본에 충실한 곳이다. 뷔페는 메뉴별로 구획을 나눴다. 샐러드, 웨스턴, 필리핀 그리고 한식 스테이션도 마련해 뒀다. 참고로 그저 흉내 낸 수준이 아닌 진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리조트 2층에 위치한 아카시아(Acacia)는 고급 퓨전레스토랑으로 한식, 중식, 태국식, 필리핀식을 모두 아우르는 창의적인 음식을 선보인다.
186석 규모의 중식 레스토랑, 레드 랜턴(Red Lantern)에 들어서면 반짝이는 유리창 너머에서 셰프의 손끝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 문득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레드 랜턴은 애저구이, 북경오리구이 등 정통 중식 요리를 선보이며 매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공수되는 재료를 통해 산지의 재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통성을 이어 간다. 일식당인 야쿠미(Yakumi)에서는 도쿄 도요스 시장에서 막 도착한 제철 식재료가 활기찬 오픈 키친 위에서 빛을 발한다.
신선한 사시미와 스시는 빼놓을 수 없다. 참치, 연어, 굴, 홍합 등 다양한 종류의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주문자의 취향대로 즉시 만들어 주는 마끼는 강력 추천. 사케 소믈리에가 추천한 사케 한 잔과 곁들일 때, 이곳은 더 이상 마닐라가 아니라 도쿄의 어느 저녁 풍경이 된다.
이탈리아 요리를 이보다 더 세련되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피네스트라(Finestra)에서는 미쉐린 출신 셰프, ‘안드레아 스파고니’가 정통 이탈리아의 맛을 재현한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리고 젤라토 같은 디저트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져 접시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필리핀 전통 음식을 고루 맛보고 싶다면 워터사이드(Waterside)가 안성맞춤이다. 필리핀 국민에게 사랑받는 필리핀 전통 요리와 가정식을 만나며 풍미 가득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정갈한 한식을 내놓는 기와(Kiwa), 언제든 출출할 때 문을 열어 주는 24시간 누들 전문점 럭키 누들(Lucky Noodles), 간단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428석 규모의 푸드코트도 있다. 해외에서 최초로 이곳에 오픈한 깐부치킨은 현지인에게 인기가 높아서 식사시간엔 웨이팅이 기본. 커피가 필요하다면? 오아시스 가든 카페(Oasis Garden Café)에 가면 나무로 만든 거대한 둥지 안에서 카페인을 수혈 받을 수 있다.
24K magic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솔레어의 최상위 룸인 ‘체어맨스 빌라’에 묵은 적이 있다. 1박에 무려 한화 1,500만원. 당황스러운 가격이 부담스러워 차마 이 룸 타입에 머물지는 못해도, 브루노 마스가 경험한 음식만큼은 똑같이 맛볼 수 있다. 솔레어는 올가을 브루노 마스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음식 및 칵테일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워터사이드’에서는 ‘24K magic 골든 버거’와 ‘Just the Way You Are Taco’를, ‘BRB’에서는 ‘24K magic 골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먹고 쉬는 것만큼 빠르게 지치는 것도 없다. 여행으로 지친 몸을 녹이기 위해서는 역시 스파가 최고다. 고요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 속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효과적인 트리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스파 후 허브티 한 잔이 손에 쥐어질 때, 그제야 몸과 마음의 근육이 완전히 풀어 헤쳐지는 궁극의 휴식을 경험하게 된다. 휴식만큼 중요한 것이 몸의 균형이라면, 야외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도 괄시해선 안 된다.
솔레어에 머무는 동안은 거대한 미술관에 들어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곳곳에 자리한 2,000여 점의 예술 작품 덕분이다. 회화, 조각, 사진, 패브릭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은 필리핀 현대 미술의 역동성을 담아냈다. 누구나 신청 가능한 솔레어 아트 투어는 약 30~45분간 진행된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Solaire Resort












